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학부모의 호소
1학년 학부모의 호소
- 2009개정교육과정 게시판 질의응답란에서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생과 유아 2인의 3형제들을 둔 학부모입니다. 다름 아니오라, 올해 개정된 교과서로 공부하는 초등 1년생을 두고 앞으로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할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 올해 개정된 교과서가 과연 우리 미래의 아이들에게 과연 얼마 만큼의 교육효과를 볼 수 있는지 의문스러운 점이 있어서 이렇게 무작정 질의서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유치4년 시절동안 어린이집을 모두 다녔으나 사실 초등1년생들은 표현력이 그리 뛰어나지 못합니다. 읽을거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고 그만큼 많은 읽을거리들을 아이들도 접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10%정도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만큼 아직까지는 어휘력도 많이 부족하고 어떤 목적에 맞는 글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은 차치하고 라도 문장구사력 조차 부족한 아이들에게 너무 과도한 무리가 되는 교과서내의 과제들을 봅니다.
아직 한참 뛰어놀아 보아야 할 우리 어린 아이들이 과도한 과제로 인해 뛰어놀 시간을 빼앗기고 그리 많지 않은 햇빛을 볼 수 있는 기회 조차 가질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일선에 계신 선생님들께서 무리하게 많은 과제를 부담시키신다는 뜻은 아닙니다. 선생님들은 적당한 량의 과제를 내시지만 교과서의 과제 자체가 아이들이 부담하기에는 너무 벅차지 않은가 하는 문제입니다. 시대가 아무리 변했다 하지만 문장을 구사하고 무엇인가를 표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 막 접했으며 이제사 현재 우리들의 문화를 겨우 이해하기 시작하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너무 과도한 과제들로 이루어진 교과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부모들의 유년시절을 되돌이켜 보면 5, 6학년 때? 아니 중고등학교 때에나 주어졌을 법한 과제들로 초등1년생들의 교과서가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언어, 문화, 과학, 사회, 도덕 모든 분야에서 그렇지만 가장 기본적인 언어분야가 특히 그렇습니다.
말하기와 듣기, 쓰기, 읽기 분야인데요, 읽기 분야는 그렇다 치더라도 말하기와 듣기, 쓰기 분야는 정말 너무 어렵습니다. 제가 어렵다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 아이가 과제를 받았을 때, 어찌해야 좋을 지 모르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머리가 텅빈 상태가 되는 것 처럼 보이고 아이도 그렇게 말합니다. 읽기능력이 좀 있다고 해서 쓰기와 말하기, 듣기 능력이 뛰어나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저의 아이들도 그러니까요. 아직 문장의 구사력이 완전하지도 않은데 과제는 단순히 글을 써보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말하는 방법과 듣기 방법을 제시하고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구조적인 글쓰기를 요구하고 이미 구성을 끝낸 말하기 듣기를 요구합니다. 과연 아이가 스스로 그것을 해낼 수 있을까요? 과제는 고스란히 부모의 몫이 되고 맙니다.
언제부턴가 저는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이런 방식의 교육이 우리 미래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안겨 줄까? 과연 이런 교육을 따라 가야 하는 것인가? 결국엔 아이 스스로 포기하고 말게 될 교육이 아닌가? 그리고 부모는 결국 뒷짐지고 볼 수 밖에 없는 교육이 아닌가? 아직 기본도 안되어 있는 우리의 아이들을 어떻게 공교육과정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을까?
자기가 부담하기엔 너무 어려운 과제를 피해 도망치려고 안달하는 우리 아이를 보고 너무나 절감합니다. '이 과제들은 부모를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과제들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독립성을 키우며 성취하기에는 너무 무리수가 많은 과제들이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과제들이다.' 라고 하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교육을 지양하시겠다는 정부방침과는 너무 멀지 않습니까?
이러니 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공교육의 목표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교과서의 내용 자체가 이미 실패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너무 앞서가는 교과서 보다 기초에 충실한 교과서가 더 나은 것은 아닐까요?
과연 몇 %의 아이들이 이렇게 어려운 교과서를 이해할 것이며, 이해한다하더라도 몇 %나 이해하겠습니까?
현대 우리의 아이들을 지나칠 정도로 과도하게 앞서서 능력평가를 하고 개정교과서의 지침을 만드신 것은 아니십니까?
너무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사회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요?
아이들의 능력을 고양시키려고 만든 교과서가 오히려 아이들의 능력을 점점 추락시키는 원인이 되지는 않겠습니까?
저는 정말로 심각하게 아이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나선형으로 교육과정을 심화하여 아이들의 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그런 방침을 무색하게 하는 정말 심각한 오류를 찾지 못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장담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교육을 믿고 따르고 싶은 부모의 입장으로서 더욱 더 그렇습니다. 교과서 개정의 지침은 우리 나라의 미래이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이어야 하며 우리 아이들을 기준으로 삼은 기초에 충실한 교과서가 결국 우리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공교육을 담당하고 계시는 모든 분야의 분들께 진심으로 통곡하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부탁드리며 이른 새벽까지도 잠못이루고 이 글을 올립니다.
위 글은 약간 수정되었으나 제가 서울시 교육청 신문고에 새벽 5시경에 올렸던 글입니다. 교육청에서는 처리할 수 있는 부서가 없다고 하셔서 교육인적자원부에 진정을 넣게 되었습니다. 관련부서에 전달 바랍니다. 이 질의서에는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실한 저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솔직이 이러한 내용의 문제들을 고민하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는 학부모들과도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본 적도 있으며 똑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고 실제로 돈많으신 분들께선 초등1년생인데도 과외를 몰래 시키고 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과연 과외를 시킨다고 아이의 능력을 고양시킬 수만 있다면 빚을 얻어서라도 저 또한 따라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바라건데 심각한 고민과 깊은 사랑과 자상한 배려를 담으신 답장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겠습니다. 저는 빠른 답장은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전혀 소용없는 질의서가 되었을 것이 불을 보듯 자명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