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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전기를 전해 받은 박창재 농성 상황실장이 농성장을 향해 무전을 하고 있다. |
ⓒ 이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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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이포보 촛불집회에 모인 이들이 둥글게 모여 발언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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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최종 : 30일 오후 9시 20분]
고공농성자도 참석한 촛불집회... 어둠 속에 '무전기 방송'으로
조촐한 촛불집회가 시작되었다.
30일 오후 8시, 5명의 가족과 속초·양양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2명이 참석한 촛불집회는 소담하게 진행되었다.
박창재 농성장 상황실장은 "작은 촛불이지만 마음은 원대하게 갖자"며 집회를 시작했다. 박 실장은 "서로 힘 주고 힘 받는 활동을 계속했으면 한다"며 "강물을 흐르게 하고 저 위에 귀 없는 사람에게 우리의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안나 속초·양양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농성장에 있는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무전기로 이야기를 나누며 "고생하는데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다"며 "매체를 통해서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눈물이 났다"며 눈물을 훔쳤다.
염 사무처장은 씩씩한 목소리로 "저희 모두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다"며 "너무 염려 마세요"라고 오히려 김 활동가를 위로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어서 집회 참석"
중1, 초등학교 5학년,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촛불집회 현장을 찾은 김민정(39)씨는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어서 집회에 참석했다"며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 다수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오늘 사람이 조금 참여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온 박준영(14)군은 "자연이 파헤쳐진 것을 보니까 짜증난다"며 집회 참가 소감을 밝혔다.
집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염 사무처장이었다.
염 사무처장은 무전기를 통해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그는 "법정스님이 '자신이 있는 그 곳이 도량이고 그곳에서 도를 얻으라'고 말씀하셨다, 굉장히 힘들고 지치는 상황이지만 이곳에서 느끼고 얻을 것이 많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염 사무처장의 무전기 방송은 도종환 시인의 '폐허 이후'를 낭독하며 마무리 되었다. 칠흙 같은 어둠 속에 무전기를 통해 들리는 염 사무처장의 시 낭독 소리는 조용히 이포보에 울려 퍼졌다.
폐허 이후 - 도종환 -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
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버린 골짜기에
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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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이포보 촛불집회에 참석한 이들이 농성장을 향해 촛불을 들고 있다. |
ⓒ 이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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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30일 오후 8시 30분]
첫 교신... 염형철 사무처장 "불편하지만 4대강 지키려는 의지에 문제없네!"
농성 9일차, 삼일 만에 농성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경찰과 대림산업 측에서 준비한 무전기를 통해서다. 농성을 시작하면서 가지고 올라갔던 발전기가 고장 나 농성자들과의 연락이 끊긴 상황이었다.
본래 전날(29일) 오후 무전기가 전달되기로 했으나 업체 측은 "무전기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지급을 지연시켜왔다. 무전기 지급 합의 후 20시간이 지난 30일 3시, 상황실과 농성장에 무전기가 전달되었다. 무전기와 함께 식품 등이 전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업체 측에서 상황실이 전달한 물품 중 일부인 물과 선식, 죽염만 올려 보내 농성자들은 무전기만 받고 식품은 받지 않았다.
치지직 소리와 함께 첫 무전이 이뤄졌다.
상황실 : "불편한 점은 없으십니까."
염형철 사무처장 : "불편한 거 투성이지. 그러나 4대강을 지키겠다는 특별한 의지가 있어서 전혀 문제가 안 되네."
상황실 : "귀는 좀 어떠세요."
염 사무처장 : "끄떡도 없네."
상황실 : "그럴 줄 알았습니다."
염 사무처장 : "이 무전기는 경찰에서 다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니 각별히 주의해주길 바라네."
상황실 : "네, 알겠습니다."
염 사무처장 : "무전기 충전을 어떻게 하기로 했나."
상황실 : "충전한 배터리를 업체 쪽에서 올려 주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물건 안 받으신 건 어떻게 된 건가요."
염 사무처장 : "물 2통, 선식, 죽염만 들고 달랑 왔길래 돌려보냈네. 그건 많은 물건들을 보내준 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네. 그렇게 물품까지 통제하는 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이라 거부했네. 그런데 집에 사흘째 연락을 못했거든. 내일 우리 집 이사거든. 미안하다고 이사 잘하라고 전해줘. 건강하고 먹을 건 있으니까 걱정 말라고."
중이염을 앓고 있는 염 사무처장은 다행히도 많이 회복된 듯 보였다. 목소리도 밝았다. 삼일 만에 뚫린 소통 창구였기에 할 말은 많았다. 때마침 전화를 건 이시재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걱정이 많다"고 하자, 염 사무처장은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십시오, 우리가 잘 견디겠습니다"라며 이 대표를 안심시켰다.
이어 염 사무처장은 "이미경, 김진표 의원이 8월 초에 국회 특위 꾸린다고 하던데 그런 쪽으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라고 하자, 이 대표는 "압력을 가해야죠"라고 의지를 다졌다.
제보 역할까지 한 무전기... "두 번째 교각 아래 기름 유출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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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포보 대교 아래 검은 흙이 보인다. 두 명의 인부들이 흙으로 검은 부분을 덮고 있다. |
ⓒ 환경운동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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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역할을 한 무전기는 '제보'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오후 6시, 염 사무처장은 "이쪽에서 보니까 이포보 두 번째 교각 아래에 기름이 유출된 것 같다, 확인해 달라"고 무전기로 요청을 해 왔다.
급하게 활동가들과 함께 이포대교에 올라 현장을 확인하니 교각 아래 흙더미가 검게 변해있고, 인부 둘이 그 위에 흙을 쏟아 붓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숙영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다른 게 유출되었다면 굳이 흙으로 덮을 필요가 있겠냐"며 "저게 정말로 기름이 유출된 것이라면 비가 오면 모두 강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에 환경부 신고 전화인 128에 전화를 걸어 기름 유출 의심 신고를 했다. 여주 환경과는 곧장 출동해 흙을 채취했으나, 확인 결과 특별한 성분이 포함된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안명균 경기환경연합 사무처장은 "무전기를 통해 농성자로부터 정보를 받는 등 상황실과 농성장 양쪽에서 계속 공사현장을 감시할 수 있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감시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신 : 30일 오후 7시 30분]
"댐 만들면서 강 살린다? 지나던 쥐가 웃겠다"... '사랑고백' 오가는 이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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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한 현수막을 들고 이포보 현장을 방문한 고양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 |
ⓒ 이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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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절절한 사랑고백이 있을까.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쪽에서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라 외치면 다른 쪽에서 희미하게 "사랑합니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상황에 더 드라마틱한 요소를 보태자면, 이 둘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 심지어 얼굴도 가뭇하다. 망원경으로 반대편을 건너다보며 옆 사람에게서 설명을 듣는다.
"저 중에 가장 작은 분이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이에요."
"아, 네… 박평수 위원장님 사랑해요, 염형철 사무처장님 건강하세요, 장동빈 사무국장님 힘내세요."
또 다시 사랑의 말들이 오가는 이곳은 경기도 여주 4대강 사업 한강 제 3공구 이포대교 부근이다. 지난 22일부터 세 명의 환경운동가들은 이포대교 옆 이포보 위에 올라가 '4대강 사업 중단' 점거 농성에 들어간 상황이다.
점거 농성 상황을 지켜보고 힘을 북돋우기 위해 환경단체에서 마련한 상황실은 점거농성장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 이 상황실에 각지에서 사람들이 방문해 농성자들에게 응원의 말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풍물 자락으로 소통한 이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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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물패 '터울림'이 이포보 상황실을 방문해 풍물 공연을 펼치고 있다. |
ⓒ 이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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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12시, 상황실을 방문해 사랑고백을 한 이들은 풍물패 '터울림'이었다. 응원 메시지를 전달한 12명의 풍물패 단원들은 슬슬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들은 곧 꽹과리, 장구, 징을 들고 흥겨운 공연을 펼쳤다.
"꽹꽹꽹~ 징징징~ 둥둥둥" 어깨가 들썩이는 풍물 자락이 이포대교를 채웠다. 이포보에 오른 이들의 휴대폰 연결도 끊기고, 지급되기로 했던 무전기도 고장 난 상황에서 그동안 상황실과 농성장 간 유일한 소통의 방법은 '외침'이었지만, 오늘만은 '풍물 자락'으로 통했다.
강을 건너간 풍물 자락에 농성자들도 힘이 나는지, 연신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터울림의 한 단원은 "풍물로 소통이 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며 "응원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터울림은 지방으로 연습을 하러 가던 중 짬을 내 상황실을 방문했다고 한다.
30분간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공명이 남았다. 터울림의 한 단원은 "더 많은 풍물패 단원과 회원들이 모여 내일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접 와서 보니까 강이 아니라 가슴이 파헤쳐지는 느낌이 드는데 사람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역시 농성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상황실을 찾은 고양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은 "풍물 자락을 들으니 흥도 나지만 눈물도 나더라"라며 "저기 있는 농성자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댐 만들면서 강을 살린다고? 지나던 쥐가 웃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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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포보 상황실에 걸린 개인 현수막이다. 이포보 점거 농성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이들이 적은 것이다. |
ⓒ 이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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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차 상황실을 찾은 이들은 다들 손에 빵, 과자, 과일 등을 한 아름 안고 나타났다. 모두들 현재 상황을 묻고, 안부를 묻고, 담소를 나눴다.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농성 9일차이지만 매일 150여 명의 시민들이 방문하고 있다. 상황실에 나란히 걸린 개인 현수막에는 4대강 사업을 규탄하는 글과 농성자들을 지지하는 글들로 가득 차 있다.
"댐을 만들고 있으면서 강을 살린다고, 지나가던 쥐가 웃겠다" -기륭조합원 윤종희
"강물은 흐르게, MB 귓구멍은 뚫리게" - 한국여성단체연합
"용기 있습니다, 젊은이의 참다운 모습입니다, 그대들의 투쟁으로 생명의 가치를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경기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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