"성폭행해도 전학가면 그만"…성범죄 학생에 눈감는 학교
성범죄에서 미성년자는 더 이상 피해자의 모습으로만 등장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성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무죄 방면되거나 피해자와의 합의로 불문에 부쳐지는 경우가 많아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처벌 받지 않는 유년시절 성범죄의 경험은 성인이 된 이후 되살아 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CBS는 미성년자 성범죄의 실태와 문제점, 대안을 모색하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지난 6월 울산의 모 초등생 2명이 쉬는 시간에 정신지체장애를 앓는 여학생 A양을 학교 빈교실과 옥상으로 끌고 가 두차례나 성폭행했다. 학생들은 사흘 뒤에 또 다시 A양을 성폭행하려다 같은 반 친구들이 담임교사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서 제지당했다.
문제는 학교측의 소극적인 태도이다. 학교측은 가해 학생들을 전학 보내기로 결정했을 뿐 신고 의무를 저버리고 내부적으로 쉬쉬하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울산시교육청도 처음에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다 "어린 학생들의 일이니 보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둘러대기 바빴다.
외부에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야 학교측은 뒤늦게 학생들을 상대로 성교육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가해 학생들은 형법상 미성년인 만 14세 미만의 '촉법 소년'으로 분류돼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쉬쉬, 경찰서 가도 처벌은 미약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성범죄를 저지른 학생이 적발돼도 전학보내는 등 소극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민주당 김유정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간(2008~2010.7) 학생간 성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사후조치로는 사회봉사 및 특별교육이 33.7%(115건)로 가장 많았으며 전학조치 16.1%(55건), 퇴학 및 자퇴 조치가 10%(34건)를 차지했다.
반면 경찰조사와 사법기관에 위임한 것은 22.6%(77건)에 불과했다.
학교측에서는 '어린 학생들의 장래를 망칠까봐' 혹은 '학교 이미지가 손상될까봐' 최대한 당사자간의 합의를 유도하고 쉬쉬하며 넘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 법률에 의하면 유치원이나 초중고등학교, 보육시설, 학원에서 성범죄가 발생했을때 경찰에 즉각 신고하도록 돼 있고 이를 어겼을때 3백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대다수 학교에서 이같은 신고 의무를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경찰에 사건이 넘어간 경우에도 처벌은 경미하다.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미성년자일 경우 대부분 금전 보상으로 합의를 보거나 죄질이 가벼우면 가정법원으로 송치하는 경우가 많아 형사 처분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만 10세 이상에서 14세 미만의 '촉법 소년'의 경우 형법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처벌 없이 곧바로 가정법원으로 송치된다.
문제는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 받지 않는 아이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법무부 보호관찰소에서는 상담소에 위탁해 성범죄 가해자들을 상대로 성범죄 교육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다.
청소년 가해자 교육을 맡고 있는 한국여성민우회 최김하나 활동가는 "해외에서는 2,3년씩 아이들을 관찰하고 교육하는데 우리는 40시간의 수강명령을 채우면 사실상 끝이라 교정 프로그램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체계적이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성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처벌이나 교화 없이 사실상 방치되면서 재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2009년에 적발된 소년 강간범 1589명 가운데 범죄 경력이 있는 경우는 506명(28.1%)이었고 이중에 또 다시 강간을 저지른 경우도 59명(3.7%)이나 됐다.
소년범에 대한 형사 처벌의 수위를 두고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재범 방지를 위한 체계적인 교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관대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지혜 활동가는 "무조건 감싸는 분위기 때문에 고소를 안하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등 처벌 의지가 없어서 가해자도 잘못을 뉘우칠 기회를 잃고, 피해자는 이중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제도적으로 형량을 높이는 것을 검토함과 동시에 이를 메꿀 수 있는 교화 프로그램을 제대로 갖춰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촛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즈니랜드도 거부한 510억 둔치, 한달만에 '와르르' (0) | 2010.09.19 |
---|---|
"나라면 카드뮴 '낙지 머리'는 먹지 않겠다" (0) | 2010.09.17 |
아열대기후가 한국인 삶을 바꾼다 (0) | 2010.09.09 |
엄청난 위력을 과시하며 7명의 인명피해를 낳았던 7호 태풍 '곤파스'로 인 (0) | 2010.09.06 |
건강하다던 4대강, 왜 1년만에 돌연사 했나 (0) | 2010.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