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아무 조건·전제 없이 교원 평가제 논의 참여"
6자 협의체 참여 최종 발표…"교사 헌신 매도하지 말아야"
기사입력 2009-11-13 오후 2:58:14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원 평가제 법안을 논의하는 6자 교육 주체 협의체를 두고 "어떤 조건과 전제 없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참여를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은 13일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너진 공교육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교원의 전문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논의를 하겠다"며 "다른 단체 역시 열린 자세와 마음으로 참여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종걸 위원장은 계류 중인 교원 평가제 법제화를 논의하고자 여야 의원을 비롯해 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학부모 단체 등 6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임시 중앙집행위원회, 대의원대회에서 참가 여부를 논의했지만 내부의 반발로 결정을 미루다, 지난 10일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참가를 최종 결정했다.
"이번 협의체, 5년간 갈등에 획을 긋는 자리가 되어야"
정진후 위원장은 "현행 교원 평가제인 근무평정의 개혁 문제와 시범 실시중인 교원능력개발평가의 타당성과 합리성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하여 교원전문성 신장을 위한 합리적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수렴하고, 이를 어떻게 학교운영과 교육 활동에 반영할지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일각에서 전교조의 협의체 참여를 두고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며 "이번 6자 협의체는 지난 5년간의 교원전문성 향상 방안을 둘러싼 갈등에 일정한 획을 긋는 자리여야 하며 더 이상 교단을 갈등과 반목의 장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시기, 교원단체와 교육당국과의 갈등과 대립으로 국민과 학부모님들께 실망과 서운함을 안겨드린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전교조의 활동은 단순한 교사 이기주의가 아니라 공교육의 발전을 위한 진정한 대안이 무엇인지를 찾으려는 진지한 활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교사들은 학교 안에서 비민주적 학교 운영에 의해 소외되기 일쑤였으며, 학생들을 위한 헌신과 노력 또한 쉽게 왜곡됐다"며 "그 분들의 자긍심이 제도적으로 보호되고 헌신과 노력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강구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전교조는 6자 협의체에 앞서 네 가지 의제를 제시했다. 전교조는 △부적격 교원에 대한 합리적 해결 방안 제시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 운영과 교육 활동에 의견을 개진하고 반영할 수 있는 방안 마련 △통제와 감시가 목적이 아닌 교육 주체가 함께 협력하는 교원전문성 신장 방안 제시 △승진 구조 개혁이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후 위원장은 "더 구체적인 내용은 협의체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제시하겠다"며 "희망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교원 평가를 두고 여전히 엇갈리는 내부 의견을 통합하는 방안을 두고 "교사의 제대로된 의사와 정서를 국민들에게 알려나간다면, 내부의 의견도 통합되리라 확신한다"며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헌신과 노력이 더 이상 왜곡되고 매도되지 않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 이번 논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교조와 교총 등 양대 교원 단체가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힘에 따라 6자 협의체는 조만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종걸 의원실 측은 "양당 교과위 간사와 논의를 해서 가능한 한 빨리 협의체를 운영하겠다"며 올해 안으로 교원평가제 법제화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 본부(위원장)가 협의체 참여에 왜 그렇게 목매는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
상급기관에서 부결된(정확히 표현하면 유회에 의해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한) 사항을 하급기관에서 결정하는, 민주주의 최소한의 원칙마저 저버리면서 왜 그토록 협의체 참여를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일까?
협의체의 참여가 교원평가 수용을 전제로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외한다할지라도 협의체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그리 많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사실 협의체는 처음부터 그 구성 자체도 불투명한 것이었다. 정부기구가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의회 내에서 다수파를 형성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참여를 결정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참여한다할지라도 협의체의 의미를 최소화시킬 것이다. 법제화 전에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할 기회를 갖는 정도로 의미를 격하시킬 것이 뻔하다. (국민의 여론 지지도 높은 사안을 가지고 다수파인 한나라당이 소수파인 민주당에 끌려 다닐 리 없지 않은가?)
본부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본부의 의도를 대략 두 가지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교원들의 격심한 반발을 살 교원평가 법제화 국면에서 본부가 뭔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교원평가 반대 투쟁을 조직할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협의체에 참여하여 독소조항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독소조항을 제거하면 성과로 선전하고, 그렇지 못하면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임으로써 면피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두 번째일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본부는 내년 교육감 선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본부가 구상하고 있는 교육감 선거의 큰 그림은 민주당까지 연대하는 선거판을 짜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교원평가가 이런 연대를 구축하는데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교원평가는 다 알다시피 민주당 정권에서 처음으로 입안한 것이고 따라서 교원평가가 연대 구성에 방해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나 자유주의 세력 그리고 중간계급들과 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하여 본부에서 교원평가를 수용 입장을 공표함으로써(즉 협의체 참여함으로써) 갈등의 여지를 사전에 봉쇄하려는 것 아닐까?
민주당이 연출을 담당하여 판을 만들고 전교조가 주연 배우로서 이 판에서 교원평가 수용 입장을 가시화시키고, 민주당(자유주의 세력)의 대변인의 역할을 하는 한겨례가 사설까지 동원하여(일개 노동조합의 사소한 내부 문제에 대하여) 전교조 본부를 응원하는 선전공세를 취함으로써 한 판의 무대가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기본은 선거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운동과 대중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선거 전술이 필요하다면 대중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전술적 공간으로서 의미를 두어야 한다. 대중 운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선거의 성과는 허망할 수밖에 없다.(노무현 정권이 기대와 달리 자본편향적이고 신자유주의에 경도된 것은 노무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운동의 허약함을 반영하는 뼈아픈 현실인 것이다,) 문제는 선거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운동과 대중 투쟁을 방기하면서까지 오로지 선거에만 집착하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선거를 위해 대중의 분노와 투쟁을 억압하고 있는 것이 현재 본부의 모습이다.
물론 현재 전교조의 대중투쟁의 동력이 매우 저하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교원평가의 현실화, 일제고사 강제 시행, 정보 공개, 학교장 독재체제 강화(일명 학교자율화), 미래형(입시중심) 교육과정, 고교다양화(평준화 해체 및 고교 서열화 확대) 등의 전면적인 시장화 공세에 직면한 교원들은 불안과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이러한 교사 대중의 불안과 불만을 조직하기 위하여 다양한 교육 선전 활동을 전개하고 낮은 수준의 투쟁부터 착실하게 조직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중장기적으로는 이런 시장화 공세의 숙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입시경쟁교육체제를 허물어뜨리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 나가 이를 대중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 숙주가 건재하는 이상 시장화 공세에 반대하는 투쟁은 열세를 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 숙주로부터 기생하는 교육시장화라는 세균의 번식 속도가 우리의 반대 투쟁 속도보다 더 빠르기 때문이다. 입시폐지-대학평준화를 중심으로 무상교육, 대안교육과정 및 새로운 학교 시스템 구축 등을 핵심으로 하는 대안을 하루 빨리 정비하고 전교조 주력 사업으로 설정해야 한다. 문제는 임계질량(초기 핵폭발을 위한 최소한의 질량)을 마련하는 것인데, 전교조가 단일한 목소리를 낼 수만 있다면 충분히 대안 투쟁도 임계질량을 돌파할 수 있다.
따라서 협의체 참여의 찬반 논쟁은 단순히 협의체 자체의 문제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
대중투쟁 방기(또는 억압) - 선거 올인론 대 대중투쟁 활성화- 대안투쟁으로 확대라는 두 입장의 대립인 것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가장 보편적 조직이다. 노동 계급의 입장에서 경제투쟁과 사회운동과 정치투쟁을 전개하는 단위이다. 자유주의 세력과 연대를 우선시하고 중간계급의 여론획득을 중시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 노동조합이라는 틀과 걸맞지 않다. 진정 그런 노선의 유지를 원한다면 그 역할을 훨씬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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