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청 지원 농촌마을 체험을 다녀오다.
2010년 9월 30일 목요일 날씨 맑고 쾌청하였다.
아이들 일기를 보니 오늘이 너무 기다려져 잠이 오지 않는단다. 두근거린단다. 먹는 것 흔하고, 더 좋은 곳에 다니는 아이들이지만 아이들은 그렇다. 그래서 더 소중한 것인지 모르겠다.
서구청에서 지원 버스가 9시 넘어서 도착했다. 아이들은 교실에 이미 30분 전에 와 있었다. 느긋하게 책 읽고, 공문 처리할 것 하고 난 다음에 운동장에 나가서 아침의 그림자 공부를 보충으로 하였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차가 왔다. 계장과 계원이 왔다. 30인승 버스였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3 명씩 앉도록 했다. 덩치가 큰 녀석들은 두 명씩 앉았다. 아이들 자동차 보험은 물론 다 들었다. 비용이 8000원이어서 너무 잘 되었다. 만원으로 이야기가 되었는데 점심까지 제공을 해주면서 실비로 해서 2000원을 더 할인을 해준 것이다.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참 고마웠다.
첫 코스는 장태산 숲 체험을 하였다. 놀라운 사실을 너무 많이 배웠다. 아이들도 돌아오는 길에 체험 소감을 말하라고 했더니 이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유치원 아이들이 붙여준 별명이 '돼지 다람쥐'인 선생님이 우리를 맞이해주셨다. 장태산을 여러 번 가보기는 했지만 아이들하고 숲체험은 처음 간 길이었다. 가장 먼저 만난 나무는 메타세콰이어. 날씬하게 키가 큰 나무 껍질이 스펀지 같은 느낌이 난다. 아이들에게 만져보라고 하고 느껴보라고 했다. 아이들이 그렇단다. 물을 좋아하는 나무라서 북한에서는 수양나무라고 부른다고 했다. 미국에는 자이언트 메타세콰이어 나무는 둘레만도 어른 30여명이 벌린 길이만 하단다. 그런데 하루에 먹는 물의 양이 1톤을 먹는단다. 아이들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리가 본 메타세콰이어 날씬했다. 까닭은 그늘을 만들기 위해서 좁은 면적에 많은 나무를 심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늘을 만들어 휴양을 목적으로 해서 심은 것이라서 더 이상 굵게 자라지 못하고 위로만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조금 올라간 곳에서는 땅을 보라고 하면서 지렁이가 점프하는 것을 본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그랬더니 비가 많이 오면 지렁이가 숨을 쉬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데 두더지도 마찬가지란다. 산에서 땅이 조금씩 꿈틀거리고 움직이는 것은 두더지가 지렁이를 잡아먹을라고. 그러는 거란다. 그러면 지렁이도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땅 위로 튀어 올라온단다. 그러면서 산에 가면 땅도 잘 살펴보라고 하였다.
그 다음 만난 나무는 단풍나무였다. 단풍나무는 잎사귀가 5-7개 정도가 벌어져 있는데, 당단풍나무는 9-13개가 벌어져 있었다. 중국 단풍은 잎사귀가 3개로 벌어져 있어서 모두 다 달랐다. 가장 먼저 단풍이 드는 것은 중국단풍나무란다. 엽록소가 가장 먼저 고갈이 되어서 잎에 남아 있던 다른 색소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라며 단풍이 드는 까닭까지 설명을 해주셨다.
그 다음에 만난 나무는 화살나무이다. 화살나무는 키가 작고 새순이 부드럽고 맛이 있어서 동물도 사람들도 봄이면 잘 잘라다가 먹는단다. 그러니 자랄 수가 없으니까 보호하기 위하여 줄기에 화살 날개 같은 것을 붙여서 위협적으로 보이려고 그러는 거란다. 그러면서 화살나무 같이 키가 작고 땅에서부터 줄기가 갈라져서 자라는 나무를 '떨기나무'라고 부르고 메타세콰이어 같은 나무를 '큰키나무'라고 부른다고 설명하면서 아이들에게 화살나무 잎사귀를 뜯어서 보여주니 먹고 싶다는 아이들이 있어서 나눠주었더니 너도 나도 난리도 아니었다. 당연히 새순이 아니니까 썼다. 아이들이 맛이 없다고 인상을 썼다.
비스듬한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어디서 달고나 냄새와 같은 향긋한 단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배가 고플 거라면 비탈길에 올라서자 '계수나무'들이 모여 자라는 곳이었다. 하트 모양의 계수나무 잎에서 나는 냄새라고 했다. 그런데 새파란 잎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초콜릿 빛 낙엽에서 나는 냄새라고 해서 잎사귀 하나를 주워서 맡아보니 아주 향긋한 것이 그만이었다. 여러 아이들 코에 대주고 냄새를 맡아 보라고 했더니 아이들도 잎사귀를 주워서 냄새를 맡아보면서 놀라워했다. 계수나무인 줄도 몰랐지만 그런 향긋한 냄새가 낙엽 지는 시기 동안 나는 것이라고 해서 더 놀라웠다. 앞으로 한 달만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거다. 말대로 계수나무 잎사귀만 주워서 향기주머니를 만들어도 쓰임이 많을 듯 했다. 아이들이 신기하고 놀라워하는 것을 뒤로 하고 아침을 먹지 못해서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위해 10분 동안 간식 먹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숲해설가 선생님인 '돼지 다람쥐'샘이 그 귀하고 귀한 '다래'를 한 봉지 담아 오신 거다.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깊은 산에서 따오신 거란다. 이십여 년 만에 다래를 다시 먹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 달콤하고 새콤한 맛을 어디 '키위'에 비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2개씩 주웠는데 나는 더 먹고 싶어서 한 번 더 달라고 해서 먹었다. 입 안에 퍼지는 향내가 너무도 은은했다. 아이들은 정말 맛이 있다면서 좋아라 했다.
마지막 간 곳은 '스카이 타워' 이었다. 나무들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 볼 수 있도록 나사처럼 숲 속에 올려지는 원두막인데 10층 높이란다. 무서움이 많은 아이들은 안 올라가도 된다고 했는데 우리 아이들은 모두 다 갔다. 꼭대기가 다 올 즈음해서 지현이가 또 코피가 났다. 그래서 지혈을 시켜줬는데 다시 코피가 나서 또 다시 지혈을 하면서 내려왔다. 바람이 세차면 몹시 흔들릴 것 같았다. 철제 빔으로 단단하게 고정을 했지만 우리 아이들 발 구르는 것만으로도 흔들림을 느낄 정도였다. 조금 울렁거렸지만 심하지는 않았다. 모두들 재미있었다며 헤어질 시간을 말해주는데 아쉬움을 표하고 있었다. 명함을 받았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아이들도 아쉬워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쉽게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단 몇 시간이었는데 그렇게 재미와 유익함을 주는 프로그램도 없을 듯 했다. 숲체험만 더 오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승상골로 향했다. 연꽃마을인데 연꽃을 다 시들었고, 향내 나는 연잎마저 시들어 누렇게 퇴색해가고 있었다. 좀 아쉬웠다. 아이들은 배가 고픈지 대부분 밥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장태산에서 낙엽으로 작품 활동을 하려고 했는데 여유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종합장과 풀을 꼭 준비를 해서 가야겠다. 아이들이 식탁에 앉고 나니 앉을 자리가 없어서 밖의 대청마루 비슷한 곳에서 밥을 먹고 있으려니 아이들은 벌써 먹고 나와서 노느라 야단이었다. 아이들이 와서 떠들고 있으니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없었다.
곧바로 연꽃 기르는 방법을 설명을 듣고 화분 하나씩 분양을 받았다. 아이들은 봉지마다 담긴 연 꽃씨 화분을 좋아라 들고는 담벼락에다 그린 벽화를 보면서 걸어 올라갔다. 재현이와 우현이가 큰 개를 골려서 계속 시끄럽게 컹컹 거리게 했다. 다치면 어쩌려고 싶어서 야단을 치려다가 참았다.
다시 버스를 타고 짚풀 공예를 하는 마을로 갔다. 어르신들이 80도 넘어 보였다. 짚으로 만든 생활 기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잘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이 아기자기 했다. 장소는 마을회관 이층을 전시관으로 꾸민 듯 했다. 짚으로 달걀꾸러미를 만드는 방법을 동영상으로 설명을 듣고 어르신 4분이 직접 시범을 보이시면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나중까지 못한 아이들이 여럿이었다. 어르신들이 만들어 주었거나 만들어 놓으신 것을 주셨다. 아이들이 하려고 해도 안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짚이라는 것도 처음 본 아이들이 많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온 방안을 짚으로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다. 아이들이랑 치우는데 계원은 쳐다보고 앉아 있었다. 뭐 이런가 싶었다. 출장 달고 나온 직원이 같이 도와가며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내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앉아 있으면서 다리만 살짝 드는 그 아래를 쓸어내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저러니까 욕을 먹지 싶기도 했다. 치워놓고 가야한다고 말한 사람이 그 계원이었는데 말이다. 좀 우스웠다.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버스를 타고 서구청 설문지를 작성을 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돌아오는 길에 소감을 발표하고 싶은 사람들은 말을 하라고 했더니 여러 아이들이 말을 하였다. 계수나무 이야기도 나왔고, 자이언트 메타세콰이어 이야기도 나오고, 달걀 꾸러미 이야기도 나오고, 나무들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나머지 오는 시간 십여 분은 간식을 먹으며 자유 시간을 주었다. 얼마나 재잘대는지 귀가 아팠다.
교실로 돌아와서 알림장 쓰고, 일기 확인 받고, 특별 과제 받는 사람들 남아서 과제를 받아갔다. 그리고 연꽃화분은 교실에서 키우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집으로 보낼 예정으로 유리그릇만 가져오라고 했다. 교실에서 잘 길러서 보내고 싶은데 그렇게 되려나 모르겠다.
아이들이 다 돌아가고 남아서 앉아서 정리하고 있다. 다음으로 미루면 또 다시 쓰기가 어려워지거나 간추려 질까봐. 학급 신문을 하나 보내드린다고 했는데 그렇게 해야겠다. 그 계장이라는 분은 상주 사람이었다. 얼마나 아이들에게 자별스러운지 내가 아이들을 야단을 치기가 민망할 지경이었다. 자애스런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 숲에 대해서 까막눈인 나 같은 사람은 너무도 훌륭한 공부가 되었다. 이런 기회를 자주 마련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내년에도 이어서 사업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가야겠다. 너무도 좋은 기회인데 많은 선생님들이 신청을 안 하신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번에도 공문을 3번이나 보냈단다. 학교장들이 학급 체험을 신청을 해도 쉽게 허락해주지 않아서 못 가는 경우가 더 많다. 사고 날까봐. 그러면서 창의적인 교육을 하라고 이야기를 하니 웃기는 소리라는 생각만 들었다.
내일은 아이들하고 교실 환경을 다시 정리하고 새 모둠도 짜고 우수 모둠도 발표해야 하고 바쁘게 생겼다. 거기다가 골든 벨 대회까지 하게 되었다. 시험으로 하는 골든 벨 대회는 정말 하고 싶지 않은데. 처음 해보는 거다. 실제로 골든 벨대회처럼 강당에서 해도 아이들에게는 추억이 남을 텐데 이게 뭔가 싶기도 하다. 번거로워지니까 간단하고 쉽게 시험으로 대체하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물론 골든 벨 대회가 해야 할 일은 아니다. 아이들 독서교육을 왜곡 시키고 책 읽는 재미를 앗아가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닦달하지 않았다. 내일 결과가 기대된다. 우리 반에서는 등위에 오를 아이가 없어 보인다. 달달 외우는 방식으로 책을 읽지 말라고 누누이 이야기를 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