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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인내…대북 '실용론' 효과 볼까

MB의 인내…대북 '실용론' 효과 볼까

PSI 전략적·탄력적 대응…대북 접근법 '실용주의' 강조

[ 2009-04-22 05:00:00 ]

CBS정치부 정재훈 기자정재훈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문제에 대한 혼선으로 정부와 청와대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고 있다. 손에 든 패가 가뜩이나 부족한 마당에 그나마 상대에게 모두 보여주면서 북한의 수에 말려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 PSI 세 차례 연기…'양치기 정부'

지난 5일 북한의 로켓 발사 직전부터 PSI 전면참여 입장을 밝혔던 정부는 공식발표를 세 차례나(15일 오전→오후 또는 16일→19일 오후→남북 접촉 이후) 연기했다. '양치기 소년'이란 오명까지 쓰게 됐다.

'PSI는 남북관계와는 무관하게 진행하는 것'이라는 기존 원칙도 남북 당국자간 접촉을 연기사유로 내세워 스스로 뒤집고 말았다.

청와대와 외교부, 통일부의 엇박자로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문제점마저 노출시켰다.

◈ MB "우리는 나무를 심는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의 단면이 그대로 읽혀진다.

정부의 연이은 말바꾸기와는 달리 이 대통령은 PSI와 관련해 한
목소리로 일관했다. '전략적, 실용적 대응'이다.

이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PSI 전면 참여 방침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명분은 대량살상무기와 테러 방지를 위한 국제협력 차원의 대책이었다.

이는 북한 로켓 발사 다음날인 6일 여야 3당 대표 초청 조찬회동에서도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나는 강경주의자가 아니다. 실용적인 입장에서 북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며 '남북관계의 정상화가 최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로켓 발사 당일에는 "(PSI 참여가)시기적으로 적절한가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신축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마침 식목일을 맞아 "북한은 로켓을 쏘지만 우리는 나무를 심는다"는 말도 했다.

정부의 발표연기는 모두 이 대통령이 관계 부처 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한 뒤 나왔다. 외교안보라인이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 MB, 대북에도 '실용' 접목

보수진영에선 PSI 즉각 참여를 요구하면서 이 대통령의 미적거림(?)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런 반발을 무릅쓰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말대로 '실용'에 기초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말 G20
런던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의 로켓발사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 반대한다"면서 "
대화 창구를 열어놓기 위해 개성공단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관계 정상화와 상생'이라는 대명제를 위해 소통의 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난한 인내심이 요구되는 전략이다.

판을 깨뜨리지 않고 상대의 수에 따라 최선을 찾겠다는 이 대통령의 대북 실용론.

하지만 21일 현 정부들어 첫 남북 당국자간 접촉은 일곱 차례에 걸친 예비 접촉 끝에 11시간여 만인 오후 8시 35분쯤 시작됐지만 개성공단 특혜조치 재검토 등의 결과만을 남긴 채 22분만에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