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집 표제작이다. 아빠의 부재에 대한 그리움을 아주 잘 담았다. 아이들의 언어와 시선으로 간명하고 절제가 있어서 읽고 나면 긴 여운이 남았다. 좋은 작품을 여러 편 만나서 개천절 새벽에 띠지 붙이며 혼자 웃음지었다.
그런 시들을 소개하면
<떡볶이 삼백 원 어치> 마지막 연에 다 담겨져 있다.
'옆에 있던 아이는
접시를 싹 비우고 벌써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시인의 시선이 어디론가 가고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따뜻한 어른이 계시다는 것을 알려주어서 뭉클했다.
<거대한 뱃속> 정자나무 속 그늘을 보고 쓴 시였다.
'풋! 풋!
까만 수박씨처럼
우리를 뱉었다
우린 시원하게 날아갔다'
정자나무 그늘로 모인 한여름의 더위를 피해 할머니만 남고 아이들은 들낙거리는 모습을 수박씨에 비유한 것이 아주 산뜻하다.
<여름비> 비가 와서 한바탕 느티나무와 새들이 지저귀는 모습을 담았다. 꼭 느티나무가 아니더라도 여름비 한 줄기는 풀석이는 흙바닥에서 올라오는 먼지 냄새를 나게 했던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렸다.
<고드름> 지붕 이빨로 본 시인의 시선이 재미있다. 파란하늘도 물고, 해도 물려고 군침을 뚝뚝 흘리고 있다는 배포 큰 시각이 좋았다.
<패랭이 꽃> 패랭이의 입장에서 근심 걱정을 다 담았다. 요런 패랭이 마음이 우리 아이들 마음 아닐까. 걱정을 담은 마음이 군더더기가 없다.
<내가 그린 사자> 풀만 뜯어 먹는 초록 사자, 어제 그린 염소 형을 소개하고, 토끼풀 있는 곳을 알려주겠다는 아이다운 발상이 도드라진 작품이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과 아직 고기를 먹어야 하는 육식 동물이 무엇인지 모르더라도, 알고 있더라도 육식을 지양하자는 메시지를 이렇게 담아낼 수 있는가 싶어 감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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