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담과 옛이야기

조르다노 부르노

연둣빛 초록(초록샘) 2025. 6. 21. 12:24

조르다노 부르노(Giordano Bruno, 1548-1600)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철학자, 수학자, 천문학자로, 자신의 혁신적 사상 때문에  종교재판에서 화형당한 순교자적 인물입니다.

생애와 배경

나폴리 근처 놀라에서 태어난 부르노는 어린 시절 도미니코 수도회에 입회했으나, 점차 기존 교회 교리에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1576년 이단 혐의로 로마를 떠나 유럽 각지를 떠돌며 강의와 저술 활동을 했습니다.

주요 사상

무한우주론: 부르노는 우주가 무한하며 수많은 세계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당시 지구중심설과 완전히 대립되는 혁명적 관점이었습니다.

범신론적 사상: 신과 자연을 동일시하는 범신론을 발전시켰으며, 신이 우주 전체에 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기독교의 초월적 신관과 충돌했습니다.

코페르니쿠스 이론의 확장: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태양 역시 무수히 많은 별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억술과 철학

부르노는 뛰어난 기억술가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기억술은 단순한 암기 기법을 넘어서 우주의 구조와 지식의 체계를 이해하는 철학적 방법론이었습니다.

죽음과 유산

1593년 베네치아에서 체포된 부르노는 7년간의 재판 끝에 자신의 사상을 철회하기를 거부했습니다. 1600년 2월 17일 로마의 캄포 데 피오리에서 화형당했으며, 죽기 직전까지 "진리는 시간의 딸"이라며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부르노의 사상은 후에 갈릴레이, 케플러, 뉴턴 등 근대 과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사상의 자유와 학문적 양심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현재 그가 화형당한 자리에는 그를 기리는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조르다노 부르노는 1600년 2월 17일 로마의 캄포 데 피오리(Campo de' Fiori)에서 화형당했습니다.

캄포 데 피오리

캄포 데 피오리는 "꽃밭"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로마 중심부에 위치한 광장입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는 공개 처형장으로 사용되었으며, 부르노 외에도 많은 이단자들이 이곳에서 처형되었습니다.

현재의 모습

현재 캄포 데 피오리는 로마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이 열리는 활기찬 광장으로 변모했습니다. 매일 아침 신선한 과일, 채소, 꽃 등을 파는 상인들로 붐빕니다.

부르노 기념 동상

1889년, 부르노가 화형당한 정확한 자리에 그를 기리는 청동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동상은 두건을 쓴 부르노가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모습으로, 바닥에는 그가 화형당한 날짜와 함께 "이 자리에서 불꽃이 타올랐던 곳에서, 진리가 하늘로 솟아올랐다"는 의미의 라틴어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동상 건립 당시에도 바티칸은 강력히 반대했지만, 사상의 자유와 과학적 진리를 상징하는 기념물로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동상의 특징

조각가: 에토레 페라리(Ettore Ferrari)가 제작했습니다. 1889년 에토레 페라리가 제작한 것으로, 부르노가 화형당한 바로 그 자리에 세워져 있습니다. 동상의 위엄 있으면서도 슬픈 표정은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의 숭고한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습: 부르노는 도미니코 수도회의 수도복을 입고 두건을 쓴 채, 고개를 숙이고 깊은 사색에 잠긴 듯한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자세: 서 있는 자세이며, 한 손에는 책을 들고 있어 그의 학자적 면모를 강조합니다.

대좌: 동상 아래 받침대에는 부르노의 생몰년도와 라틴어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상징적 의미

이 동상은 단순한 기념물을 넘어서 사상의 자유, 과학적 진리 추구, 종교적 권위에 맞선 지적 용기의 상징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