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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재정적자 '빨간불'…연간 목표 절반 넘어 사상 최대

1분기 재정적자 '빨간불'…연간 목표 절반 넘어 사상 최대

프레시안 | 이대희 기자 | 입력 2009.05.21 09:28

 
적자 12.4조 달해…"예산집행 몰려서"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1분기 재정적자 규모가 역대 최고인 12조4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추경지침을 마련해 예산 관리에 나섰다.

21일 기획재정부는 1분기 재정수지 추이를 발표하며 통합재정수지 적자 12조4000억 원, 관리대상수지 적자는 21조90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관리대상수지는 통합수지에서 국민연금·사학연금기금·고용보험기금·산재보상보험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 흑자를 제외한 것으로 보다 정확하게 국가재정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1분기 적자 규모는 올해 정부가 목표로 잡은 연간 재정적자 22조 원(관리대상수지 기준 51조6000억 원)의 절반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크다. 이전에 분기기준으로 가장 큰 폭의 재정적자가 난 해는 2005년으로 1분기 5조1000억 원, 2분기 12조 원을 각각 기록했다.

대규모 적자는 이미 예상된 터다. 경기방어를 위해 정부가 큰 폭의 예산을 서둘러 집행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재정사업비 257조7000억 원의 60% 수준인 156조1000억 원을 상반기 중에 집행하기로 했으며, 이 중 절반이 넘는 83조7000억 원을 1분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했다. 4월말 현재 집행 규모는 110조7000억 원(연간 진도율 43.0%).

이처럼 상반기 중 예산 집행이 서둘러 이뤄짐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예산 낭비를 줄일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최대한 많이 돈을 풀어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당초 기조를 일부 수정한 셈이다. 최근 경기회복세가 서서히 관측돼 재정정책 필요성이 이전보다 줄어든 마당인데, 굳이 예산 낭비까지 무릅써가며 재정적자 부담을 키울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정부 입장이 바뀐 대표적 사례가 지난 14일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마련한 추경예산안에 대한 '사업별 집행지침'이다. 대규모 추경집행에 따라 발생할 예산 낭비 가능성을 차단하고, 한시 지원 사업은 모두 연내 종료해 앞으로 재정 부담을 줄이자는 게 발표 취지다.

지침 발표 당시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전례 없이 큰 규모의 적자재정을 편성한 만큼 낭비나 부조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정부는 이용걸 재정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예산집행특별점검단'을 꾸려 관련 사업을 별도 관리토록 했다.

한편 야권이 이번 적자재정을 이른바 'MB노믹스' 추진에 따른 부작용으로 해석하고 공세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경 편성 당시 야권은 적자재정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으나 감세, 4대강 사업 관련 예산 등 일부 세부항목을 놓고는 정부와 목소리를 달리했기 때문이다.

 

 

재정적자 벌써 절반 소진, 너무 빠르다

헤럴드경제 | 입력 2009.05.21 10:13 

올 1/4분기에 12조원이 넘는 재정적자가 났다. 막대한 추가예산, 연이은 감세정책에 정부 곳간이 말라가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는 올해 1~3월 정부 총수입은 68조6000억원, 총지출은 81조원으로 통합재정수지가 12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잠정 집계치를 발표했다. 정부가 예상한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22조원. 불과 3개월 새 연간 전망치의 절반을 웃도는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재정 악화 속도 '너무 빠르다'

=재정부 당국자는 "올해 1/4분기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7조5000억원 줄었는데 같은 기간 지출은 25조7000억원 늘면서 통합재정수지에서 적자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4분기 통합재정수지는 20조7000억원 흑자였다. 1년 만의 재정수지 감소폭이 33조1000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 사학연금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 수지(수입-지출)를 제외한 관리대상수지 통계를 살펴보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관리대상수지 기준 금년 1/4분기 재정적자 규모는 21조90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사회보장성 기금의 역사가 짧은 편이기 때문에 아직 나가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많다.

실질 재정수지를 따질 때는 보통 관리대상수지를 많이 본다. 사회보장성 기금에서 올 1~3월 9조5000억원 흑자가 나면서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보일 뿐, 우리 정부의 실질 적자는 20조원을 웃도는 셈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출은 조기 집행에 따라 상반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수입은 월별로 일정하게 징수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조기 집행과 과거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연도 중에는 재정수지 적자가 악화될 수 있지만 올해 말에는 당초 계획(22조원 적자)에 도달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해도 외환위기였던 1999년 최고 기록(20조4000억원 재정적자)을 갈아치울 정도의 대규모 적자 부담을 져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정부, '말로만' 재정 악화 우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에서 "내년도 재정 여건은 대단히 열악하다"고 걱정했다. "내년 세수는 올해 기업 활동을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금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재정 건전성을 걱정하는 발언을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은 '립 서비스' 수준에 그칠 뿐, 구체적인 대안은 없어 보인다. "추가 감세 여지는 없다"고 밝히면서도 "그동안 진행된 것(감세정책)은 정책 신뢰도 차원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편성한 24조8000억원 규모 추가예산은 이제 막 시중에 풀리기 시작했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감세정책은 물론 상속ㆍ증여세 완화 등 국회에 계류 중인 감세정책은 그대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 유지'를 공언한 정부는 당분간 재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조현숙 기자/newear@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