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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세계여성의날 102주년 기념행사



  3.8 세계여성의 날, 왜 우리는 모이고 싸우려하는가?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일이 아니라 투쟁의 날입니다.
오는 3월 8일은 102주년 3.8 세계여성의 날입니다. 102주년이니까 1908년 3월 8일, 미국 섬유공장에서 일하던 1만 5천여 명의 여성노동자들은 무장한 군대와 경찰에 맞서 싸웠습니다. “임금을 인상하라!, 10시간만 일하자!,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여성에게도 선거권을 달라!.”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정치적인 권리도 빼앗긴 채 살수는 없다고 거리로, 거리로 쏟아져 나온 날입니다.
그리고 1910년 독일의 사회주의자이자 공산주의자 클라라 체트킨은 ‘제 2회 국제여성사회주의자회의’에서 연례 세계여성의 날을 제안합니다. 이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고발하고, 여성의 경제적․정치적 평등을 요구했던 여성사회주의자들의 투쟁의 예를 따라 고안한 것이었습니다. 3월 8일의 주된 근거는 러시아 달력으로 1917년 2월 23일(그레고리력으로 3월 8일) 러시아 여성노동자들이 궁핍과 전쟁, 차리즘에 반대하여 벌인 총파업이었습니다. 이 날 섬유공장 여성노동자들은 그들의 공장을 뒤로 하고 거리로 나왔고, 그럼으로써 러시아 혁명의 승리를 가져온 혁명적 행동을 촉발하였던 것입니다. 이후 국가별로 시작된 년도와 날짜는 달랐지만, 세계여성의 날은 1911년 이후 줄곧 세계로 확산되었습니다. 매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은 사회변혁에 대한 여성들의 활발하고 끊임없는 참여 속에서 기념되었습니다.
오늘날 여성의 날은 마치 발렌타인데이처럼 남성에게 꽃이나 초콜릿을 선물받는 정체불명의 기념일 정도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3.8 세계여성의 날은 단지 이런 방식으로 기념하고 지나갈 수 있는 날이 아닙니다. 여성의 70%가 비정규직, 저임금, 출산․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고통받지만 ‘아이 낳는 기계’가 될 것을 강요받는 오늘날 한국 여성의 현실은 우리가 투쟁을 그만둘 수 없게 하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2010년 한국의 여성들, 안녕하십니까?

경제가 나아진다 뉴스에서 떠들지만, 여전히 서민들의 걱정은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사상 최고 실업률, 치솟는 물가, 실질임금하락 수치에서 볼 수 있듯이 직장에서, 집에서 체감하는 생활고는 1998년 IMF때보다 더 심각하다고들 합니다. 따라서 많은 여성들이 어떻게든 일을 해서 살림을 꾸려가려하지만, 여성들의 생존권, 노동권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선례에 비춰볼 때 경제위기에 여성들은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가장 먼저 짤려나가고 점점 더 열악한 저임금의 비정규직, 비공식 일자리로 밀려났습니다. 이는 IMF시기 남성노동자는 임시직에서 취업이 감소한데 반해, 여성노동자는 상용직에서 취업이 감소했던 사례, 2009년 통계청 고용동향 자료에서 (남성 취업자는 증가한데 반해) 여성 취업자 수가 9만명 이상 줄었다는 수치를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수치에서 예측할 수 있는 여성노동자의 고용불안 문제는 당장 우리 주변의 여성노동자 투쟁 사례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명지대에서 길게는 10년을 넘게 일해 온 ‘일반조교’직 노동자들이 ‘재정악화와 슬림화, 비정규직법’을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되고 그 직제가 2년마다 짤려야하는 ‘행정보조원제’로 변경된 사례가 그렇고, KBS에서 견학, 상담 등의 업무를 수행하던 계약직 여성노동자들이 ‘외주회사’로 전적을 강요받아 해고된 사례가 그렇습니다. 여성들이 하는 업무와 직제가 단기계약직으로, 외주화로 바뀌는 일들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더 폭력적으로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투쟁하지 않고 그저 물러선다면, 현재와 같이 비정규직이 만연한 사회에서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요? 현재의 일자리마저 보전하기 힘들게 하는 이명박 정권의 각종 정책과 공격들이 취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여성을 위한 일자리’랍시고 선전하는 보육, 간병 등 영역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단시간, 저임금 일자리로 한 달에 100만원도 안되는 임금이 고작입니다. 간병노동자, 요양보호사는 하물며 노동자성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이명박 정부에서 발표한 ‘퍼플잡’은 어떻습니까. 여성에게 ‘직장과 일을 양립할 수 있도록 단시간근로제’를 공공부문, 공무원에서 우선적으로 실시하겠다는 구상인데, 말이 좋아 퍼플잡이지 ‘파트타임, 시간제’를 여성들에게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그나마 여성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하던 정규직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뻔합니다. 이런데도 우린 잠자코 지켜만 봐야 할까요? 여성노동자의 일자리가, 현장이 어떻게 악화되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 알려내고 싸워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단시간근로제’ 즉 파트타임, 시간제를 확대하겠다고 하면서 드는 이유는 ‘여성의 일가족 양립을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즉 출산과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느니 파트타임으로 일하라는 것이지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실제 많은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있는 현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여성들이 일을 그만둘까요? 여성노동자들이 그토록 요구해왔던 공보육시설이 어느 동네에나 있고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면, 임신 출산시 필요한 보호조치를 사장이나 동료들의 눈초리나 차별이 없이 사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여성이 꼭 일을 그만둘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명박 정부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필요한 사회적 여건과 분위기를 바꿀 수 없으니, 아니 바꾸지 않을 테니, 여성들이 알아서 하거나 정 힘들면 직장생활을 축소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긴 아이들 무상급식조차 못하게 하는 국가이니 말 다했죠.  

자신의 생계와 경제적 독립을 위해, 또는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자아실현을 위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건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또 아이들이 미래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존재라면 여성들이 아이를 낳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여성들은 아이들을 믿고 맡길 데가 없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그리고 난 후 다시 취업하려할 때 비정규직 밖에 선택지가 없습니다.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중장년 여성들을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착취하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사회적 조건은 자격증이 있거나 능력이 있어 안정적인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또래의 여성들도 피해갈 수 없는 조건이라는 점에서 여성모두의 노동권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돈이 있으면 혼자 살아도 된다’, ‘여자는 결혼 안하면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들은 여성에게 결혼은 먹고사는 문제, 삶의 질과 직결되어있다는 사실을 직시한 표현들일 것입니다.
남성 대비 63%의 임금을 받는 여성노동자, 여성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인 현실, 아이 키우기 힘들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 모성이 제약되는 현실, 그런데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공격만 해대는 상황에서 여성의 노동권, 출산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철저히 박탈되고 있습니다. 최근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낙태 시술에 대한 고발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낙태를 금지해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발상을 도대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지금껏 낙태 시술로 수익을 챙겨오던 의사들이 이제야 낙태를 안하겠다는 선언을 어떻게 봐줘야할지... 당장 원치않는 임신으로 인해 시급히 낙태를 해야하는 여성들은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위험천만한 시술을 감당해야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참담한 상황에 맞서 낙태 단속 중단, 낙태권을 요구하는 흐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출산, 육아에 대한 권리와 사회적 책임은 보장하지 않고, 아이 낳을 의무만을 강요하는 현실에 맞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합니다. 오늘 "이명박 정부의 여성 정책 반대! 여성의 권리로 여는 102주년 3.8 전국여성대회"에 모여 투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성 노동유연화 강화시키는 유연근무제 여성해고반대! 여성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 확충!
사회서비스 시장화 저지! 돌봄노동의 사회적 책임 강화!
4대강 예산 반대! 축소된 민생 복지 예산 확보 및 강화!
낙태단속강화 반대! 출산 강요 반대!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 쟁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