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마지막 줌 수업 소회
아침에 송편이 굳은 듯하여 살짝 찌는 통에 출근 시간이 좀 늦었다. 교무실에 펼쳐놓고 찰떡과 함께 후배와 학교 식구들 나눔하라고 내어놓고 왔다. 언제나 상냥한 안선생이 싫은 내색도 없이 잘 처리했으리라 생각한다. 서울 떡집에서 날아온 것인데 이렇게 나눔을 하니 좋았다. 아마 우리 아이들이 있었다면 우리 아이들과 나눔하고 추석 덕담과 소원빌기를 이야기 했을 듯하다.
서둘러 교실에 와서 환기하고 아이들을 줌으로 맞이 했다. 이제는 시간에 딱 맞게 모두들 들어 올 줄 안다. 첫 시간은 추석 전이기도 하고 1학기 마지막이기도 해서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그림책을 보여주고 읽어주었다. 온라인 개학을 하고 나서 가장 망친 것이 책읽기다. 책 읽어주기다. 법정 수업 시수에 묶여 이미 온라인으로 진도를 빼고 그게 마치 제대로 한 수업인 양 교육부는 눈속임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몰라서 지루해서 이해하기 어려워서 지쳐가며 1학기를 그대로 보내고 말았다. 이것을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만이라도 어떻게 해줘 보려고 갖은 애를 다 썼다. 문제는 아이들이 학습 태도가 잡히지 않았고 공부 습관이 제멋대로였다. 새벽까지 게임 하다 늦게 일어나서 온라인 접속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3달 내내 깨우는 전화를 해야 했고, 그런 아이들에게 관심을 좀 가져 달라고 부탁을 하려고 해도 이미 지친 학부모들은 만사가 다 귀찮을 정도인 것 같다. 속으로 꾹꾹 눌러 참고 있다. 과제를 제출하지 않는 아이들, 그것을 챙겨주지 않는 학부모,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어른들 속에 나도 끼어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는데 이렇게 온라인 개학으로 교육 과정이 망치고 나니 있던 의욕이 사라지고 점차 포기하는 것들이 늘어갔다.
그런 마음이 미안해서 오늘 처음으로 그림책을 읽어주고 느낌을 나누었다. 전체 소감을 말하는데 한 아이가 "아무런 느낌이 없어요." 이런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 동안 해온 행태가 쌓여 있다 보니 곱게 들리지 않았다. 철딱서니 없는 짓이 자기 딴에 영웅처럼 행동했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싶어서 덧붙이지 않고 지나쳤다. 우쭐하고 으쓱할런지 몰라도 그게 얼마나 유치한 지 알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런 소리까지 할 수 있어." 자기들끼리 키득거리고 우쭐해 할 것 같아 걱정이 크다.
추석을 맞아 관계, 우정, 진실함, 마음으로 느꼈으면 실천하고 행동하기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었다. 많은 아이들이 책 소감을 글로 정리해서 보내주었다. 이끄는 대로 쑥쑥 쫓아오는 아이들을 보고, 그 아이들만 바라보고 가면 된다. 늘 하는 말처럼 물가까지 이끌어주고 마시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억지로 먹이려고 하지 않겠다. 이런 자세를 갖는데 40년이 걸렸다. 알면서도 실천하기 매우 어려웠던 내 욕심을 이제는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