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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를 위하여

[참세상] 서울지하철노조 민주노총 탈퇴투표가 남긴 것

[참세상] 서울지하철노조 민주노총 탈퇴투표가 남긴 것
[기고] ‘새로운 노동운동’으로 포장하기엔 이미 악취가 난다
최병윤 (서울지하철노조 대의원)  / 2009년12월19일 15시08분

서울지하철노조 정연수 집행부가 민주노총 탈퇴 여부를 놓고 찬반투표를 시행한다고 밝히자 노동계 안팎의 큰 주목을 받았다. 보수언론들도 일제히 민주노총 탈퇴를 기정사실화하듯 요란하게 호들갑을 떨었다.

서울지하철노조가 민주노총 내 상징성이 있는 대규모 사업장인 것도 그렇지만, 최근 ‘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명박 정권이 또 하나의 쏠쏠한 전리품을 노획할 것인지 여부도 주목을 끈 이유였을 것이다.

민주노총 탈퇴투표에 왠‘관권, 금권’시비?

이번 조합원 총투표에선 KT, 쌍용차, 공무원노조 산하조직등에서 드러난 민주노총 탈퇴 선동과 공작이 여과 없이 반복되었다. 회사 측은 전례 없이 ‘전 부서별 회식’을 투표 전일까지 완료하라는 지시를 내려 조합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1인당 1만원씩 회사가 지원한 이 자리에서 일부 간부급 중간 관리자들은 공공연히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다 조합원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탈퇴여부가 연말 성과급 부피를 좌우할 것’, ‘탈퇴부결이면 구조조정이 닥칠 것’이라는 낯 뜨거운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또 민주노총 탈퇴를 반대하는 노조 현장간부들의 유인물을 수거, 폐기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하라는 지시까지 내리는 등 벌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급기야 현 집행부 요직에 있는 간부가 ‘민주노총을 탈퇴 시 휴대폰 요금 지원’이라는 문자를 발송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금권투표 논란으로까지 번진 이 사건으로 서울시가 민주노총 탈퇴 지원방안을 두고 노사 양측과 담합했다는 의혹마저 불거졌다.

악취를 감추기 힘든‘새로운(?) 노동운동’

숱한 논란과 반목을 거듭하던 끝에 알려진 대로 민주노총 탈퇴투표는 부결되었다. 조합원들을 말한다.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예전만 못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탈퇴 운운하는 것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등에 총부리를 겨누는 꼴’이라고. ‘정권과 자본의 반노조 정책이 극에 달한 때를 맞춘 투표 자체가 민주노총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존재의의 조차 부정하는 불순한 의도’라고.

협박과 회유가 유례없이 판쳤지만 조합원들은 ‘단결과 노동자연대’라는 정신만은 쉽게 내다버려서는 안될 가치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나아가 비이성적인 노동 적대정책에 광분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의 뜻을 간접적이지만 강력하게 드러낸 것이다.

안팎의 지원을 업고 가결을 자신하던 정연수 위원장은 투표결과를 두고 ‘복수노조 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혼선과 반대쪽의 네거티브 때문’ 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또 ‘새로운 노동운동이 주류로 등단하기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투표결과에는, 정권과 자본의 언저리에 기웃거리며 줄 대기에 골몰하고 반 노동자적 발언을 일삼는 행보에 대한 엄중한 비판이 담겨져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노동운동’으로 포장하기엔 이미 악취가 지나치다는 얘기다.

민주노조 활동가에게도 성찰과 반성을

이번 투표결과는 민주노총에 대한 현장 조합원의 곱지 않은 평가와 쓴 소리도 담겼다고 본다. 바로 이 시각 뼈와 살을 에는 한파 속에서도 여의도 국회 앞에 포진하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에 이러한 뜻을 전하기엔 가혹하고 경우 없는 일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말 그대로 ‘민주’노총인 만큼 기왕에 드러난 산하 조합원의 마음 한켠을 읽고 채찍질로 삼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는 민주노조운동을 자처하는 나 자신은 물론 서울지하철의 모든 민주 활동가에게 성찰과 반성이 요구되는 점이기도 하다. 기업별 노조의 울타리와 대규모 노조의 상대적 안온함에 안주해오지는 않았는지, 보다 낮은 곳을 향한 연대와 단결의 노력을 소홀해하지 않았는지, 노동의 존엄을 송두리째 집어 삼키려는 세력에 맞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민주노총탈퇴 투표는 대서특필이 되고, 부결 소식은 ‘뉴스거리’조차 안 되는 씁쓸한 현실에서, 이 자리를 빌려 전국의 노동자에게 졸고를 올린다.


[참세상]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 ‘민주노총’ 선택
“민주노총에 변함없는 지지와 연대”...정연수 위원장 “새로운 노동운동 계속 추진”
이꽃맘 기자 iliberty@jinbo.net / 2009년12월18일 11시35분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선택은 민주노총이었다. 정연수 위원장을 위시로 현 집행부가 추진했던 민주노총 탈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투표 참가 조합원(투표율 91.02%) 중 54.47%의 조합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과 민주노총 탈퇴 여부를 놓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는 72.9%의 조합원이 찬성을 보냈으나 민주노총 탈퇴는 부결된 것. 이에 정연수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드리겠다”고 밝혔으나 “향후 노동운동은 정치투쟁이 아니라 소비자 국민을 섬기고 모시는 운동이어야 한다”며 “새로운 노동운동 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정연수 위원장은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전국지하철연맹’을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왔으나 번번히 조합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왔다. 지난 7월 17일 있었던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전국지하철연맹 건설 추진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95명의 대의원 중 85명의 대의원이 반대해 부결되었다. 그러나 정연수 위원장은 대의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민주노총 탈퇴 여부를 조합원 총투표에 부쳤으나 다시 부결된 것이다.

현장 대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구조조정 저지와 민주노총 와해 책동 분쇄를 위한 대의원 모임’은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은 팽개치고, 자본과 정권에 빌붙어 실리를 꾀하는 노조활동을 ‘새로운 노동운동’이라고 포장하고 있는 현 집행부 노선을 조합원들이 심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투표과정에서 서울시와 현 집행부가 민주노총 탈퇴 시 10억 원에 상당하는 복지해택 제공을 비공식적으로 합의한 것이 드러나 이런 평가를 뒷받침한다.

이들은 “민주노총 탈퇴를 위한 회사 측의 압력과 회유 공작이 거셌지만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에 변함없는 지지와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며 “최근 철도노조, 공무원노조 등을 탄압하는 것에서 드러난 노조말살, 민주노총 와해 책동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노동정책에 조합원들의 비판과 저항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지하철노동조합까지 조합원들의 의사로 민주노총 탈퇴가 무산됨에 따라 현대중공업노조 등과 지하철 노조들이 추진했던 제3노총 건설 흐름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도시철도노동조합에 민주파 지도부가 당선된 것에 이어 인천지하철노동조합도 최근 지도부 선거에서 민주노총 탈퇴를 주도했던 집행부가 낙선했다.


[레디앙] 서울지하철 민노총 탈퇴 무산, 무얼 남겼나? 
'제3노총' 시도 사실상 좌초…"현장 건강하지만 민주노총 역할 중요"

서울지하철노조(지하철 1~4호선, 위원장 정연수)의 민주노총 탈퇴 시도가 결국 무산됐다. 조합원 찬반투표로 진행된 이번 투표에서 과반이 넘는 조합원이 민주노총 손을 들어줬다. 올해 초 전국 6개 지하철 노조를 중심으로 한 ‘제3노총’ 설립 시도 역시 사실상 좌초된 것으로 보인다. 

'제 3노총' 설립 사실상 좌초

서울지하철공사는 성과급 지급율을 빌미로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으며, 노조는 ‘민노총 탈퇴 가결시 휴대폰 기본요금 지원’이라는 문자를 보내면서 탈퇴를 강요했다. 회사쪽의 한 관계자는 “정연수 위원장이 (민주노총 탈퇴안 가결에) 자신감을 보였으니 뭔가 보여줄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회사와 노조의 노골적인 탈퇴 압박에 현장에서는 “해도 너무 한다”, “이럴 때일수록 탈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터져나왔다. 서울지하철공사 해고자 출신인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공사의 치졸한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민주노조 사수를 실천으로 옮겼다”며 “현장 노동운동이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지난 4월부터 민주노총 탈퇴를 추진해 온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개표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공기업, 공무원노조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 조합원들이 긴장한 것”을 탈퇴안 부결의 원인으로 꼽았다. 또 “반대파의 근거 없는 선전전에 조합원들이 위기감을 가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7월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사실상 민주노총 탈퇴를 의미하는 ‘지하철연맹 결성의 건’이 대의원 반대에 부딪혀 부결되며 탈퇴와 제3노총 건설은 탄력을 잃었다. 이와 함께 ‘제3노총’을 약속했던 궤도 사업장에서 연이어 민주파 집행부가 당선된 것도 이번 투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하철노조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서울도시철도노조(지하철 5~8호선)는 지난 8월 집행부 선거에서 민주파 허인 위원장이 당선되며, 민주노총에 남기로 했다. 지난 4월 민주노총을 탈퇴하며 ‘제3노총’ 결성에 앞장서 온 인천지하철노조에서 역시 지난 3일 민주파 허우영 위원장이 당선되며 ‘반 민주노총’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허우영 위원장은 “상급단체 문제는 당분간 논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아있는 변수들

이에 따라 지난 4월 전국 6개 지하철노조가 지하철연맹 결성을 선언하며 민주노총 탈퇴를 공언했던 만큼 서울지하철노조의 탈퇴안 부결로 인해 향후 제3노총 추진 동력은 당분간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변수는 남아 있다.

이번 서울지하철노조 투표에서 민주노총 탈퇴건에 찬성표를 던진 조합원은 3,691명으로, 전체 투표율 중 45.4%를 기록했다. 결코 적지 않은 수이다. 

정연수 위원장이 개표 이후 “오늘 비록 실패했지만 이제부터 다시 시작한다”며 “조합원들에 대한 꾸준한 설득을 거쳐 내년 중에 민주노총 탈퇴를 재시도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절반 가까이 이르는 찬성률을 염두해 둔 발언으로 보인다.

서울지하철 차량지부 지축정비지회 최병윤 대의원은 “민주노총 탈퇴안 찬반에 45% 정도가 찬성표를 던졌다”며 “현장활동가로서도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탈퇴를 못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현장 활동가 모임을 중심으로 향후 현장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인 서울도시철도 위원장은 서울도시철도의 탈퇴 재시도 방침에 “가결될 가능성은 없다”며 “궤도-지하철 노조의 단결에 있어, 민주노총을 대체하는 세력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비전은 물론 동력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그는  KT 노조, 인천지하철 노조, 쌍용자동차 노조 등 올해 초부터 진행된 일부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와 한때 주력부대 중 하나로 손꼽히던 서울지하철노조의 탈퇴 시도와 관련 “민주노총이 민주노조운동을 제대로 수행하고 현장과 좀 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노총, 성찰의 기회

허 위원장은 “현장에서 민주노총이 실질적으로 단위노조 역할에 도움을 주느냐, 실용적 부분에서 조합원 피부로 못 느낀다”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문제를 돌파하는 과정을 지금 상황에서는 별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민주노총 활동에 지하철노조가 적극 결합하지 않은 지도 오래됐다. 피부에 와닿는 활동이 없다”며 “조합이 내주는 것 외에 역할이 없다는 게 현장의 정서인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향후 지하철노조의 역할과 함께 민주노총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 역시 “향후 노동계 지형변화 전개에 따라 정연수 집행부의 민주노총 탈퇴가 시도될 것”이라며 “서울지하철노조 투표로 민주노조운동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역시 반성하는 계기가 됨과 동시에 민주노총이 앞으로 더 잘해야 성찰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궤도 사업장의 특수성과 투쟁의 파급력 생각하면 민주노총과의 직결되는 사업체계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9년 12월 21일 (월) 16:09:38 이은영 기자  ley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