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PD수첩, 떡찰 2탄을 보고
[리뷰] PD수첩, 떡찰 2탄을 보고
2010.06.09.수요일
날로 세상이 각박하게 돌아간다고들 하는데 꼭 그렇지 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어제 방영된 PD수첩(떡찰 2탄)을 보니 그래도 아직까지는 사람 사는 정이란 게 남아있음을 '찐하게' 느꼈습니다. 일제시대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한길을 걸어온 사람들, 그 영상을 보며 느낀 감동을 활자로 옮기기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런 미담은 널리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몇 자 적습니다.
1. '정의사회구현'을 위해 철야를 하는 사람들
PD가 인터뷰 내용의 사실 확인을 위해 쎅검에게 전화를 하니 다들 바쁘다며 바로 끊습니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면 바쁘다며 경비를 불러서 내쫓아버립니다. 대체 얼마나 바쁘기에 그런가 했는데 방송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낮에는 억울해서 진정서 넣은 피해자 불러서 피의자로 둔갑시키기 위해 아버지뻘 되는 사람한테 호통 치고 겁주면서 협박해야지요, 밤에는 변호사나 피의자 만나서 3차까지 달리면서 작전도 짜야 합니다. 물론 떡은 기본이지만 바쁠 땐 모텔 갈 시간도 없어서 옆방에서 ‘번개떡’을 치기도 합니다.
또 한 달에 3~4번은 '범죄예방위원회' 소속 '구멍조달' 선도위원들 만나 같이 골프도 치고 안마도 받아야 합니다. 밤이 되면 범죄 예방을 위해 룸빵에 모여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 같은 것도 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항상 시간이 모자라 룸에 들어온 언니들 소개는 '홀딱쇼'로 대신하고 회의 중간에 틈나는 대로 나가서 떡치고 다시 들어와 폭탄주를 빱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휴가철에도 제주도나 태국 등에 스폰서와 함께 골프치고 술 먹고 떡치며 4박 5일 동안 철야를 합니다. 한마디로 철야의 연속이지만 이게 다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서라는 사명감으로 오늘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묵묵히 철야를 합니다.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자기 자신만을 챙기는 얌체 짓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술 마실 때도 골프 칠 때도, 돈 받을 때도 떡 칠 때도 항상 주위 사람들을 챙깁니다. 물론 돈은 다 스폰서가 내는 거지만... 제주도에 있는 쎅검은 서울에서 출장 온 부장쎅검을 챙기고, 강원도에 있는 쎅검은 경상도에서 놀러 온 쎅검장을 챙깁니다. 무릇 오는 봉투가 두툼해야 가는 언니도 예쁜 법, 최고급 룸빵에서 2차 비용 50만원인 텐프로 언니들로만 모십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깨끗한 떡찰인데 그 정도는 마, 기본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윗사람들만 챙긴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존나 바쁜 쎅검을 대신해서 조빠지게 일하는 아래 직원들을 위해 한 달에 2~3번은 부서 회식도 합니다. 공무원 박봉으론 도저히 감당 할 수 없어 출장비와 기타 경비 등으로 삥땅 친 돈으로 1차와 2차를 가고 3,4차 때는 아는 스폰서를 불러냅니다. 나머지는 직원들끼리 놀다 오라며 먼저 일어날 법도 한데, 고생하는 직원들을 생각하니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끝까지 남아 기어코 떡을 치고 갑니다.
콩 한 조각, 떡 한 조각이라도 식구끼리 나눠먹는 이 정신이야 말로 자기 것 챙기기에 바쁜 우리 사회가 본받아야 할 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3. 요즘엔 찾아보기 힘든 끈적끈적한 의리
요즘엔 조폭 영화를 보더라도 예전의 의리 같은 게 없습니다. 하긴 의리가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을 배신하는 진구 같은 놈들만 살아남는 사회다 보니 의리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겠지요. 그런데 이번 PD수첩을 보면서 전 떡찰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의 한 하도급업체 사장이 5년 동안 써온 향응일지와 관련자 진술서를 첨부하여 노조 지부장의 비리를 검찰에 고발했으나, 강릉 검찰청 김계장의 비호로 인하여 매번 무혐의로 풀려났다고 합니다. 공금 횡령으로 경찰에 긴급 체포가 된 후에도 검찰은 심부름꾼에 불과한 노조 총무만 구속하고 지부장은 풀어줬다고 하니 보통 사이가 아니었던 게지요.
더 놀라운 사실은 이에 분개하여 춘천지검 , 대검찰청, 국민권익위원회, 청와대 등에 진정서를 넣었는데 그 때마다 모두 사건을 '강릉지청으로 되돌려 보냈다 합니다. 그런 비리 쎅검들을 가려내라고 있는 대검찰청 감찰부도 마찬가지고. 진정서가 무슨 도돌이표도 아니고... 근데 그들은 노조지부장과 김계장을 왜 그렇게 보호하려 했을까요?
바로 의리 때문입니다. 그것도 그냥 보통 친구 사이의 의리가 아니라 '구멍'으로 맺어진 끈적끈적한 관계의 의리다 보니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도 '동서'를 보호하려 한 것이지요. 요즘엔 정말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운 의리 아닙니까? 저도 그런 친구 한명 있으면 좋겠습니다. 씨발.
4. 가정적인 남편, 서민들을 생각하는 공직자의 참모습-
눈물 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쎅검들은 고급술과 고급 떡을 치고 나온 다음에 마지막은 항상 돼지 갈비집을 들렸다고 합니다. 방송에서야 여자 향수냄새를 지우려고 그랬다고 하지만 어디 그 이유 때문이겠습니까. 장사 안 되는 서민들을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팔아주려고 했겠지요.
물론 언니들과 몇 시간씩 주물럭탕도 먹고 떡도 치다 보면 립스틱 자국도 묻고 그러겠지요. 간혹 암내 심한 언냐를 만나면 야리꾸리한 냄새가 빤쓰 속에 배기도 하겠지요. 그런데 그런 몸으로 그냥 집으로 가면 어떻겠습니까. 가뜩이나 밖에서 '철야' 하느라 집에서는 의무방어전도 못 치르는데...보나마나 신구 선생님 앞에서 '4주간의 조정 기간을 거쳐서 어쩌고저쩌고' 하는 소리를 듣게 될 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다시는 철야를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가정의 평화와 불쌍한 서민을 위하여 쓰린 속을 달래면서도 그 새벽에 해장국집이 아닌 돼지 갈비집을 들리는 겁니다. 이 얼마나 감동적인 공직자의 참모습입니까.
5. 뉘우침을 모르는 뻔뻔함
방송이 나가자 떡찰은 즉각적인 반박을 했습니다. 소수의 일탈 행위를 가지고 전체 떡찰을 욕보이지 말라는 것이지요. 과연 그럴까요?
떡찰 1탄에서 증언을 한 스폰서는 자기가 접대한 쎅검의 수가 100여명이라고 했습니다. 근데 그 사람은 조그마한 중소기업체 사장에 불과했지요. 단 한명이 백 명이라면 차마 무서워서 증언하지 못한 수많은 중소기업 사장들은, 청렴하기로 소문난 우리나라 대기업은 또 얼마나 많은 쎅검들의 스폰서 노릇을 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성은커녕 또박또박 반박 성명을 하는 모습을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섭기까지 합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뻔 한 사실이 버젓이 방송으로 나오는데 그렇게 뻔뻔할 수는 없는 거지요. 쥐좆만한 양심이라도 있다면 말입니다. 어떠한 증인과 증거를 들이대도 흐트러지지 않고 딱 잡아떼는 떡찰의 뻔뻔함, 촛불 한번 들었다고 반성문 쓰고 나오는 우리들도 정말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이거 공수처 만들기 전에 모든 쎅검들 성병 검사부터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얼핏 봐도 윤락 여성 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했을 것 같은데... 그리고 ... 이거 원 찝찝해서리 불철주야 고생하느라 비뇨기과 갈 시간도 없었을 테니 안 하겠다면 강제로라도)
그러고 보면 떡찰이 왜 그렇게 이 악물고 노무현을 죽이려 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공술에 공떡 먹는 재미로 살았던 떡찰에게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만들어서 그 짓을 못하게 하려 했으니…….
아마도 방송에 나온 몇 명 징계한다고 하면서 추악한 모습을 감추려 들겠지요. '어차피 시간은 우리 편이다' 를 외치며 버티기 싸움에 들어가겠지요. 그래도 우리는 깨끗하다며 뒷구멍으로 제보자나 PD수첩 피디들 손볼 궁리나 하겠지요.
그런 검찰 총장을 바라보며
무엇이 정의고 희망인지 나는 내게 묻습니다.
나로호 발사에 성공하고 월드컵 16강에 들면 뭐하냐고...
나는 자랑스러운 내 조국 대한민국에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