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7일 수요일 날씨 맑고 쾌청하였다.
사실 춥다고 해서 겨울 쉐타를 속에 입었다. 겉옷만 봄옷이다. 아이들 다 가고 상담이 끝난 이 교실은 조금 춥다. 배도 고파서 가져온 떡으로 요기를 한다. 요즘 지쳐서 운동은 커녕 집에 가면 그냥 쓰러진다. 학부모들의 애타는 마음이야 알고도 남지만, 아이들에 대한 내 생각을 완곡하지만 정확하게 말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할 말은 다 했지만 말이다. 어떤 분에게는 동어반복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힘들다. 목도 무척 아프다.
2시에 나00 엄마가 오셨다. 아이가 집에서 어떠했냐고 물으니 별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아이 자라온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가 소심하고 자신감이 적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아이가 마음이 여리고 섬세한데 동생에게 뺏긴 사랑을 되찾아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아이의 논리적인 글쓰기는 거기서부터 출발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참 잘쓰는 아이다.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논리적이다. 독후감 쓰기 대회 정도를 염두에 둘 정도이다. 자기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하는 아이라서 자존심도 강하고 자긍심도 강하다. 그런 반면에 새로운 일에 대해 늘 자신없어 한다. 시도를 해보지도 않고 지레짐작으로 자신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서 그런 부분이 아쉽다. 자기 의견을 들어주고 선택할 기회를 주고 기다려줄 줄 알면 될 일인데 느리다는 것이 마치 큰 흠이라도 되는 양 뒤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유럽 학교에 가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아이를 말이다. 천천히 기다려주는 연습을 부모가 해야 한다는 부탁을 드렸다. 그래야 아이가 자존감이 되살아나서 모든 일에 시도를 해보려는 생각을 갖을 수 있게 말이다.
3시에 오00 엄마가 오셨다. 맞벌이 임에도 총회 때 못 오시고 오늘 처음 만났다. 대체적으로 무난한 아이다. 학습면에서 뒤떨어지지 않고 있고 자기 일 충실하게 할 줄도 안다. 조금 덜렁거리는 것만 빼면. 그리고 자신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똑똑하다고 과신하는 것만 줄어들면 금상첨화가 될 아이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취약하다. 친구도 그리 많지 않으나 굳이 피하는 아이도 없다. 그런데 자신이 정말 절친한 아이는 모둠에 한정 되어 있고 생각보다 친구를 고르는데 까다롭다. 쉽게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둠을 이끌 때 자기 중심으로 이끌려는 것이 강하고 의견을 냈을 때 따르지 않으면 금방 방관의 자세로 돌변하기도 하는 그런 면이 있다. 꿈도 대담하다. 그래서 더욱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서 아이가 좀 더 다듬어지고 단단해지려면 겸손해져야 한다. 자기가 잘났다고 으시대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집에서는 막내로 좀 위축될 수 있는 처지이기도 하지만 학교에서는 매우 활발한 편이다. 자기 의견제시 정확하게 할 줄 알고 상당히 논리적인 언변을 가지고 있다. 가능성이 아주 큰 아이이다. 상담 뒤에 얼마나 공유가 되었을지 싶다.
4시에 임00 엄마가 오셨다. 두 번째다. 벌써 이무럽다. 커피를 한 잔 만들어서 서로 나눠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와의 관계는 자연스럽고 친밀할 정도인데 요즘 들어 수학 때문에 조금 위축되어 있는 것 같다. 그것만 빼면 흠잡을 데가 없는 아이임에도 엄마는 친구 관계가 원만하지 못할까봐 걱정이고, 소심해서 자기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고, 학교 생활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답답한 모양이었다. 한 달 동안 살펴봤을 때 가장 밝은 아이에 속해 있었다. 학교오기를 즐거워 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솔직하게 글쓰기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점차적으로 넓혀 가고 있는 중이다. 상당히 귀엽고 꾸밈이 적은 솔직한 편인 아이다. 친구를 가려 사귈 정도로 혼자 노는 것에도 익숙하다. 도움을 요청하는 말을 하지 못하다가 지난번 학급 전체 아이들이 재료를 나누어 준 뒤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쓴 글이 정말 친구들이 고맙다란다. 자기 스스로 부탁하는 것이 쑥쓰러워서 하지 못한단다. 해서 아이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자기를 도와준다고 했을 때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때서야 친구들아 고맙다라고 스케치북에 낙서처럼 쓰여져 있었단다. 처음으로 도움을 받아서 해낸 일이라서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 부분들이 완화되고 성숙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주어야 한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을 서로 주고 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때까지. 그나마 급식에서 먹으려고 하는 부분이 가상하다. 김치는 고사하고 일반 야채도 제대로 먹지 못하던 아이가 이제는 김치는 뚝딱이고 야채에도 도전을 할 정도록 변화를 가졌다 아이가 스스로 하려는 힘은 이렇게 크다.
5시에 남00엄마가 오셨다. 나무랄 데 없는 아이다. 편식이 심하고 마구잡이 독서를 과도하게 하는 것을 빼놓으면 말이다. 그래서 집중적으로 독서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집에서 독서를 전집 중심으로 읽혔단다. 방학 때 수십권 전집을 사다놓으면 아이가 재빠르게 다 읽은 뒤에 마음에 드는 몇 권을 다시 골라서 또 읽었다고 한다. 독서에 대한 기본이 없는 상태에서 많이만 읽으면 좋은 줄 알았던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신랄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독서의 중요성도 다시 말씀드리고 독서자료집을 안내해드렸다. 올 때 마음이 무거웠단다. 편식이 심한 아이 때문에 전화 통화를 여러번 했다. 그리고 그 아이를 위해서 식사 지도를 하지 않고 모둠장에게 확인 받으라고 하면서 스스로 다 먹기를 시도를 해보았다. 아이들 대부분이 음식을 남겼다. 양심껏 다 먹고 오라고 했음에도 말이다. 이 아이도 예외가 아니지만 그래도 스스로 할 거라는 희망을 걸고 시도를 한 것이다. 진심을 다해서 말을 하였다. 엄마가 많이 마음을 열고 가시는 듯 해서 다행으로 여겼다. 어른인 우리가 좀 더 아이들 튼튼하고 바르게 키워야 하기 때문에 협조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없다. 더욱 긴밀한 관계 속에서 아이를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