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파묻히다
정월 초사흘이다.
큰 도로 빼놓고는 아직도 설경 속에 있다. 대문 가는 길도 눈을 쓸어서 만든 곳만 녹아서 그나마 파쇄돌이 드러날 뿐. 그냥 눈이다. 먼 산 꼭대기부터 눈이 녹아내리기 시작하나 보다. 계곡은 하얀 눈이 그대로다. 늘 산은 바라만 보던 터라 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음식 갈무리를 어제 다 마무리하고, 오늘은 제사상에 오른 과일들을 식후나 식전에 먹고 있다. 배가 아주 시원하고 맛나서 기름에 배인 입안을 깔끔하게 해 준다. 제주도종으로 나온 한라봉도 아주 맛났다.
어제저녁에는 모둠전을 모두 가장자리에 빙 두르고 가운데에 김장김치를 넣고 멸치 육수 진하게 낸 것을 부어 찌개를 끓였더니 아무것도 넣지 않았는데도 아주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심지어 파 마늘도 안 넣었다. 깔끔한 뒷맛이라 김칫국보다 더 좋아해서 다행이다. 정말 모둠전 김치찌개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뉴스를 덜 본다. 헌법재판소에서 속히 "윤석열을 파면한다"로 매듭을 짓고 정국 안정을 최우선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민심은 이렇지 않을까.
오전에 밀린 설 명절 지낸 옷가지를 모두 빨아서 널었다. 그나마 햇볕이 나니 눈 속이지만 따뜻했다.
그래픽 노블 이번 주에 공부할 내용을 정리했다.
똑같은 제목인데 얼마나 차이가 날까 싶어 중고 책을 샀다. 300원, 택배비 3200원 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을 했다.
손톱을 깎으려면 여기저기 튀는게 보기 싫어서 남편에게 설 선물이라며 주었더니 좋아라 한다. 써보니 잘린 손톱이 튀지 않고 담겨 있어서 좋았다. 밤을 8킬로 정도 사서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현금 영수증을 소액이지만 꾸준히 모으고 있는데 연말정산에 전혀 반영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노랭이가 추운지 꼼짝하지 않고 집 속에 들어가 있다. 오른쪽 눈에 눈곱이 덕지덕지다. 새벽 2시에 길을 나서던데 어디서 밤을 새우고 오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