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47조원짜리 수주

세계 6번째 수출국… 사상최대 플랜트 수주
李대통령 막판 지원 주효… 美·佛 제쳐

우리나라가 47조원(400억달러)짜리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는 우리나라 원자력 사상 최초의 원전 플랜트 수출이며,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의 반열에 오른 쾌거를 이룬 것이다. 이번 원전 수주는 해외건설 공사 규모로 건국 이래 최대이자 최근 세계시장에서 발주된 원전 플랜트 중에서도 최대 규모다.

지난 26일 UAE 아부다비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오후 에미리트 팰리스호텔에서 할리파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전력 컨소시엄의 UAE 원전 수주를 최종 확정했다.

이 대통령과 할리파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과 압둘라 UAE 외교장관 간의 한·UAE 경제협력협정 체결식, 김쌍수 한전 사장과 칸둔알 무바락 UAE 원자력공사(ENEC) 회장 간의 원전사업 계약서 서명식에 참석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UAE가 발주한 5600㎿(1400㎿급 4기, 200억달러) 규모의 원전건설 수주전에서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프랑스 아레바컨소시엄, 미국 GE와 일본 히타치컨소시엄 등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한전컨소시엄은 앞으로 10년간 총 4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이후 60년간 원전 연료공급과 운영, 정비 등을 맡게 된다. 따라서 200억달러 규모의 건설 외에도 운영, 연료공급, 폐기물처리 등 200억달러를 일괄 수주하게 됐다. 첫 호기는 2017년 준공하고 나머지 3기는 2020년까지 완공한다.

이로써 한국은 1978년 미국 기술에 의해 고리 원전 1호기를 첫 가동한 지 31년 만에 한국형 원전(APR1400)을 처음 수출, 원전 수입국에서 원전 수출국으로 도약했다.

이 대통령은 수주 확정 후 가진 현지 기자회견에서 "할리파 UAE 대통령과 회담하는 과정에서 원자력 산업뿐만 아니라 교육, 첨단과학, 안보 여러 면에서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반자관계를 갖기로 했다"며 "앞으로 UAE와의 관계를 통해 제2의 중동붐을 아마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와는 달리 플랜트를 위주로 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출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과 프랑스, 일본, 러시아와 나란히 어깨를 겨룰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막판까지 치열했던 프랑스와의 수주 경쟁에서 입찰 결정권을 지닌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자와 여섯 차례 직접 통화를 갖고, 한국형 원전의 우수성을 적극 알리는 등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원전 수주를 위한 1박2일 간 UAE 방문 일정을 마치고 28일 오전 귀국할 예정이다.

허범구·이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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