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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돈 풀고, 세금 깎아줘 2분기 깜짝성장

정부 돈 풀고, 세금 깎아줘 2분기 깜짝성장
[분석] 2분기 한국경제 성적표 들여다 보니... 착시효과 속 하반기엔 불확실
09.07.24 15:16 ㅣ최종 업데이트 09.07.24 15:22 김종철 (jcstar21)

  
한국은행의 ‘2009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2분기 GDP는 전기 대비 2.3% 증가했다. 1분기 당시 0.1% 증가보다 크게 오른 수치다.
ⓒ 한국은행
경제성장률

 

24일 올해 2분기 한국경제 성적표가 나왔다. 2.3% 성장. 지난 1분기에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깜짝 성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예상했던 수준이다.

 

작년 말 이후 정부가 수십조 원에 달하는 돈을 시중에 풀고, 자동차 등 각종 세금 감면 등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킨 측면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 같은 정부 정책 효과로 인해 성장률이 최소 1.5%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등의 효과를 빼고 나면 실제 경제주체들의 자체적인 경제 성장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작년 4분기 이후 각종 경제 지표가 큰폭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번 성장률은 일종의 착시효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성장률의 비교를 바로 직전인 올 1분기가 아닌, 작년 같은 기간의 2분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마이너스 성장의 폭 자체는 줄었지만, 한국경제가 침체의 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2분기의 깜짝 성장이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느냐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전문가들 대부분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상반기에 재정 투입이 집중 됐기 때문에 (하반기에) 재정 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 등을 반영하면 자생적인 경기회복은 다소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1분기보다 크게 오른 2분기 경제수치들... 착시효과?

 

먼저 한국은행이 이날 내놓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0)를 보면, 지난 1분기보다 GDP가 2.3% 증가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전기 대비 2.3% 성장은 2003년 이후 가장 높다.

 

좀 더 들여다 보면, 이같은 성장을 이끌었던 쪽은 소비와 투자였다. 민간소비가 3.3% 늘었다. 작년 1분기 때 1.1%, 2분기엔 -0.2%, 3분기 0%, 4분기엔 무려 -4.6%, 올 1분기도 0.5%였다. 한 마디로 극심한 소비부진이었지만, 올 2분기는 큰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8.4% 증가했다. 작년 4분기에 -14.2%, 올 1분기에도 -11.2%를 보였던 투자가 2분기에만 무려 20% 포인트 가까운 상승을 보인 것이다.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5.1% 늘었다. 지난 1988년 1분기 때 5.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GDI는 작년 3분기에 -3.3%, 4분기에도 -2.2%였고 올해 1분기에도 0.1%에 그쳤었다.

 

이같은 '깜짝' 성장률이나 각 부문별의 지표가 높게 보이는 것은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 수준이 크게 낮은 측면도 있다. 일종의 '착시효과'인 셈이다.

 

2분기 성장률을 올 1분기가 아닌, 작년 2분기와 비교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2.5% 성장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 따지면 성장률은 작년 4분기 -3.4%, 1분기는 -4.2%를 기록해 3분기 연속 큰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소비와 투자도 마찬가지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교해 보면, 민간소비도 마이너스 1.1%로 돌아선다.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17%로 바뀌게 된다. 이들 소비와 투자 등도 전년 동기 대비로 계산하면, 작년 4분기 이후 여전히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을 올 1분기가 아닌, 작년 2분기와 비교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2.5% 성장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 따지면 성장률은 작년 4분기 -3.4%, 1분기는 -4.2%를 기록해 3분기 연속 큰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 한국은행
경제성장률

 

재정적자 감수해가며 승용차 세금감면으로 GDP 0.8% 끌어올려

 

무엇보다 이번 전기 대비 큰폭의 성장세는 정부의 대대적인 재정지출 등의 정책 때문이다.

 

한은 이날 자료를 통해, 2분기 성장률이 크게 오른 이유로 ▲승용차 구입 등에 대한 세제혜택으로 민간소비가 늘었고 ▲정보통신과 석유화학 제품 중심의 수출이 좋았으며 ▲정부의 재정지출도 많았고 ▲설비투자도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정부가 작년 말부터 시중에 수십조 원에 달하는 돈을 풀면서, 1년재정의 60%를 상반기에 집행했다. 그만큼 시중에 떠도는 돈은 크게 늘었고, 승용차 등 각종 세금감면 혜택도 실시하면서 소비를 부추겨왔다.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GDP 성장률 2.3% 가운데 승용차 세제혜택이 (GDP 성장의) 0.8%포인트 정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성장)기여도는 1분기 대비로는 계산되지 않았고 작년 동기대비로는 1.9% 포인트 가량으로 계산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에선 이를 전기 대비로 바꿔 계산할 경우 대략 0.7∼0.8% 포인트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감세와 추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해서 2분기 성장률을 1.5% 포인트 이상 끌어올린 셈이 됐다. 결국 정부의 경제정책 효과를 뺀 경제 주체들에 의한 자체적인 성장률은 1%도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감세와 추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해서 2분기 성장률을 1.5% 포인트 이상 끌어올린 셈이 됐다. 결국 정부의 경제정책 효과를 뺀 경제 주체들에 의한 자체적인 성장률은 1%도 안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 한국은행
경제성장률

 

하반기에도 성장세 이어질까... "고용 좋아지지 않으면 어렵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경기 침체의 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이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느냐다. 한은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유는 2분기의 높은 성장을 이끌었던 정부의 재정지출과 세제혜택 등의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성장의 기본이 되는 고용 부문이 여전히 부진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보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 국내 수출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이밖에 시중에 떠도는 막대한 유동성으로 최근 서울 강남을 비롯한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자산 거품 가능성도 향후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고용사정이 빠르게 좋아질 가능성이 그리 큰 것 같지 않다"면서 "고용이 좋아지지 않는 내수가 작년 2분기처럼 빠르게 회복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어 "(하반기에) 정부의 재정투입 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 등을 반영하면 자생적인 경기회복은 다소 불확실성이 크다"며 "세계경제 역시 빠르게 회복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미국경제에 대한 '더블딥(경기 회복후 다시 침체)' 우려도 있어 향후 우리 수출도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고용부문이 여전히 부진하고 소득도 크게 나아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3분기에는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