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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영상'을 사수하라- 유창선 칼럼

YTN의 돌발영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구본홍 전 사장의 등장 후 폐지되었던 돌발영상은 지난 4월에 부활하여 비판적 시사풍자 코너로서 다시 맹활약하고 있다.


돌발영상의 맛은 역시 성역없는 비판과 풍자에 있다. 최근 들어 미디어법 처리, 이명박 대통령 발언 등을 소재로 하여 날카로운 비판정신을 보여주었던 돌발영상은 지난 7일에는 쌍용차 진압을 다룬 ‘경찰을 위한 항변’을 내보냈다.


보면서 충격과 비장감이 드는 내용이었다. 쌍용차 농성 노조원들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진압의 장면들이 숨길 수 없이 고발되었다. 아무리 노조원들이 경찰에 저항하던 상황이라 해도 ‘어떻게 저럴 수가’ 하는 탄식이 터져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화면= YTN 홈페이지


대통령의 발언을 풍자하는가 하면, 경찰의 폭력진압의 실상을 내보내는 돌발영상의 성역없는 비판과 고발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겁다. 이제 돌발영상은 YTN 화면과 홈페이지만이 아니라 인터넷 곳곳에 링크되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돌발영상은 YTN 보도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이러한 돌발영상이 정부에게는 눈엣가시처럼 인식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구본홍 전 사장이 갑자기 물러난 것도 결국 돌발영상 같은 코너 하나 막지 못한데 따른 책임의 의미가 컸던 것 아니었겠는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상황에서 과연 돌발영상은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


마침 YTN의 내부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구본홍 전 사장의 사퇴로 새 대표이사로 선출된 배석규 사장직무대행의 일성은 “간부들이 무너진 기강을 바로 잡지 못하면 회사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어떤 상황이 생길지 알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어서 배 대행은 국실장들의 보직사퇴서 제출을 요구하여, 선출직인 보도국장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내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YTN 노조 측에서는 배 대행이 YTN의 보도를 무력화시킨 후 사장 굳히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강한 의심을 내치비고 있다.


더구나 YTN은 종합편성채널 사업 참여 여부 검토에 착수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종합편성채벌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정부의 눈에 잘보여야 하기 때문에, 종편채널 추진은 정부비판 보도의 자제를 요구하는 내부 설득논리로 등장할 수 있다.


돌발영상 '경찰을 위한 항변' 편


YTN 안팎의 최근 동향을 볼 때, 아무래도 YTN와 정부 사이의 제2라운드 대결은 불가피해 보인다. 청와대가 YTN의 비판적 보도들을 마냥 지켜볼 정도로 관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당장 MBC 문제가 우선적인 현안이 될 것이기에, 한꺼번에 YTN 노조와 MBC 노조 두곳과 대결하는데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일단 YTN의 경우는 내부에서 배 대행체제를 통한 체질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돌발영상은 상징적인 고리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YTN 사측에서는 돌발영상등을 어떻게든 순치시켜 대외적으로 성의표시를 하려 할 것이다. 결국 돌발영상을 지켜내는 것이 YTN을 지켜내는 것이 되는 상황이 예고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도 돌발영상을 보면서,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텐데...” 하는 가위눌린 듯한 생각이 드는 것, 이것이 우리가 처한 비극적 방송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