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초록(초록샘) 2021. 7. 21. 14:21

퇴임식 사진 모음

 

 

 

 

 

 

 

 

 

 

 

 

 

 

 

 

편지 꽃을 너무 많이 받았다. 

정년 퇴임 인사를 오늘 학교 방송조회에서 하였다. 여러분들이 있어서 내가 끝까지 할 수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나이기에 자신감을 갖고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이든 자신이 선택해야 하고 선택한 것에는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고마움을 전했다. 동료들도 고마웠지만 가장 고마운 것은 우리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몇몇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훌쩍였단다. 오셔서 선물을 전해주는 학부모들, 타학교로 전출 간 후배, 졸업한 지 오래된 학부모들이 많이들 오셨다. 오셔서 한결같이 울먹이시고 눈이 빨개지시는데 오히려 내가 달래야 했다. 홀가분하다. 내가 한 말처럼 잘하지는 못했을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것으로 족하다. 아이들이 지나가면서도 인사를 한다. 고맙다. 

조리실 여사님들은 언제라도 들리시란다. 그리고 책 내시면 꼭 연락을 달라고 하신다. 이미 80권을 냈는데 또 무슨 책을 내라는 것일까 싶어 웃음으로 답했다. 영양사님은 또 눈시울이 빨개지시며 눈물이 고이신다. 참 맛나게 해주신 밥 따뜻하게 잘 먹었다. 주사님은 또 시원시원하게 말씀해주신다. 걱정하지 말고 창고에 물건 내다 놓으면 다 분리수거하실 거라고. 모두 이런 분들 덕에 내가 살아왔다. 사진에는 찍히지 않았는데 이미 받은 꽃다발이 네다섯 개 더 있고 화분들이 있고 편지들이 있다. 모두가 다 고맙다. 

 

교무는 정신이 없을 것이다. 감사 진행을 하랴. 끝까지 고집부리는 나를 달래서 퇴임식 10분 진행을 하려고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 너무 끝까지 인색하게 구는 것 같아서 그러자 했다. 잠시 뒤에 잠깐 한다고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길다. 그냥 아이들 보고 인사한 것으로 대신해도 충분하다. 세월호 결의문 낭독한 것 등등으로 범죄자라서 훈장을 받지 못한단다. 별로 받고 싶지도 않았다. 그 대신 우리 아이들이 주는 눈빛, 마음, 편지가 어떤 훈장보다 더 빛난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더 행복하다. 

그런데 바라보는 사람들은 안 그런가 보다. 안타까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안 그래도 되는데. 

 

이렇게 나의 마지막 시간은 끝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