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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동무 42번째 책토론 <<권투 소녀>>

연둣빛 초록(초록샘) 2021. 4. 4. 22:52

<작가의 말> 이다.

이 책은 제가 페미니스트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쓴 것은 아닙니다. 그냥 그렇게 된 것이랄까요. 2014년에 제가 썼던 <뜨개질 소년(Boys Don’t Knit)>의 후속작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전작에는 남자는 뜨개질은 하지 않아.’라는 과거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소년의 이야기가 담겼던 것처럼, <권투 소녀(Girls Can’t Hit)> 역시 같은 구조의 이야기를 담을 생각이었습니다. 마치 한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요. 하지만 <권투 소녀>를 써나가면서 복싱을 하는 소녀에 관한 이야기는 페미니스트 소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운동을 통한 체형과 체중의 변화, 공격성과 육체적인 부분, 부모의 관심, 부끄러움의 감정 등 다룰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면서 고민이 많았고 긴장도 했지만, 10대인 두 딸이 제게 영감과 동기부여를 해주어서 최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권투 소녀>는 제 딸들을 위해 쓴 책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의 에이전트와 담당 편집자도 엄청난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들은 제가 어디로 잘못 가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저의 편견이나 특권 의식이 있는 곳을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은 제게 이야기가 좀 밝아질 필요가 있다고 몇 번씩 지적했다는 것입니다. 처음 쓴 초고에서는 제가 페미니즘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다루고자 애쓰고 있었고 그로 인해 주인공인 플레르는 불쌍하게도 많은 일을 처리해야 했고 책의 내용과 분위기는 너무 무거워졌습니다. 결국 이 책은 특별한 상황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평범한 소녀의 유쾌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저는 사회의 가부장제를 파괴하려는 것이 아닙니다.(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지만) 또한, 남성의 시선과 입장에서 페미니즘을 설명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사람들을 한 번 더 웃게 만들고, 전통적인 성 역할에 약간의 변화와 재미를 주면서 이를 통해 조금 다른 것을 시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게 노력했습니다. 페미니스트 소설을 쓰는 것은 위험한 모험일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이 책의 주인공 플레르처럼 가드를 내리고 펀치를 휘둘러야 합니다. (출처 알라딘)

 

이 작품의 전작인 <<뜨게질 소년>>이 궁금하다. 2017년 작품인데 2021년에 우리나라에 소개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과 독서토론하면서 스스로 편견이 있는지 여부와 사람들의 편견과 제도에 대한 생각을 폭넓게 생각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권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음에도 아주 쉽게 읽힌 까닭은 묘사와 캐릭터의 정체성을 잘 살렸기 때문에 쉽게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요소가 된 것 같다. 작가의 두 딸을 위해서 쓴 책이라는 점은 플레르의 부모를 통해서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작가의 생각이 도드라지는 듯 한데 그게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 하는 점에서 모나지 않았고 생경하지 않도록 한 부분도 크게 칭찬할 부분이다. 

청소년 문학의 유행 같은데 이야기 전개가 3쪽을 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서 큰 줄거리 3개 속에 아귀를 잘 맞춰 자연스럽게 진행이 된다는 점이 다르게 보였다. 주인공 중에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보니타였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잘 사는 동네에서 아주 못사는 동네로 이사와 살아야 하는 보니타가 권투를 통해 다시 자신을 볼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주어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전자발찌를 찬 사람에 대해 리키 감독이 보여주는 믿음은 우리가 범죄자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좀 더 사유하게 하는 점이기도 하다. 물론 죄의 종류에 따라 달리 느껴지는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페미니즘에 대해 어리둥절한 주인공 플레르의 행동이 결국 페미니즘의 전형을 모두 설명해주고 있다. 그 과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잘 표현한 수작이다. 별 5개를 모두 준 우리 아이들과 같은 생각이다. 아주 매끈한 작품이다. 논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너무 티를 내거나 너무 생경하거나 너무 무겁지 않은 신선한 시각과 관점을 갖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