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터진 세계의 위기 속에서 겉으로 보이는 2009년은 어느 정도는 평온한 모습입니다. 아니 훌륭하기까지 합니다. 자산시장은 끝 모를 상승을 하고 있고 비록 기저효과 때문이기는 하지만 GDP 성장률도 눈부시기만 합니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성장과 상승이 과연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하나의 신호일 수 있을까요? 불행히도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버냉키는 틈이 날 때마다 미래의 투기적 버블의 잠재적 위험성을 피하기를 원한다고 말하고 있고 재무장관 가이트너는 미래의 부채 재앙을 피하기 위해 금융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발언은 듣기 좋은 수사에 불과한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이들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세계를 위기로 몰아 넣었던 파생상품 시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거나 오히려 그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오히려 거대 메가뱅크들의 위험한 장난을 묵인하거나 방조하고 있습니다. 파생상품은 2008년 세계를 위기로 몰아 넣었던 주범입니다. 그것 때문에 베어 스턴즈, 리만 브라더스, AIG를 비롯한 수 많은 금융기관들이 파산했거나 파산 직전까지 몰렸으며 그 여진은 아직도 계속되어 두바이의 몰락 등이 있게 된 것입니다. 파생상품 시장은 줄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3분기말 기준으로 미국의 은행들이 보유한 액수만 해도 200 조 달러를 상회합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직도 메가 뱅크 5개가 미국은행 보유 파생상품 총액의 97%를 갖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위험이 극도로 치우친 것입니다. 이들 5개 금융기관은 JPMorgan Chase, Goldman Sachs, BOA, Citibank 마지막으로 Wells Fargo 입니다. 작년과 하나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2. 특히, JPMorgan은 BOA와 Citibank가 보유한 파생상품 금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약 80 조 달러의 파생상품을 갖고 있습니다.
3. 문제는 이들 파생상품의 96%가 점두거래 즉, 장외시장에서 거래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지들끼리 사고 판 것입니다.
4. 문제는 또 있습니다. AIG와 같은 보험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파생상품 규모는 위 금액에 포함이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인 파생상품 규모는 어떻게 될까요? BIS에 따르면 장외시장에서 거래된 파생상품 규모는 약 600조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비록 총 규모는 2008년 보다 줄었으나 주목해야 할 점은 2008년 말부터 다시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명목액 기준입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단위는 10억 달러 입니다. 2007년 6월 2007년 12월 2008년 6월 2008년 12월 2009년 6월
516,407 595,738 683,814 547,371 604,622
위 표를 보시면 세상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각국의 중앙정부는 파생시장을 규제한다고 떠들고 있으나 실제로 파생시장은 과거로 회귀해 괴물로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가 이 괴물을 상대하는 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무자비한 구제금융과 제로 금리를 통한 엄청난 통화확대정책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정책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자산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투기적 버블을 키우는 것’ 이것이 바로 세계가 추구하고 있는 이상이자 목표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은 근본적인 치유가 아니라 대증요법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실체적 진실은 곪은 환부가 터지듯이 새로운 위기들이 계속 양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입니다. 이미 상업용 부동산의 무수익 여신은 즉, 깡통 자산은 미국의 중소 은행들을 파국으로 내몰고 있는 실정입니다. 올 한 해 수 많은 미국의 중소은행들이 파산했으며 파산 대기중인 은행만 50여 개에 달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예를 들려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파생상품 시장 중 금리에 관련된 파생상품 시장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함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2010년에 세계를 가장 큰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잠재적 폭탄은 바로 이자율 관련 파생상품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이 시장은 CDS등 신용 파생상품 시장보다 그 규모가 큽니다. 과연 세계는 무자비한 통화팽창정책 및 재정정책을 어느 정도나 감내할 수 있을까요? 현재 강제로 억눌려 있는 금리가 내년에 폭발하기 시작한다면 감독의 규제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이미 괴물로 성장한 이자율 관련 파생상품 시장은 분명 세계를 위기로 내몰 것이 틀림 없습니다. 미국 OCC(통화감독국)의 2009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 파생상품의 규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미국 은행들은 총 172.5조 달러에 상당하는 금리 파생상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신용관련 파생상품의 13배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2. 즉, 미국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파생상품 대부분(약 85%)이 금리 파생상품이란 얘기입니다. 도대체 그들만의 흥겨운 파티는 언제, 누가 나서서 끝낼 수 있을까요? 진정 세계는 파국을 보고 나서야 이 미친 놀음을 멈출 것인지…… 승자독식의 세상, 일등만을 기억하는 세상, 대마불사의 세상. 이 참혹한 세상 속에서 그래도 세상은 누가 뭐래도 올곧은 이름없는 민초들이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믿어야만 하고 믿을 수 밖에 없는 한 해가 가고 있습니다. 부디 따뜻한 연말연시 되시길 진정으로 빌며 올 한 해를 마감합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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