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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2009 용산 성탄 예배

  • 진눈깨비가 휘날리던 25일 공권력이 소중한 5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용산 남일당 건물 뒷골목에서 여러 교회와 사회단체들이 연합으로 성탄예배가 있었다. 사랑나눔, 평화 섬김!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예배였다. 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재개발이라는 공룡이 파괴한 건물의 잔해들이 남아 있는 용산의 어느 한 뒷골목에 그들의 기도소리가 울려퍼졌다.

    주님, 오늘 저희들이, 이 시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서려있는 이곳 용산에 모여 주님을 묵상합니다. 어두운 이 땅을 밝히시기 위해 새벽별로 오신 주님, 이 시간 세상의 어두움에 우리 몸을 숨기며 살아왔던 것을 자복하며 회개하오니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옵소서.


    백성들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시며, 억울한 자들의 한을 풀어주시는 하나님, 간구하오니, 공권력으로 무자비하게 쓸리어버린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해주옵소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기를 소원하는 모든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옵소서. 사랑으로 생명을 보듬으시는 주님의 품에 안아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성탄의 기쁨을 위하여 대림절이 있고, 부활의 영광을 위하여 십자가 고난이 있는 것처럼, 이 땅의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용산에서 함께 나눠야 할, 우리 모두의 아픔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용산의 아픔이 곧, 이 시대를 함께 공유하는 우리들의 아픔임을 깨닫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이 아픔을 나누는 것이 곧 주님의 십자가를 함께 지는 것임을 알게 하셨으니 또한 감사합니다. 오늘 드리는 성탄예배를 통하여, 고난 너머에 있는 부활을 희망할 수 있게 하시어, 성탄의 진정한 기쁨을 나눌 수 있게 하옵소서. 우리 시대 거룩한 제물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예배가 끝나고 옷깃을 파고들던 찬기운을 털어내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용산 남일당 그곳에는 소중한 가족도 잃고 생존의 터전도 잃어 돌아갈 곳 없는 이들이 남아있다. 무자비한 공권력이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죽어간 이는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차디찬 냉동고 속에 갇혀있고 그들의 가족들은 범죄자가 되어 감옥에 갇혔다. 살을 에이는 찬 바람속에서 고난을 당했던 그들은 또 다시 거리에서 찬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가혹한 시간들이었다. 그들은 우리네와 같은 아니 우리보다 더 가진 것이 없는 이들이다. 가진 것도 없고 힘도 없는 그들이 무자비한 권력으로부터 견딜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뿐이다.

    이 땅의 낮은 곳에 임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용산에서 희생된 이들의 가정에 하루 빨리 평화가 깃들기를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