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폭설, 설 제물
연둣빛 초록(초록샘)
2025. 1. 28. 23:54
밤새 내렸다.
커튼을 여니 장독 위에 또 장독.
얼른 사진을 찍었다. 햇살 비치면 금방 녹는다. 웬걸 잔잔히 오다가 마구 불어오다가 휘몰아치다가를 섞어가며 오후 늦게까지 내렸다.
대문까지 긴 길을 눈치우고 들어왔는데 다시 쌓였다며 땀에 젖은 머리칼이 들러붙었다.
육전, 꽂이, 동태전, 호박전, 깻잎전, 새우전, 갈비찜, 나박지까지 쉬엄쉬엄 했다. 음악도 들었다가 정치도 들여다보다가 전자책도 들으며 했다.
큰애가 온다는데 오지말라고 했다. 빙판길 사고 나는 거 보니 불안하고 걱정되었다.
기름에 젖어 저녁은 냉이된장국을 끓였다. 청양고추 조금 넣은 게 일품이다. 속이 개운하다.
2004 년 3월에도 이리 왔단다. 동네 애들이 비닐 푸대를 들고 썰매 탄다고 언덕을 오르내린다. 얼지 않아서 슝슝 냐려오지 못하고 말타듯 내려오는 모습울 보며 웃었다. 먼벌치 풍광은 늘 속을 모른다.
아버지랑 섣달 그믐에는자는 게 아니라며 두고온 고향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야기 듣다가 잠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끔찍하게 아끼고 사렁해주신 아버지. 늘 든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