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책 읽기

<<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은이) | 은행나무 | 2021년 6월

연둣빛 초록(초록샘) 2021. 10. 9. 19:32

1부 / 그녀의 오리들
1장 009
2장 052
3장 126

2부 / 그녀는 누구일까
4장 201
5장 233
6장 289

3부 / 완전한 행복
7장 337
8장 389
9장 444

에필로그 508

작가의 말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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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미덕이다. 다만 온 세상이 ‘너는 특별한 존재’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와 함께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인정해야 마땅하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 순간, 개인은 고유한 인간이 아닌 위험한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한국문학의 대체불가한 작가로 자리매김한 정유정의 신작. 500여 쪽을 꽉 채운 압도적인 서사와 적재적소를 타격하는 속도감 있는 문장, 치밀하고 정교하게 쌓아올린 플롯과 독자의 눈에 작열하는 생생한 묘사로 정유정만의 스타일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한편, 더 완숙해진 서스펜스와 인간의 심연에 대한 밀도 높은 질문으로 가득 찬 수작이다.

《완전한 행복》은 버스도 다니지 않는 버려진 시골집에서 늪에 사는 오리들을 먹이기 위해 오리 먹이를 만드는 한 여자의 뒷모습에서 시작된다. 그녀와 딸, 그리고 그 집을 찾은 한 남자의 얼굴을 비춘다. 얼굴을 맞대고 웃고 있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서로 다른 행복은 서서히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이 기묘한 불협화음은 늪에서 들려오는 괴기한 오리 소리와 공명하며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들은 각자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노력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처럼, 그림자는 점점 더 깊은 어둠으로 가족을 이끈다.

소설은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명제에서 출발하면서도, ‘나’의 행복이 타인의 행복과 부딪치는 순간 발생하는 잡음에 주목한다. 전작들에서 악을 체화한 인물을 그리기까지 악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끌고 나간 정유정은 이번 소설에서는 악인의 내면이 아니라 그가 타인에게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에 초점을 맞춘다.

자기애의 늪에 빠진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삶을 휘두르기 시작할 때 발현되는 일상의 악, 행복한 순간을 지속시키기 위해 그것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가차 없이 제거해나가는 방식의 노력이 어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지를 보여주는 《완전한 행복》은 무해하고 무결한 행복에 경도되어 있는 사회에 묵직한 문학적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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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도 불편했지만 책장을 덮었을 때 남은 감정은 구역질이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봤을 때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타인을 죽이고 갈아서 오리먹이로 내버릴 정도의 사악함까지 극단으로 밀어부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책 내용은 고유정 전남편 살해사건을 소재로 아들을 딸 지유로 바꾸고 나머지는 거의 같은 인물이다. 

희생자 - 강지운, 이슈트반, 아버지 / 서준영, 서지유, /차은호, 차노아, 이윤희

조력자 - 서민영/신재인/ 김진우/신유나 이모(러시아)

 

1. 여기서 신유나의 심리 치유가 어린시절 할머니와 살았기 때문이라는 단 한가지가 치유되지 않은 상처라는 말이다. 부모가 힘들고 어려워서 외할머니에게 맡겼는데 그 아이는 그것이 자기는 언니 때문에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아픈 엄마는 그것을 보듬지 않았고, 아빠는 어린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지 않았다. 원인은 이것이다. 자기는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선택받지 못했다는 것, 어른들이 그 아이에게 좀 더 상황에 대한 이해를 시켜주지 않았다는 것, 그 정도는 상처도 되지 않는다는 것 등등의 처신으로 악의 근원을 심었다는 것이다. 

 

2. 가장 심각한 것은 자기 아버지 살해 장면을 본 서지유다. 유치원생 어린아이가 피비린내 나는 냄새와 욕조에서 살해된 자기 아빠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와 서유나가 자기 딸을 끔찍하게 생각한다면서 비밀을 강요하고 로보트처럼 명령대로 움직이게 한 그 딸의 상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이것도 치유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서유나보다 더 한 사이코패스가 될 것이라는 지점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이 잔인하게 느껴진다. 

 

3. 신재인은 어릴 때부터 장녀로서 지녀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욕구를 감추고 묻어두고 내색하지 않았다. 참고 견디는 것만이 미덕이 아닌데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을까. 모두들 자기 앞가림하고 살기 바빠서 분리불안에 떨고 있는 어린 아이 마음을 알아보지 못했고, 같은 집에 살면서 그 마음을 녹여주지 못한 것은 신유나를 싫어한다는 것 하나로 퉁치기에는 간접 공범의 역할을 한 셈이다. 더구나 기자출신이라면 진실에 대해 눈감지 말아야 하는데 혈육에 대한 무관심이 사건을 더 크게 키웠다고 생각한다. 

 

4. 신유나 이모는 자기 조카에 대해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을까. 

 

5. 신유나 엄마는 자기가 아프다는 것 하나로 너무 이기적으로 자기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엄마가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성애를 느낄 수 없었다. 

 

6. 김진우는 자기 주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에 대한 의심을 품었다면 차은호에게 미리 말을 해줬어야 하지 않을까. 러시아에서 그렇게 만나서 더구나 전 부인이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기 위해 이혼하고 가버렸다는 것도 억지에 가깝다. 

 

7.서민영은 자기 오빠의 행방불명에 대해 온갖 방법을 다 찾아서 해결의 열쇠를 갖고 있게 한 것도 허구니까 가능한 일 아닐까. 이런 점을 강조하기 위해 신재인은 서민영과 서준영의 관계를 끔찍한 애착에 대해 미리 밑자락을 깔은 것이 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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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이고 가족이란 무엇인가.

누군가와 비교된 행복에 기준을 삼고 있는 요즘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런 작품을 쓴 것이라는 말 같은데 굳이런 작품을 써서 읽는 독자들에게 묻고 있는 것인가. 너의 행복 욕구 기준은 어디에 두고 있느냐고. 난 이런 기준을 묻는 작가에게 많은 사람들은 상처를 입었어도 아픔이 있어도 그것을 자기 안에 담아두고 키워두는 것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위안하고 위로 받고 그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 더 보편적이라고 생각한다. 왜 나만 행복해야 하는가. 그것도 타인의 불행해져야 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이 부분이 이 작품을 읽으며 내내 불쾌하고 불편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 이렇거든 그러니 너도 정신차려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귀기울여지지 않았다. 

 

가족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이해하고 보듬지 않으면 무슨 가족이겠는가. 이 작품에서 말하는 가족은 모두 비정상적이다. 서준영과 서민영의 애착, 신유나와 신재인의 혐오, 부모들의 무관심 등등 모두 다 삭막해진 현실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현실을 그냥 두어도 될까. 그렇다면 이것은 개인만의 문제일까. 사회적인 구호제도가 좀 더 촘촘했다면 돌봄이 체계적인 단계를 갖고 있었다면 적어도 신유나 같은 아이를 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장 잔인한 것은 신유나가 서지유를 자기 소유물처럼 말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점이다. 가장 극단의 슬픔을 느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