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70호 - 95권 <<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공진호 옮김, 문학동네, 영한대역 특별판 초판 2021.4.15


오늘 오후 토론 수업을 한다. 아이들이 미리 보낸 책소감을 보니 자기 문제로 생각한 녀석도 있고, 이거 뭐지 싶은 녀석도 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는 홍보 문구가 괜히 그런 것은 아닌 듯하다. 모두가 거역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 속에서 '아니요'라고 말한다는 것 자체도 힘들거니와 실천 행동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온라인 검색을 해보니 멜빌 작품은 <<백경>>으로 처음 만나 읽었던 것이 가물거리는데 <<모비딕>>이라고 최근판까지 사이에는 수많은 출판사에서 책을 낸 것도 신기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필경사 바틀비>>도 꽤 많은 출판사에서 책을 낸 것을 보고 놀라웠다. 70년 저작권이 해제된 까닭일까. 해적판처럼 조악한 것부터 양장본 특별판까지 그 사이 나온 책들을 추려보았다.
영한 대역 출판한 책으로 양장본이다. 겉표지가 깔끔하다. 뒷표지는 선전 홍보 문구가 없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늘 이렇게 뒤표지를 망치는 게 안타깝다. 저런 홍보글을 싣지 않으면 선택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함이 출판사에는 강박처럼 있는가 보다. 굳이 없어도 되는데, 장식품도 아니고, 책을 선택할 때 뒤표지를 보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상을 받았다고, 어디 어디 추천 책이라고, 평론가 누구누구 추천한 거라고 한 것들은 지저분만 할 뿐 내게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면 된다. 요즘 너도나도 출판사마다 하는 작가와의 만남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작품으로 만난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적다는 점이다. 독자는 전혀 그렇게 읽지 않았는데 작가의 의도가 강요되는 그런 설명회를 작가와의 만남으로 포장하는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뭘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군더더기를 말하고 있고, 책의 성격을 고정하게 하고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여지와 생각을 거세하고 있다. 작가가 저런 생각으로 썼다는데 내가 잘 읽어내지 못한 탓일 거야라고 단념하게. 책을 온전히 독자가 읽고 생각하고 느낄 겨를도 없이 출판되자마자 하는 작가와의 만남일수록 더 하다. 이 또한 자본주의 속성일 테지만 아주 심한 경우 그 출판사를 꺼리게 된다.
뉴욕 금융가의 한 모습을 보았고, 한 인간의 존엄과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100년을 살아남은 책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야 하고 읽고 난 독자들에게 질문을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독특한 인간의 행태에 대한 이해와 역지사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 영한대역으로 다시 읽으니 아주 새로웠다. 옛날 방식의 영어도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