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학년 3반

zoom 수업 나흘 째

연둣빛 초록(초록샘) 2020. 9. 10. 16:27

어제 집에서 동화지기들과 매주 공부모임을 코로나 19 때문에 줌으로 하려고 회의 개설을 새롭게 했다. 그랬더니 학교에 와서 아침에 아이들이 못 들어왔다. 웹 주소가 바뀐 것이다. 다시 회의 복사를 연결해서 들어오게 하느라 10분을 버벅거렸다. 

 

오늘은 어제 미래직업 그림 그리기 확인하고 안도현 시인의 <밥도 가지가지>를 패러디한 시를 쓰게 한 것을 서너 명 자기 패러디 시를 암송하고 시작하였다. 

수학은 겉넓이를 나갔는데 어제 부피에 대한 이해를 위해 복습을 한 시간 하였다. 부피에 대한 개념이 확고해야 겉넓이와 헷갈리지 않기 때문에 십분 확인하려했다가 40분이 걸렸다. 그리고 이어서 겉넓이를 푸는데 화이트 보드 연필이 제멋대로 그려져서 내가 더 힘들었다. 그래서 칠판 촛점을 잘 잡아서 칠판에 판서를 하면서 정리를 했더니 살 것 같았다. 아이들이 넓이와 부피의 개념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차근차근 문제를 설명하고 예를 들었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갔는데 엊그제 보다 십여분 단축할 수 있어서 미리 십분을 쉬도록 하였다. 비디오를 끄고 나가라고 했더니 안 들어온 아이가 있었다. 방과후에 전화를 하니 안 받는다. 이 아는 늘 이런 식이다. 문자를 해도 씹는다. 한 두번이 아니라서 어제는 그 아이 엄마에게 말했더니 다 했단다면서 내게 근거 자료를 보내달라고 해서 사진으로 찍어서 보냈다. 과제를 한 번도 내지 않았다고 하는데도 살펴볼께요 라고 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오늘도 줌에 들어오자마자 나갔다.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오전 내내 화장실에 있느라고 다시 들어오지 않았단다.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다른 한 아이는 관리자에게 도움을 요청을 해서 학교에 나왔는데 역시 줌 수업에 참여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대전e학습터에도 출결하지 않았다. 그럼 이 아이는 학교에 와서 무엇을 했다는 말일까. 부모와도 여러번 상담을 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 속이 터진다. 공부를 안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놀기 좋아하는 친구들과 중학교에서 어울리는 순간 이 아이를 그 부모들은 손도 못 댈 것 같아서 그 걱정이 더 크다. 

 

사회는 KBS방송국에서 만든 영상자료를 보면서 드문 드문 설명을 보충하여 주었다. 실제 역사 화면이라서 아이들이 더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영상 자료를 자정이 넘은 시각에 찾아 갈무리를 해두었다가 썼다. 아이들 소감을 물었을 때 사회를 더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었단다. 이미 오래전에 한 수업이라 잊고 있었다면서. 

 

과학은 광주지역초등교사가 만든 동영상 자료를 활용하였다. 실험을 하는 장면을 찍고 편집하고 하는 것이 보통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 아닌데 좋은 자료를 만들어 줘서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보여주고 수업을 보충할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서 소감을 전부 말하도록 하였다. 결론은 선생님이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주어서 제대로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단다. 특히 수학 문제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는 아이들이 대부분 학원에서 미리 배운 아이들이었다. 우리 아이들하고 연극도 하고 싶고 시 암송 대회도 하고 싶고 하는데 그것을 못하고 있다. 수업시수 다 채우기 위해서 정말 미칠 노릇이다. 

이번 주에 어느 정도 진도를 빼고 나면 연극 대본 쓰고, 시 암송대회도 해볼 생각이다. 지쳐 있던 아이들이 좀 힘이 난단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주 수업은 만족해야한다. 성에는 차지도 않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