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고가를 넘었단다. 반대쪽은 저녁 7시이면 최악의 상황이다. 출퇴근 차량이 흘러 넘쳐서 유턴해서 돌아오기 쉽지 않다. 그래서 10분 정도 늦게 시작이 되었고, 숨고르기 몇 분이 있었다. 질문 3개를 줄여서 받았지만 끝난 시간은 9시 20분 이었다. 자리를 뜨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모처럼 대회의실을 꽉 채웠다. 문자 넣고 여러번 홍보한 것 때문이었을까. 참여율이 염려되어 개인적으로 또 문자를 넣고 전화를 했다. 그래서 처음 뵈는 분들이 많았다. 아는 분들이 한 두분씩 모시고 오는 바람에. 참으로 감사했다.
강사는 공군인 아버지 따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학교를 다녔단다. 대전에서는 자양초 4학년부터 동중 1학년까지 살다간 곳이라는 말로 시작을 하였다. 그리고 딸내미 김단에 대해 이야기 했다. 친한 후배가 아내에게 아빠의 교육관에 의해 단이가 희생되는 것 같다라고 걱정하더란다. 그 소리에 단이가 오히려 학원 안가는 것은 내가 선택한 것인데 라고 말을 했고, 자식의 행복과 잘 살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은 똑같지 않느냐면서 '희생'이라는 단어가 몹시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아무리 사회주의자 부모라도 아이들을 자기 이념 때문에 희생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자식의 삶이라고 부모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것을 되풀이 강조를 했다.
그러면서 진보적인 부모와 보수적인 부모의 차이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강사는 불편함이라고 말하면서 보수 부모는 아예 드러내놓고 노골적으로 하지만 진보적인 부모는 불편해 하면서 학원을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학원을 액면 그대로의 의미가 아닌 철학적 질문이었다. 우리가 착각했던 것이 있는데 진보 정권이라 일컬어졌던 시대적 착각은 정치적 민주화가 신자유주의 자본화로 변질된 것이란다. 그리고 우리들 마음 속에 이런 환경들이 자연스레 내면화 되어 효율성과 경쟁적인 구조 속에 강화되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질문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렇게 내면이 변화해가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잘 산다는 것이나 가치관, 행복관이 급작스레 변화를 크게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간이 섞어 쓴 농담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두 웃자 "웃게 한다는 것은 숭고한 일이다"라고 해서 폭소가 터지게 했다.
제주 80대 잠녀 이야기도 그가 꿈꾸는 세상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깔 수 있었다. 잠녀에게 스쿠버를 이용하면 고생 안하고 전복을 많이 딸텐데 왜 안쓰느냐고 기자가 묻자 "암, 편하지. 내가 그걸 사용하면 나머지 99명은 어쩌라구" 라는 야멸찬 한 마디로 정리를 해버리셨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이토록 철저했던 우리가 이제는 남보다 잘 살아야 하고 남보다 더 화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있다고 생각한다.
핀란드 교육을 모두들 말하고 있는데 그 핀란드 교육을 이야기 하는 속에도 "자 봐라, 이렇게 아이들을 놀게해도 이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성과주의가 스며들어 있어서 우리나라와 같은 이미 심각할 지경의 경쟁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삶에 커다란 변화를 주지 못한다.
그리고 어른들과의 관계를 벗어난 핵가족은 엄마와 아이가 코치와 선수의 관계와 같아서 아이에게 실제적인 훈육을 할 수 없게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더 이상 내몰리지 말고 저녁 뚝방에서 저녁 놀이라도 보고, 먼 산을 바라보기라도 하고 있으면 금새 " 너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라는 식의 채근만 있을 뿐이며 그 아이의 입장에서 쉬면서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불필요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임을 지적했다. 그리고 철학적인 질문에 자문자답하는 형태로 계속 이어졌다.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을 저당잡히고 있는 아이들을 조장하는 부모 세대에 대한 비튼 시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우리들이 타인에 대한 배려를 키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에 대한 생각을 좀 더 해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먹고 사는다는 것의 의미'처럼 아직도 공부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불쌍한 영혼들이 안타까왔다.
상황에 대한 인식이 알게 모르게 우리도 달라지게 하지만 되는 부분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그렇게 내면화 되어가는 부분에 대해 경계하지 않으면 자기 한계에 대한 자포자기의 양상이 확대될테고 사회문제로 대두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결국 대학 졸업장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2.5%만 취업 가능성이 있는 현실을 애써 무시하고 그래도 '끝까지' ,"하는데까지 해보자"라는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것에 대해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고 실천해야 하는지 묻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경쟁에서 판정이 나버린 것에 대해 포기하지 않는 것을 누군가는 탐욕이라고 말하지만 본인은 공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MF를 경험한 부모 세대가 자기 자식에게만큼은 그런 실직의 아픔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거의 공포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경쟁할 수도 없는 기득권들의 탐욕과 동일시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름을 확실히 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현실을 어떻게 나는 실천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숙제로 남긴 셈이다.
'교육, 생각해봅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교조의 사회적 협의체 참여는 교원평가 찬성이다. (0) | 2009.10.29 |
---|---|
'외고 폐지' 사교육비 준다 vs 안준다 (0) | 2009.10.26 |
수능성적 말고 노력하는 우리들 모습도 좀 봐주세요 (0) | 2009.10.22 |
74억 공사 중 수의계약으로 69억, 입찰로는 단 5억 (0) | 2009.10.22 |
"전교조, 사무실 비워라" 서울시교육청 가처분 기각 (0) | 2009.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