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학년 3반

마지막 학급문집 발간하다.

연둣빛 초록(초록샘) 2021. 2. 23. 12:20

교직 경력 마지막 학급이었다. 하필이면 코로나 19 때문에 3월을 날리고 4월부터 온라인으로 개학을 하였는데 아이들이 온라인 기반도 안되어 있어서 애를 먹었다. 교육청 에듀넷에 올려진 동영상을 보고 따라하기에는 무리였다. 동영상 자료 5분에서 10분짜리를 보고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렇게 엉터리 진도만 나가는 것을 보다 못해 4월 말부터 줌으로 쌍방향 수업을 하였다.  그래서 봄문집은 만들지 못했다. 여름문집이 온라인에서 주고 받은 것을 중심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보내주니 아이들은 감동이란다. 처음으로 문집을 받은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글을 안 낸 아이들은 그때가 되니 후회막급이었다. 가을문집은 순조로웠다. 대면 수업이 온라인 수업과 같이 이뤄지고 있어서 대면 수업일 때 실험 중심으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이 시간에 다 하려고 하였다. 우리 반은 그래서 실험실습을 모두 다 할 수 있었다. 겨울문집을 시작하니 문집부와 학급신문부가 조금씩 자기 역할을 찾아서 신문 만드는데 협조도 하고 도움이 되었다. 특히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남기는 말한마디는 그것만 편집하는데 3일 정도 걸렸다. 가장 힘들었다. 

그리고 교정 교열을 두 번이나 했는데도 나온 문집을 보니 오타와 맞춤법이 틀린 문장이 눈에 띄였다. 아무튼 39년 교직 생활 중에서 대전에 내려와서 '함께하는 우리들'이라는 제호로 80권을 출간하였다. 할 때마다 이야기들이 쌓여있다. 올해는 과학 전담이라서 교실을 이사하는데 문집만 10상자 정도 나왔다. 그 중에는 원본 1권만 남은 것도 있는데 전시를 하다보니 잃어버린 것도 여러 권 있다. 

교실 짐을 옮기는데 후배가 1999년 문집과 2000년 문집을 살펴보면서 아이들이 직접 만든 것이 더 좋다면서 놀란다. 예전에는 학생수가 많아서 문집 한 번 내려면 40만원 돈이 들었다. 학급신문도 칼라로 했었는데 신문 낼 때마다 10여만원이 들어서 학교에서 인쇄를 하기 전까지 꽤 많은 돈이 들어갔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문집 인쇄를 할 수 없었다. 인쇄할 때마다 인쇄 대장에 몇 부를 인쇄했는지 기록하고 써야 했던 시절이 20여년 전에는 아주 심했다. 그것 때문에 교감선생님과 욕설에 가까운 소리를 들으면서 항의했던 기억이 난다. 대장을 내게 집어던졌던 그 교감은 스캔들로 학교를 관두게 되었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 표정, 그 몸짓, 그 욕설이. 

아무튼  대전에 내려와서 만든 학급문집이 80권이다. 이만하면 됐다. 경기도에서 문집을 낼 때에는 아이들이 해마다 문집 이름을 바꿔서 내어서 같은 이름이 아니다. 이사오면서, 이사 다니면서 잘 챙기지 못한 탓에 몇 권 남아 있지도 않다. 이렇게 20여년 같은 제호로 문집을 낼 수 있어서 힘들지만 행복했다. 우리 아이들 역사를 다 담아내려고 애쓴 그 자체만으로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