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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삼권분립'? '삼위일체'로 불러야 마땅하다"

"'삼권분립'? '삼위일체'로 불러야 마땅하다"

[현장] "용산은 여전히 '금칙어'"…다시 연행된 농성자들

기사입력 2009-10-30 오후 3:36:22

 

한국 사회에서 '용산'은 여전히 '금칙어'였다. 나흘 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용산 참사 해결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시작하자마자 잡혀갔던 이들이 30일 낮 다시 잡혀갔다.

"007 작전처럼 준비한 기자회견"

'이명박정권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철거민은 무죄다! 이명박 정권이 유죄다!"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8일 열린 용산 참사 사건 1심 선고 결과에 관한 회견이다.

회견이 끝난 뒤, 범대위 관계자들이 같은 자리에서 농성을 시작했으나 30여 분 만에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단식 5일째인 이들은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 최헌국 예수살기 목사, 조희주 노동전선 대표 등 용산범대위 공동대표 등이다.

이날 회견을 준비한 이들은 이 자리에 들어서면서 "007 작전 같다"는 말을 썼다. 기자회견 및 농성 관계자들이 탄 차량에 대한 경찰의 감시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이 탄 차량은 회견장 근처에서 한동안 경찰에 가로막혔다.

▲ 용산범대위는 30일 기자회견에서 "낯선 판결문에서 낯익은 이명박 대통령의 냄새를 느낀다"고 했다. ⓒ프레시안

"삼권분립이 아니라 삼위일체다"

가까스로 시작된 회견에서 이들은 28일 열린 재판을 "법리를 무시한 정치 재판", "진실과 정의를 외면한 사법 살인"으로 규정했다.

용산 철거민들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국가 법질서의 근본을 유린하는 행위로서 법치 국가에서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한 재판부에 대해, 범대위 측은 "낯선 판결문에서 낯익은 이명박 대통령의 냄새를 느낀다"라고 했다. 이어 이들은 "이번 판결을 일부 몰지각한 판사들의 오판으로 보지 않는다"라며 "재개발 악법을 제정한 입법부, 살인 진압을 자행한 행정부, 이를 뒷받침한 사법부의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이건 삼권분립이 아니라 삼위일체라 불러야 마땅"하다는 말도 곁들였다.

"남편 잃었는데, 자식까지 죄인 됐다"…"재보선에서 확인한 反MB 민심"

이날 회견에는 지난 1월 용산 참사 현장에서 사망한 고(故)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를 포함한 유가족들도 참가했다. 전 씨의 아들인 이충연 씨는 28일 재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전 씨는 이날 기자들 앞에서 "남편을 잃고, 아들까지 죄인 취급 받는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전 씨는 아들에게 실형이 선고된 지난 28일 법정에서 "아들이 아비를 죽였다고 하는 재판이 어디 있느냐"라며 울부짖었었다. 이런 슬픔은 이날 회견장에서도 계속 묻어났다.

단식 농성을 하던 이들이 연행됐지만, 범대위 측은 활동 수위를 더 높일 계획이다. 다음달 2일 열리는 천주교 시국 미사, 다음달 7일로 예정된 전국노동자대회가 중요 계기다. 범대위 측은 "이명박 정권의 반민중적 정책에 반대하는 민심이 28일 재보궐 선거에서 확인됐다"며 광범위한 반정부 투쟁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 농성을 시작한 지 30여 분만에 용산범대위 관계자들이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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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잇는 용산 재판 비난…문화계 "하수인에 불과한 사법부"

시민, 노동단체에 이어 문화 단체도 재판부 선고 비판

기사입력 2009-10-29 오후 4:32:26

 

용사 참사 철거민에게 중형을 선고한 법원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노동계가 규탄 성명을 낸 데 이어 문화·예술인도 29일 "재판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문화연대,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9개 예술 단체는 "국민을 사지로 몰아넣고 진실마저 은폐하는 이명박 정부와 사법부를 강력 규탄한다"며 28일 재판을 비판했다.

이들은 용산 참사 재판을 두고 "최소한의 공정성도 원칙도 없었다"며 "이번 법원의 판결은 수사기록 3000쪽도 공개하지 않고,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검찰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용산 참사 1심 선고 공판에서 "철거민이 던진 화염병이 발화 원인"이라며 검찰이 기소한 "특수공무지뱅방해치사상" 죄 등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분 철거민 9명에게 각각 징역 6년과 5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문화연대 등은 "결국 검찰도 법원도 '법의 원칙'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증거 하나 없이 작위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재판을 파행으로 몰고 갔다"며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이 무수히 이어졌지만 재판부는 이를 모두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재판부가 철거민의 행동을 두고 "법치 국가에서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밝힌 부분에도 분노를 나타냈다. 이들은 "과연 무엇이 법치인가"라고 반문한 뒤 "철거민을 사지로 몰아넣는 건설 자본의 철거 행위와 이에 동원된 용역 깡패들의 폭력에는 눈을 감고 심지어 '합동 작전'까지 벌이는 것이 대한민국 법치의 기준인가"라고 비판했다.

문화연대 등은 "특공대까지 동원한 공권력의 무리한 강제 진압으로 결국 소중한 가족과 이웃을 잃고 자신마저 죽음의 벼랑 끝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이들에게 그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이 진정 그들의 법치인가"라며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에 불과한 사법부는 법치국가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을 통해 시민을 살해한 공권력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 이명박 정권의 기본이자 원칙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정의와 원칙을 지키기 보다는 정권의 하수인이 되기를 자청한 사법부의 판단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화연대 등은 "지금의 현실을 문화예술인은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용산 철거민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고 이명박 정부가 국민 앞에 사과하는 날까지 굳건히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허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