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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교실밖 배움터 4 ㅡ열린수장고, 시립미술관 5전시실.

집에서 나설 때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시립미술관 근처에 다가갈수록 비가 굵어지다 가늘어지다를 반복했다. 좀 걱정이 되었다. 야외놀이는 완전 중단이다. 비오는 날은 잔디가 미끄러워 자칫 다치기 쉽기 때문이다. 낙담을 하고 주차장을 찾아 돌아 돌아 갔다. 나중에 나올 때 주차비가 생각보다 많았다. 

목요일에 찾아온 도자기 때문에 밀차를 가지고 대표가 나오셔서 짐을 들어주셨다. 아이들 점검하고, 모둠 배치하고, 이름 써서 가슴에 붙이고, 하모니 선생님하고 마주했다. 

오늘 일정을 설명하고 미술 감상할 때 태도와 자세를 말해주고, 좀 더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게 준비하였다. 

세미나실에서 나와 열린수장고에 들어가려는데 벌써부터 아이들이 덥다고 습하다고 야단이었다. 새 건물 냄새가 나는데 조심해서 계단을 걸어서 내려갔다. 열린수장고에서 전체를 살펴보고 그 중 자기 마음을 끄는 작품 하나를 선택해서 그 앞에 선 뒤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상을 몸으로 표현하라고 하였다. 다양한 포즈가 나왔다. 그것을 목탄으로 선으로 표현하였다. 

옆 수장고는 백남준의 '프렉탈 거북선'이다. 프렉탈 ( fractal) 또는 프랙탈은 일부 작은 조각이 전체와 비슷한 기하학적 형태를 말한다. 이런 특징을 자기 유사성이라고 하며, 다시 말해 자기 유사성을 갖는 기하학적 구조를 프랙탈 구조라고 한다. 브누아 망델브로가 처음으로 쓴 단어로, 어원은 조각났다는 뜻의 라틴어 형용사 ‘fractus’이다. 프랙탈 구조는 자연물에서 뿐만 아니라 수학적 분석, 생태학적 계산, 위상 공간에 나타나는 운동모형 등 곳곳에서도 발견되어 자연이 가지는 기본적인 구조이다. 불규칙하며 혼란스러워 보이는 현상을 배후에서 지배하는 규칙도 찾아낼 수 있다. 복잡성의 과학은 이제까지의 과학이 이해하지 못했던 불규칙적인 자연의 복잡성을 연구하여 그 안의 숨은 질서를 찾아내는 학문으로, 복잡성의 과학을 대표하는 혼돈 이론에도 프랙탈로 표현될 수 있는 질서가 나타난다.)

오전에는 불을 켜지 않아서 깜깜한 가운데 감상을 했다. 앞면, 옆면, 뒷면은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 잠근 열쇠를 만지작 거리는 아이들이 있어서 조심시켰다. 3분 감상을 돌아가면서 10여분 넘게 한 뒤 소감을 물으니 모두 지식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자기 느낌을 말하지 못해서 앞으로 계속 감상 수업을 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미나실로 돌아와 정리한 뒤 ,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잠깐 야외활동을 하였다. 밖에서 15분 정도 있었는데도 아이들이 덥다고 야단이었다. 제 5전시실은 우리 주변인데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이야기를 담은 사진전, 유화전, 설치미술을 담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생각거리만 자꾸 질문했다. 

자투리 시간에 풍선 공으로 2각, 3각, 모둠별 놀이를 진행했다. 여기서 빛나는 아이들. 역시 놀아야 한다.

그 사이에 도자기 전시회가 마련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놀라워했다. 자기 작품을 만지며 신기한 듯 귀한 듯한 표정이어서 사진으로 담았다. 이런 것도 아이들에게는 자긍심 만발이 되기 때문이다. 두 개 중 한 개만 가져왔다고 투덜대는 아이도 있었다. 탈 목걸이는 아이들에게 주지 않았다. 다음에 쓰려고 하나 싶었다. 

전시실 소감 나누기를 하고 탈을 색칠하는 동안에 런웨이 준비를 했다. 색칠하는 아이들에게 신이 나게 런웨이 BGM을 틀어놓았더니 어깨를 들썩이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런웨이 시범을 보였다. 쑥스러워서 안한다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 아이들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하고, 단독으로 한 뒤 마지막에는 모두가 다시 한번 런웨이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그런데 안하다던 녀석들까지 모두 했다. 폭소가 터지고 사이키 조명처럼 만들어주신 환경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맛보았다. 보자기가 적어서 아쉬웠다. 모자, 윗옷, 아래옷 등 3장이었으면 더 풍성해졌을 것이다. 미술은 표현이다. 몸으로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중점을 두었다. 그 중 하나가 런웨이였다. 

얼마나 힘든지 후유증이 오늘 오전까지 이어졌다. 아이들이 기뻐하니 다행이고 가장 어린 민수는 정말 힘들었고 하나도 재미없었다고 해서 따라오기 어려웠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파안대소했다. 솔직함은 잘 받아들여주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