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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시대착오도 유분수지- '대한늬우스'에 대한 추억은 독재의 아픔뿐

 

너희가 하면 농담 같지 않단 말이다"

[기자의 눈] 이명박 정부는 '코미디'도 무섭다

기사입력 2009-06-25 오후 6:21:33 

영화 <오! 브라더스>에서 봉구(이범수 씨 분)는 실제 나이는 12살이지만 조로증에 걸려 30대 중반의 외모를 갖고 있다. 게다가 공포영화 <사탄의 인형>을 자주 보는 탓에 표정도 험악해서 형과 함께 채무자의 돈을 받아내는 일을 한다. 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는 주변 사람들을 겁먹게 하는 12살 봉구의 천진난만한 행동.

요즘 이명박 정부를 보면 이 '봉구'가 생각난다. 가령 국가정보원이 제59주년 6·25 계기 안보 홍보 이벤트라며 준비한 '안보신권'이 그렇다. 국정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좌익사범' 식별 요령과 '111' 신고 등을 홍보하는 "국가정보원이 전수하는 대한민국 수호권법 안보신권"이라는 제목의 플래시를 내보내고 있다.

▲ 국정홍보원이 낸 '대한민국 수호권법-안보신권' 플래시 파일 중 일부. ⓒ국가정보원


나름 요즘 트렌드대로 분위기는 '복고'에 '코믹'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웃을 수만은 없다. 국정원이 선정한 '간첩·좌익사범의 행동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PC방 등지의 외진 구석에서 인터넷을 이용하여 불순 내용을 게재, 전파하고 PC 작업 후 황급히 자리를 이탈하는 사람
2. 남북경협 · 이산가족 상봉 등을 구실로 통일운동을 하자는 사람
3. 반미·반정부 집회에서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폭력 시위를 조장하는 사람
4. 김일성 부자 등을 게임 캐릭터 등에 사용하면서 찬양하는 사람
5. 군사, 산업 시설을 촬영하거나 경비 실태를 탐문하는 사람


그에 따른 캐릭터 특징은 △등지고 PC로 작업하는 모습 △손을 얼굴에 대고 은밀하게 말 거는 사람 △막대기를 들고 시위하는 사람 △김일성 love가 쓰인 피켓을 든 사람 △카메라를 가지고 몰래 찍는 모습이다.

ⓒ국가정보원


이런 기준을 염두에 두니 생각나는 사람이 많다. 급한 상황이 생기면 PC방을 찾아 구부정한 자세로 기사를 송고하는 모 기자,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남북경협'을 추진해온 현대 아산 직원들 역시 위험하다. 막대기를 들고 시위하는 뉴라이트 및 보수단체 어르신과 컴퓨터게임 '슈퍼마리오'를 본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풍자한 동영상을 보신 분들도 주변을 잘 살펴야 할 것 같다.

국정원의 이 기괴한 플래시는 아직까지는 '농담'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과장해서 설정한 기준인가 아니면 진짜 이런 기준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6.25를 맞아 신고 의식을 제고하고 누구나 더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당연히 진짜 기준은 아니다. 그렇게 곡해하면 곤란하다"며 웃었다.

시민의 '입'은 막고 '웃자'고 선동하는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모르겠지만 '코믹'과 '공포'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5일부터 전국 52개 극장 190개 상영관에서 상영하기로 한 '대한늬우스-4대강 살리기'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문화부는 "정부 정책을 코믹하게 다뤄서 친근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람 거부 운동'까지 벌어지는 여론에 항변했다.

문화부의 주장은 1970년대 군사독재의 상징인 '추억의 대한늬우스'를 비틀어 '재미있는 정부 광고'를 하는, 일종의 '패러디'라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한 누리꾼의 댓글 중에는 시민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아주 정확한 촌평이 있었다. "어우야 웃기지 마, 너희가 하면 농담같지 않단 말이다." 실제로 그렇다. 영화 속 '봉구'가 보여주는 것처럼 아무리 웃기는 표정도 사채업자가 채무자에게 하면 '공포'가 아닌가.

이명박 정부 스스로 박정희 시대로 회귀하는 반민주적 정책을 추진하면서 스스로 '코믹'과 '친근'을 표방하면 누가 웃을 수 있겠는가. 문화부나 국정원 관계자들의 반응을 보면 스스로는 정말 재미있는 모양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말 광장마다 배치된 경찰로 위축된 시민들, '2MB'라는 표현조차 제약당한 누리꾼들의 분위기를 모른단 말인가?

'민주주의의 퇴행이자 훼손'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공안정국'을 '농담'삼을 수 있는 정부가 징그럽다. 스스로 '독재'의 얼굴을 하고 '박정희 시대'를 패러디하며 '웃자'고 선동하는 이명박 정부에게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이 없다'는 '사이코패스'를 연상한다면 과장일까.

/채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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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뿔났다 “개콘 시청 거부하자”
대한뉴스 출연 개그맨들, 취재 불응…"신봉선, 바빠서 출연 못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홍보영상인 ‘2009 대한늬우스(☞관련기사 보기)’에 출연한 개그맨 김대희, 장동민 씨에 대해 네티즌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이들이 출연한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 대한 시청거부운동을 벌이자는 제안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늬우스' 출연한 개그맨들

이와 함께 개콘 ‘대화가 필요해’ 코너에서 이들과 함께 출연한 신봉선 씨가 ‘2009 대한늬우스’에 출연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네티즌들의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김대희 씨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지지 조직인 ‘한사랑자원봉사단’ 활동을 한 적이 있다.

   
  ▲'2009 대한늬우스' 홍보사진 (사진=문광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의 ‘대한늬우스 부활’ 방침과 개그맨들의 출연 소식이 알려지자, 25일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는 네티즌들의 비판 글이 쇄도하고 있다. 네티즌 ‘천재학 박사(닉네임)’에 올린 ‘개그맨 김대희 장동민 양희성을 심판합시다’라는 글에는 이날 오전 현재 15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그는 “(선배 연예인인) 유인촌 장관이 찍으라고 해서, 4대강 살리기 영상을 찍다니,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저따위 것’을 찍어 돈을 번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며 “개콘의 시청을 거부하고 그들을 심판하자”며 이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들 '미운 털'은 평생 간다"

댓들을 단 ‘rushof’는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3년 반이면 끝나지만, 연예인에 대한 국민들의 ‘미운털’은 평생 간다”고 말했다. ‘자유교감’은 “개인적인 정치성향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국가의 생명줄’을 담보로 추진되는 사업에 촬영협조를 한다는 건 양심상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6월 27일 떡데이’는 “개그맨은 사회 풍자를 하면서 국민들에게 웃음과 위안을 주어야 한다”며 “국민들이 반대하는 정책의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허탈한 웃음 밖에 주지 않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나라사랑’은 “탤런트 권해효 씨를 조금이라도 본 받아라”며 일침을 가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당사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25일 다음 아고라에는 김대희 씨 등 개그맨들의 '2009 대한늬우스' 출연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김대희 씨 매니저인 김재갑 씨는 25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대한늬우스’와 관련된 내용은 일체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며 “워낙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서 다시 통화하자”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장동민 씨 메니저인 이동렬 씨도 “소속사에서 대한늬우스와 관련된 어떠한 것도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입 다문 김대희 장동민 씨

신봉선씨가 ‘2009 대한늬우스’에 출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의 매니저인 조홍선 씨는 <레디앙>과에 통화에서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스케줄이 너무 많아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문광부의 외주를 받아 ‘대한늬우스’를 제작한 팀 픽쳐스의 선문국 씨도 “당시 신 씨가 일정이 바빠서 섭외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하성진 문광부 뉴미디어홍보과 사무관은 “‘대한 늬우스’라고 해서 옛날의 그 대한뉴스는 아니”라며 “4대강 살리기 홍보물을 제작하기 전 내부회의에서 국민들이 대한뉴스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광고의 이름을 ‘대한 늬우스’로 지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가족여행과 목욕물 편 등 총 2편으로 구성된 ‘2009 대한늬우스’는 ‘대화가 필요해’ 형식에, 개그맨 김대희 장동민 양희성 씨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대화하는 1분 30초 분량의 코믹 정책홍보영상으로, 이달 25일부터 한 달간 전국 52개 극장 190개 상영관을 통해 선보이게 된다.

2009년 06월 25일 (목) 12:59:10 손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