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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신경민 아나운서 마지막 클로징멘트

◀ANC▶

회사 결정에 따라서 저는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지난 일 년여,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힘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구석구석과 매일 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을 믿습니다.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

◀ANC▶

월요일 뉴스데스크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신경민, 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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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 '클로징' 멘트 "언론 비판 이해하지 못해 답답했다"

"할 말 많지만 여기서 클로징…희망의 내일이 언젠가 올 것"

기사입력 2009-04-13 오후 10:12:36 

신경민 문화방송(MBC) 앵커가 13일 <뉴스데스크>에서 자신의 마지막 진행임을 알리며 뼈있는 '클로징 멘트'를 날렸다.

신경민 앵커는 이날 <뉴스데스크> 진행을 마치며 "회사의 결정에 따라 오늘자로 물러난다"며 "지난 1년여 동안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에 대한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이런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다"며 "구석구석과 매일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을 믿는다"고 했다

그는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뉴스데스크>는 신경민 앵커의 교체 결정과 '제작거부'까지 결의한 MBC기자회의 반발 등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 둔 클로징멘트"

이에 앞서 신경민 앵커는 <뉴스데스크> 진행 전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 클로징 멘트는 오래 전부터 생각해 둔 것을 하게 될 것"이라며 "언젠가는 끝이 있기 때문에 떠날 날에 대비해 클로징 멘트를 생각해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에 했던 '클로징 멘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클로징 멘트에서 "올 한해 클로징 멘트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원칙이 숨 쉬면서 곳곳에 합리가 흐르는 사회였다. 그것은 민주주의,책임,신뢰,안전이었고 힘에 대한 감시와 약자 배려를 뜻한다"면서 "내용을 두고 논란과 찬반이 있다는 점 알고 있다. 불편해 하는 분들에게 미안하지만 이 꿈과 소망은 바꾸거나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함께 가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앵커는 경영진의 교체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냐는 질문에는 "생각 중"이라며 "기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만큼 특별한 내용을 담을지, 필요한 말을 할지에 대해 결정 사항을 보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엄기영 사장이 자신의 교체 결정을 알리며 '공정'과 '균형'을 강조한 것을 두고 "엄 사장은 내 뉴스 진행이 불균형, 불공정하다고 봤나보다", "내 진행이 뉴스 경쟁력이 없다고 봤나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채은하 기자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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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정면 충돌'…'보도국장 불신임·지역 뉴스 송출 중단'

사상 초유 불신임 투표·송출 거부…신경민 앵커 교체 결정 반발 확산

기사입력 2009-04-13 오후 9:03:58 

문화방송(MBC) 경영진과 보도국 기자들이 정면 충돌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MBC 기자회는 경영진이 13일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의 교체를 확정하자 마라톤 기자 총회를 통해 △ '제작 거부'를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전영배 보도국장의 불신임을 가결했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본부장 이근행)도 △보도국장 퇴진 △엄기영 사장 사과를 촉구하면서 13일부터 서울 여의도 경영센터 10층 임원실 앞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또 19개 지역 MBC 노조는 14일 오전 9시부터 보도국 기자들이 제작 거부를 마칠 때까지 서울 MBC 본부로 뉴스 송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공정 방송' 의지 없는 보도국장과 일할 수 없다"

MBC 평기자회는 이날 연 기자 총회에서 전영배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벌여 총 96명 중 불신임 93표, 신임 2표, 기권 1표로 압도적인 표차로 전 국장에 대한 불신임을 가결시켰다.

MBC 기자회가 보도국장에 불신임 투표를 진행·가결한 것은 초유의 일로 1996년 보도국 내의 반발 여론에 밀려 추성춘 국장이 자진 사퇴한 것이 비슷한 사례로 유일하다. 기자회의 불신임 투표는 보도국장의 거취에 대한 '구속력'은 없으나 전체 기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경영진과 전영배 국장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된다.

MBC의 한 기자는 "경영진과 보도국장이 정치적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는 이상 기자들은 이러한 경영진, 보도국장 아래에서는 더 이상 보도할 수 없음을 분명히 나타낸 것"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경영진과 보도국장에게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MBC 기자회의 불신임 결정에는 전영배 국장이 신경민 앵커 교체 건과 관련해 "보도국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하다 '신경민 앵커 교체는 불가피하다'고 말을 바꾼 것이 컸다. 한 기자는 "보도국장이 말을 뒤집은 것은 분명한 잘못이며 불신임의 충분한 사유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기자회의 불신임 결정은 전영배 보도국장의 보도 기조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MBC의 한 관계자는 신경민 앵커 교체건을 두고 "사실 되짚어보면 지난 1월 전영배 보도국장이 바뀌면서부터 경영진의 '정권 굴복'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서울대 정치학과 1년 선배이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사람을 보도국장으로 선임한 것 자체가 뉴스에서 정권에 굴신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MBC 기자회가 전용배 보도국장 교체를 요구하며 '제작 거부'를 계속함에 따라 엄기영 사장은 보도국의 요구를 무시하고 대립을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보도국장 퇴진 요구를 받아들여 사태를 일단락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 MBC 기자회가 13일 MBC 경영센터 1층 D 공개홀에서 총회를 갖고 신경민 앵커 교체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프레시안
MBC 경영진 "'강성'은 <뉴스데스크>에 맞지 않아"

한편, 이날 엄기영 사장의 '신경민 교체 강행'은 MBC 경영진이 앞으로 추진할 '정치적 성격'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이날 엄기영 사장은 신경민 앵커의 교체 이유로 '공정성'과 '균형성'을 원인으로 지적해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멘트로 대변되는 "이명박 정부과 각을 세우는 MBC"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송재종 보도본부장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신경민 앵커의 교체의 이유로 "시청률도 하나의 요인이지만 국민으로부터 더 신뢰받고 선호되는 뉴스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신경민 앵커의 '색깔'을 다시 거론했다.

송재종 본부장은 이날 경영진의 결정을 '친구'에 비유하면서 "친구들 중에는 강성이고 공격적인 친구가 있다. 그는 불의에 굽히지 않지만 눈총을 받기 쉽다. 또 어떤 친구는 사안을 바라보고 바로잡는데 있어서 설득과 이해에 더 주력하는 친구가 있다. 또 아예 외면하는 친구가 있다"면서 "그중 뉴스가 갖는 역할을 찾자면 두 번째가 가장 최선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송재종 본부장은 "지금 <뉴스데스크>가 경쟁력이 쳐저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며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대상을 염두에 둔 비판을 해야 한다고 본다. 신경민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의 색깔에 '설득'과 '친금감'을 연관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본색' 드러낸 엄기영, 노조는 어떻게?"

이러한 경영진의 태도는 MBC 내부에서부터 비판을 샀다. 당사자인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도 사측이 '공정성'과 '균형성'을 내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 "할 이야기는 많지만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엄기영 사장이 보기에 신경민의 보도가 불균형, 불공정했다고 보는가 보다. 내가 뉴스 경쟁력이 없다고 보는가 보다"며 납득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MBC의 한 관계자는 "엄기영 사장부터 경영진이 나서서 뉴스의 '공정성'과 '균형성'을 거론한다면 그간 MBC 보도가 불공정하고 불균형했다고 자인하는 것이냐"며 "이번 신경민 앵커 교체의 가장 큰 문제는 명분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뉴스 경쟁력'을 거론한다면 MBC 구성원들에게 '시청률'이나 '클로징 멘트에 대한 시청자 반응' 등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전혀 없이 '공정성'을 거론하는 것은 사실상 정권에 굴복하겠다는 제스처에 다름 아니다"라며 "엄기영 사장은 8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교체를 앞두고 정권 앞에 엎드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러한 MBC 경영진의 '정치적 자기 증명'이 MBC 노동조합에도 상당한 숙제를 던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기영 사장이 퇴진하면 이후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MBC 노동조합의 '딜레마'다.

MBC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오늘 경영진의 결정은 MBC 노동조합에게 공을 넘긴 것"이라며 "엄기영 사장은 '비가 올 때는 몸을 피해야 한다', '내가 퇴진하면 더 정치적인 인사가 온다'는 식의 논리에서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노조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채은하 기자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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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매카시즘'과 한국의 '명바기즘'
영화 <굿나잇 앤 굿럭> 통해 본 신경민 앵커 교체
09.04.15 09:58 ㅣ최종 업데이트 09.04.15 10:38 허진무 (riverrun88)

요즘 뉴스에서 들리는 소식은 훈훈한 것이 드물다. 잠깐만 들어도 금방 속이 답답하니 밥 먹으며 보다가는 소화불량 걸리겠다. 그래도 뉴스가 끝나고 30초 정도 나오는 '클로징 멘트'가 이따금씩 막힌 속을 풀었다. 심해처럼 어두컴컴한 시대에 그나마 이따금씩 보게 되는 촛불 같았다. 거기 촌철살인의 클로징 멘트를 구사하는 문화방송 <뉴스데스크>의 신경민 앵커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13일 밤, 신경민 앵커는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앵커의 인사권을 가진 엄기영 사장의 뜻이다. 엄기영 사장은 앵커 교체를 "뉴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며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허나 한편으로는 후임 앵커의 기준으로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을 말하고 있어 신경민 앵커가 문화방송의 '공영성'에 흠집을 냈다고 생각하는 듯싶다.

 

  
조지 클루니 감독의 <굿나잇 앤 굿럭>은 매카시즘의 광풍과 정면으로 싸운 CBS의 앵커 에드워드 머로의 이야기다. 제목 "좋은 밤 되시고, 행복하세요(Good night, and good luck)"는 머로가 즐겨 쓰던 클로징 멘트.
ⓒ 섹션 에잇
굿나잇 앤 굿럭

그간 신경민 앵커가 정권에게 그리 친절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신경민 앵커는 클로징 멘트를 통해 여러 차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30초라는 짧은 시간에 현안을 종합 압축하여 속사포처럼 쏘는 솜씨가 기막혔다. 쇠고기 정국과 촛불시위,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의 해임과 방송법 개정, 미네르바 구속과 법원의 촛불배당, 용산 참사와 장자연 리스트 등 사회문제를 종횡무진 누비며 이명박 정부를 자꾸만 꼬집었다.

 

그래서 이번 앵커 교체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정치적 판단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끓는다. 이명박 정부와 갈등을 거듭했던 문화방송의 행보를 살피면 의혹설이 허황되어 보이지 않는다. 과연 역사란 반복되는 것일까. 이번 사건을 지켜보며 에드워드 머로와 영화 <굿나잇 앤 굿럭>(2005)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오십 년이 넘는 세월을 두고 벌어진 닮은꼴 사건에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1950년 미국의 '매카시즘' 2009년 한국의 '명바기즘'

 

  
MBC <뉴스데스크>를 하차하게 된 신경민 앵커가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MBC본사에서 자신의 마지막 방송을 마친 뒤 뉴스센터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신경민

에드워드 머로는 미국의 전설적인 언론인이다. 머로가 전설이 된 건 당대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의 '빨갱이 사냥'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면서부터다. 조지 클루니 감독의 영화 <굿나잇 앤 굿럭>은 바로 이에 관한 이야기다. 당시 머로는 CBS 방송국의 시사프로그램 <씨 잇 나우>의 메인 앵커였다.

 

그런데 1950년 2월, 공화당 상원의원 매카시가 느닷없이 "국무성에 공산주의자가 205명 있다"는 폭탄 발언을 한 뒤로 엄청난 '빨갱이 사냥'이 미국 전역에 밀어닥쳤다. 매카시에게는 아무런 근거가 없었지만 빨갱이 알레르기를 앓는 미국은 속절없이 선동에 빨려들었고, 서슬 퍼런 기세 때문에 많은 지식인들이 모른 체하며 침묵했다. 바로 그때 에드워드 머로가 나서서 매카시의 광기를 비판하며 싸웠다. 이에 매카시가 머로도 빨갱이라고 모략했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매카시의 논리를 살펴보면 간단하다. 머로가 지적하듯 '매카시 말에 반대하면 무조건 빨갱이'라는 것이다. 어린아이도 저 논리가 바보 멍청이의 논리라는 걸 알 테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면 무조건 좌파'라는 수구세력의 논리도 매카시와 다르지 않다. 신경민 앵커가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말을 하긴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신경민 앵커가 좌파라는 증명은 되지 못한다.

 

역시 뉴스데스크나 문화방송이 좌편향되었다는 증명도 결코 되지 못한다. 그러면 이는 좌파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무식하거나 아니면 좌파를 정치적인 수법으로 쓰거나 둘 중 하나다. 아무래도 후자로 추측하는 것이 예의바른 일이겠다. 여기서 문화방송에 좌파 낙인을 찍는 수법은 무척 낡았지만 여전히 효과적이다. 59년 전 미국의 매카시처럼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하여 이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가히 '명바기즘'이라 할 만하다.

 

국가권력에 침묵하는 것이 '공영성'인가

 

  
에드워드 머로와 그의 동료들은 정부의 탄압을 견디며 진실을 말했고 끝내 언론자유를 지켜냈다.
ⓒ 섹션 에잇
굿나잇 앤 굿럭

아무리 대단한 에드워드 머로라도 겁이 났을 테다. 멀쩡하게 잘 살고 있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골수 공산당원으로 몰려 끌려가는 시대였다. 매카시는 공포의 대왕으로 군림하고 있었고 밉보이다가는 목숨이 위험했다. 그러나 머로는 끝까지 언론의 양심을 지켜냈고 매카시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공포의 시대에서 잠깐이나마 숨통을 트이게 한 머로에게 사람들은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정작 머로에게 돌아온 것은 날벼락이다. CBS 방송국 사장은 광고가 끊겨 <씨 잇 나우>를 더는 방송 못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그 시간대에는 하하호호 웃는 쇼 프로그램이 대신 들어갈 것이다. 한 마디로 '뉴스 경쟁력이 없다'는 경제적 이유였다. 그러나 정국을 생각할 때 실상 정치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걸 모를 리 없다. 머로는 씁쓸한 표정으로 줄담배만 연거푸 뻑뻑 피워댄다.

 

클로징 멘트는 앵커의 고유한 재량이다. 맺는 말을 문제 삼는 험악한 일은 웬만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문화방송 엄기영 사장은 앵커의 공영성을 무척 소중하게 여기는 듯싶다. 많은 보수신문도 문화방송이 공영성을 지켜주기를 한 목소리로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공영성이 과연 무엇인지 모를 일이다. 공영성이란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부에 침묵하고 방관하는 방송이 공영성 있는 방송이냐는 의문이 생긴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이후 이명박 정부는 기습적인 압수수색 등 문화방송에 수차례 탄압을 가해왔다. 허나 방송이 공영성을 지키려면 외부의 자본이나 권력에 굴하지 않고 양심을 행해야 한다. 언론을 흔히 '제 4부'라고 부르는 까닭을 곰곰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이번 앵커 교체로 자칫 국가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된다. 국가권력은 홀로 오롯할수록 파시즘에 가까워진다.

 

이명박 정부에게 영화 <굿나잇 앤 굿럭>을 권함

 

  
14일 오전 여의도 MBC본사 로비에서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에 항의하며 전면 제작거부 중인 보도국 기자들이 '언론장악 획책하는 MB정부 각성하라' '정권에 굴복하는 앵커교체 취소하라' '보도국장 본부장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신경민

양심을 따랐던 우직한 사나이 에드워드 머로. 93분 짜리니까 <굿나잇 앤 굿럭>은 조금 짧은 영화다. 그러나 에드워드 머로 역할을 맡은 데이빗 스트랜던의 고집스러운 눈매와 청산유수로 흐르는 말재간이 일단 대단하다. 조지 클루니 감독은 흑백화면을 택하여 당시 매카시의 자료필름을 그대로 썼는데 한층 생생한 화면을 만들었다.

 

가끔씩 들리는 재즈 선율과 흐늘흐늘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를 지켜보고 있으면 어느덧 심장이 쿵쿵 뛴다. 조명이 닿는 곳에는 흑백의 대비가 찌르듯 강렬하다. 영화는 에드워드 머로를 재현하여 오로지 양심과 진실의 힘을 '스트레이트'로 내지르고 있다. 누구나 봐도 피가 되고 살이 될 영화지만 특히 이명박 정부에게 권하고자 한다.

 

바야흐로 한국의 언론자유는 만신창이다. 한반도 바깥에서 봐도 그러하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4월 2일자에서 한국 검찰이 문화방송 이춘근 PD와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을 체포했다고 알리며 이를 '광적 탄압병(Mad bullying disease)'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또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작년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를 따져 세계 47위로 정했으며 최근에는 '감시 대상 국가'로 꼽은 바 있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에드워드 머로의 연설 장면이 나온다. 혼돈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언론이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한다. 국가나 법이 언제나 올바른 것은 아니다. 불의가 공권력을 빌려 민주주의를 위협할 때 언론은 단호히 맞서 싸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텔레비전이란 그냥 바보상자에 불과하다. 언론의 진정한 힘은 '사실'에 머물지 않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굿나잇 앤 굿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