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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학년 6반

농촌체험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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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샘'마을로 농촌체험학습을 하러 갔다. 말 그대로 찬물이 많이 나오는 고장 같다. 수량이 점점 적어진다고 걱정하는 일일 선생님 성함은 '박부빈'이셨다. 70이 훨씬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였다. 당신도 할아버지라며 수업을 이끌어 주셨다. 나는 보조교사였다.

 

나비 관찰을 하러 가면서 '자두'노래를 불렀더니 자두나무를 일러주셨다. 가다가 본 옥수수 옆에 호박, 그리고 그 사이에 고추를 심어놓은 것을 보고 하나라도 허술하게 넘어가는 것이 없는 농촌의 살림을 본 것 같아서 뭉클 했다. 가는 중에 밤나무, 자두나무, 호박과 같은 넝쿨식물의 특징을 말씀해주셨다. 암꽃과 숫꽃이 피는 것은 모두 넝쿨식물의 특징이란다. 아이들에게 그렇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실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공부하러 온 것이라면서 처음에 강조를 했던 것이 마음에 짐이 되신 듯 하다. 고마웠다. 나비 설명은 더 대단하셨다. 우리나라에는 총 250종 정도가 있는데 1980년대 일이다. 북한 종은 90여종이고, 그 곳에는 220종 정도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농약 살포와 모기 죽이는 약을 맨날 살포하니까 익충까지 다 죽어서 지금은 나비 종류가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모기 죽이려다 다른 벌레들까지 모두 다 죽이는 셈이다. 햇빛에 비추니까 보라색이 멋드러진 '왕오색나비'는 정말 멋졌다. 그리고 표본과 박제에 대한 차이점까지 설명해주시고, 외국에서 수입된 '꽃매미' 때문에 포도나무가 절단이 난다면서 수입 벌레들의 해악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셨다. 이름처럼 정말 화사하게 예뻤다. 나비와 나방의 차이도 재미있었다. 나비는 몸집이 작고,날개가 크고 나방은 몸집이 크고 날개가 작고 , 나비는 한 두가지 색이지만 나방은 화려하게 여러가지 색이고, 낮에는 잠을 자야하기 때문에 보호색을 하기 위해서란다.  더듬이는 더듬거리면서 방향을 알아보는 것으로 나비에게만 있고, 나방은 빗질처럼 생긴 것이 숫놈은 하나가 달려있고 암놈은 여러개가 달려 있다라고 하셨다. 표본을 본 뒤 실제 나비 관찰을 하러 갔다. 여리연꽃이 있는 자그마한 연못부터 시작해서 겉보기는 엉성하지만 짜임새 있었다. 벌집도 보고 말씀대로 인간이 과학이라는 것을 자연에서 도움을 받아서 찾아내는 것이라는 말씀도 감동이 컸다. 애벌레 모습에 따른 설명을 해주시면 7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풀잎 속에서 자란 것은 고치가 풀색이었다. 어두운 곳에서 자란 것들은 어두운 색이었다. 그런 차이가 있는 줄 몰랐다. 지하대장군이 곳곳에 있어서 기념촬영을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심은 박하잎을 따서 아이들이랑 씹어서 맛을 보았다. 화하니까 아이들이 신기하다고 했다. 더구나 귀한 닥나무까지 보았고 어떻게 한지가 만들어지는 설명하셨다.

잠깐 간식을 먹고 아이들이랑 감자를 캐러 갔다. 캘 줄을 몰라서 줄기만 잡아 빼고 만다. 하기 전에 감자포기를 뽑아서 설명을 해주셨다. 호미 잡는 법도 알려주시고. 하지만 아이들은 줄기만 뽑아 놓고 없다 했다. 호미로 몇 명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가장 기뻐했는데 감자를 1킬로그램씩 검정 봉지에 넣어 집에 가져가게 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면서 욕심을 내던 아이들이 몇몇 있어서 속마음을 보는 듯 했다. 아이들끼리 많은 아이들은 적은 아이에게 나눠주었다. 골고루 비슷하게 가지고 작은 냇물을 건너는데 좀 양이 많은 아이들은 징검다리에서 흔들렸다. 인생살이 같다. 욕심내는 삶은 언제나 저렇게 뒤뚱거린다. 그러다가 더 심해지면 파멸인거지. 

감자캐러 가면서 오디나무를 만나서 오디를 따주셨다. 나도 따는 것을 거들어 아이들에게 주면서 먹어보았다. 달큰한 것이 아주 맛났다. 아이들은 입이 보라색이 되면서 처음에는 맛만 보더니 너도 나도 더 먹겠단다. 지원이는 가지를 잡아서 끝까지 먹느라 꼴지로 왔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 본 아이들이 꽤 되었다. 규성이는 끝내 먹지 않았다.

아이들이 더워서 물만 마셨다. 점심밥을 먹으러 왔는데 물만 마시고 나니 더 밥을 먹지 못했고, 쇠고기 육계장이 아이들 먹기에는 조금 매웠다. 그 핑계로 아이들은 대부분 음식을 다 남겼다. 그래서 주인에게 몇가지 지적을 했더니 표정이 별로였다. 나름 애를 썼는데 감사하다는 말은 조금이고 탓하는 말을 들으니 언짢았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밥을 먹고는 기운이 나서 숨박꼭질을 하는데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지현이가 또 코피가 터졌고 오래도록 지혈이 되지 않았다. 약가방을 메고 다녀서 금방 지혈을 시키고 콧구멍을 막아주었다. 왼쪽코에서 계속 터지고 있다. 이빈후과에 가서 상피막을 지져주어야 하는데 싶어서 그렇게 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모내기 하러 갔다. 양말 벗고 맨발바람이다. 거머리가 없냐고 애들이 물었다. 없다고 했더니 양말을 벗고는 달궈진 돌바닥이 뜨거워서 팔작거렸다. 논에 들어간 아이들이 어째 불안했지만 넘어진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작은 논에 못줄을 잡고 모를 놓았다. 빨간 금에 꽂으라고 했더니 어느 아이 것은 줄기를 잡고 놓아서 벌써 둥둥 떴다. 아이들이 더 해보고 싶다고 해서 한 줄 더 심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빨래터 같은 곳에서 발을 닦았다. 그리고 양말을 도로 신고 강당으로 와서 시쓰기를 했다. 재현이가 으뜸이었다. 흠 잡을 데가 없어서 한 번 고치기를 하고 가장 먼저 통과했다. 칭찬을 듬뿍하고 안아주었다. 아이들이 금방 하고 온 체험이라 그런지 대부분 모내기가 주를 이뤘다. 감자캐기도 있고, 나비 관찰도 있고 그런데도 말이다. 그리고 시쓰기가 생생해서 교실에서 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써나가는 게 보였다. 이런 것이 살아 있는 교육인 것이다. 오감을 통해 체험하고 그 느낌을 잡아서 시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니 출발 시간이 반 시간 늦어지고 도착 시간은 40분이나 늦어졌다. 학부모들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출발하고 나서 학교로 전화를 했다. 늦어진 까닭을. 이럴 때마다 한 학급만 갔을 때의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여러 학급이 가면 활동하고 싶은 것들도 전체 일정을 맞추느라 흐지부지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는 '배곰'이라는 만화 영화를 보여줘서 아이들이 더 깔깔 댔다. 그 사이에 걷어놓은 일기를 확인해서 돌려주었다. 찬우가 만화영화를 많이 보는지 계속 설명을 하면서 토를 달았다. 아이들에게 시쓰기 다듬어서 해오라고 하고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집에 가도록 했다. 착한 녀석들은 교실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얼른 보냈다. 어제 뉴스로 본 성폭행 사건 때문에 아이들에게 곧장 집으로 가라고 신신당부했다. 양쪽 팔과 목과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동학년들이 시원하게 수박을 내놓으며 먹으라고 해서 갈증을 풀었다. 신경을 써주니 고마웠다. 그리고 가을에는 전체가 함께 가기로 했다. 미리 날짜를 잡아서 연락해놓기로 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 반이 최고란다. 쓰레기 버리지 않았다고 마을 주민들이 칭찬을 해주셨다. 아이들 어깨가 으쓱해지는 게 보였다. 밖에 나가니 더 예쁜 우리 반이다. 그런데도 사고 날까봐 집중시키고 야단치느라 소리를 몇 번이나 질렀다. 목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