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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생각해봅시다

[MB교육 진단](下) 교육격차 심화시키는 자사·자율·특목고

[MB교육 진단](下) 교육격차 심화시키는 자사·자율·특목고

 심혜리 기자 grace@kyunghyang.com
 
 
 
교육평준화 무너뜨리고 ‘그들만의 리그’ 계속 확장
ㆍ부모 경제력 따른 왜곡된 ‘학교 선택권’
ㆍ“일반고 다니면 부끄러워” 공교육 파괴

주부 박모씨(44·서울 강남구)는 올해 아이를 자율형사립고에 입학시켰다. 남편이 금융위기의 여파로 지난해 사업에 실패해 큰 빚을 지고 있지만 “좋은 고등학교에 가야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다”는 아이를 말릴 수 없었다. 박씨는 “요즘 엄마들은 ‘투 잡’을 해서라도 아이를 ‘상위 리그(특목고 및 자율고)’ 고등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외고에 갈 실력이 안돼 추첨을 통해 자율고에 보냈는데 학비가 비싸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학교 다양화 정책이 일선 중·고교를 뒤흔들고 있다. 자율형사립고(자율고)가 새로 만들어지고 자립형사립고(자사고), 국제중 등의 설립이 늘어나면서 ‘좋은 학교’와 ‘안 좋은 학교’의 구분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들 학교가 기존 외국어고와 더불어 하나의 ‘상위 리그’를 형성함으로써 고교 서열화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서울에는 국제중 두곳과 자사고 1개, 자율고 13개가 문을 열었다. 정부의 ‘교육체제 자율화·다양화’ 정책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권을 넓히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씨의 사례처럼 일선 현장에서는 무조건 ‘상위 리그’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무한경쟁만 강화되고 있다.

최근 자율고 부정입학 사태와 관련, 자녀의 입학이 취소된 김모씨는 “자율고 등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아이를 그냥 일반계고에 보내기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교 다양화 정책이 고교 체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고를 가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부끄럽거나 우스운 게 됐다”며 “이제는 ‘전기고(특목고 및 자율고)’와 ‘후기고(일반고)’ 체제가 굳어져 고교평준화는 사실상 무너진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 입학생의 70%가 사립고 출신이라는 점을 예시하며 “이제 우리나라도 부모의 경제력이 사교육뿐 아니라 학교의 유형까지도 결정하는 교육계층화가 명확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특목고 및 자율고 정원은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이들 고교에 진학하는 것으로도 힘들어진 것이다.

3학년 진학을 담당했던 한만중 개포중학교 교사는 “전국의 외국어고·과학고·자율고·자사고 등이 뽑는 인원이 지금은 1년에 약 4만5000명으로 늘었다”며 “이 학생들이 1만명도 채 안되는 ‘스카이(서울·고려·연세대)’에 진학하려 경쟁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중학교 교사는 “새로 만들어진 학교는 학비가 높으면서 사교육도 많이 받아야 경쟁에 낄 수 있는 학교들”이라며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공교육비와 사교육비 부담이 함께 커진, 돈 있는 사람들만 갈 수 있는 새로운 ‘상위 리그’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교육 유발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외고를 개편하겠다고 공언해왔으나, 결국 학생 선발권 등 외고의 주요 문제점에는 손을 대지 못하면서 이 같은 학부모들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