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를 위하여

계룡대시설 노동자 “근무환경 개선하라”

연둣빛 초록(초록샘) 2010. 10. 4. 11:01

계룡대시설 노동자 “근무환경 개선하라”

주 평균 75시간 근무 ··· 10년 넘게 일해도 월 130만원 이하···

 

임호범 lhb@ggilbo.com 2010.08.05 23:45:33 [금강일보]

 

 

 

▲계룡대지회 노동자들의 서울 도곡동 군인공제회 본사앞에서 원직복직을 주장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충남 계룡시에 위치한 계룡대는 육군·해군·공군 3군의 통합기지이다.
군 전략상 안정성을 확보하고, 국토를 균형있게 발전시키려는 군사적·사회적 측면을 고려해 1983년부터 `6·20계획`이란 암호명으로 추진됐다.
총 면적 900만 평에 1989년 7월 육군본부와 공군본부가 입주한 뒤, 1993년 6월 해군본부의 이전이 완료되면서 3군의 새로운 통합기지가 만들어졌다.
이 같은 시설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계룡대에는 계룡대 근무지원단이 있다.
계룡대 근무지원단은 군인공제회에게 시설 유지를 위해 위탁을 맡겼고, 군인공제회는 자회사인 공우ENC를 통해 현재 182명의 노동자들과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들 노동자들은 한 달 가까이 신원조회 후 입사하지만 입사전까지 자신들 스스로 1년 계약의 비정규직인 신분을 모른 체 입사한다.


더구나 십 수년을 일한 노동자와 한 달을 일한 노동자 모두 130만 원 이하의 저임금에 시달릴 줄은, 주당 평균 75시간(월 약 320시간)이 넘게 일할 줄도 꿈에서라도 알 수 없다.
이들 노동자들은 매년 1년짜리 시한부 근로계약을 반복 체결하는 과정에서 고용불안은 물론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공우ENC 측이 관리사업소 측에 보낸 공문을 봐도 계룡대 노동자들의 비인격적인 대우의 일면을 알 수 있다.
공우군1 410-호 공문을 보면 ‘직원들이 시키는 일만 해서는 안되며 휴지라도 주워야한다’, ‘입주민 및 부대인원과 눈을 마주치면 인사를 해 친절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줘야한다’ 등의 내용이 기록돼 있다.
이들은 2009년 5월 고용불안과 최소한의 근로기준을 위해 노조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고 같은 해 7월 말, 정확히는 현재로부터 1년전에  60명의 조합원들이 노조를 결성해 사측에 단체교섭을 통보했다.
사측이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자 지회는 계룡대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당시 사측 관리자는 “계룡대에서 피켓시위를 하면 헌병대에 체포된다”며 이를 저지했고, 다음날부터 피켓시위에 참여했던 14명을 모두 해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충남지노위는 부당노동행위 시정명령과 원직복직 결정을 내렸다.
사측은 다시 14명을 자택 대기발령 시켰고 12월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고, 감봉, 정직, 견책 등의 징계를 내렸다.
계룡대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단체교섭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반복 해고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올해 1월 1일자로 6명이 해고 됐고 8명은 현장으로 돌아갔다.
6명의 해고자들은 다시 충남지노위에 부당해고 신청을 했지만 지난 5월 충남지노위는 3명만 부당해고 판정을 했다.
2년 미만 비정규직인 나머지 3명은 구제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현재 6명의 노동자들과 현장으로 돌아간 노동자들, 그리고 조합에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계룡대 제2정문에 마련된 천막농성장에서 힘겹게 투쟁하고 있다.
현재까지 20여 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별 성과가 없다.
사측인 군인공제회 자회사인 공우ENC 측에서 대표 위임장을 가지고 나오면서도 체결할 권한이 없다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3명의 원직복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 판정 결과를 지켜보자며 사실상 해태(懈怠)하고 있다.


계룡대지회 노동자들은 크게 두가지를 문제 삼고 있다.

우선 국가의 주요 안보기관인 계룡대 시설관리 업무가 1998년 군인공제회로 넘어갔는데 12년이 넘게 수의계약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또 같은 이유로 국방시설을 관리하고 있지만 1년 비정규 계약직으로 시설유지 관리업무가 아닌 경비직으로 일을 시킬 수 있는 지,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공공노조 대전일반지부 김호경 계룡대지회장은 “일반 회사도 아니고 명색이 3군의 핵심인 이곳 계룡대의 시설 관리를 노동의 가치를 착복하는 용역업체에 맡긴 것”이라며 “계룡대 시설 관리를 한 업체에 일임하면서 인원과 돈을 줄이고 그 업체로 하여금 유효적절하게 인원을 써서 시설관리를 하되 회사의 이익은 주어진 돈에서 알아서 챙기라는 무언의 룰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국방부-계룡대-군인공제회-공우ENC라는 층층이 높은 벽으로 둘러쳐진 사측과 힘겹게 싸우는 계룡대지회 노동자들.
이들이 바라는 것은 군 시설 관리가 제대로 돼야 국가안보가 튼튼해 질 것이라는 원론적인 외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