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학년 6반

학부모 상담주간

연둣빛 초록(초록샘) 2010. 4. 6. 03:56

2010년 4월 5일 월요일 날씨 맑고 바람이 불어서 점심에만 따뜻하고 점점 추웠다.

 

변신을 해봤다. 니트를 입고 가는 바람에 머리를 풀어서 손질을 하고 예쁜 핀을 골라 꽂고 출근을 했다.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비명을 지른다. 늘 입던 한복이 아닌 것도 아닌 것이지만 머리를 풀고 온 모습은 처음이어서다. 파마를 새로 했느냐며 지원이가 자기도 파마를 했다면서 동지애를 보여줬다. 아이들이 너무 비명을 질러서 순간 당황했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그렇게 보기가 흉하냐고 했더니, 짖궂은 남자녀석들 몇몇은 그렇다고 소리 소리 지르고 내가 실망해 하니까 센스있는 여자 아이들 몇이 그게 아니란다. 너무 멋져서 놀라는 소리라며 애교를 떤다. 그래도 자기들 한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꽃단장을 했구만서도 싶어서 볼멘소리를 하자 아이들이 모두 환하게 웃으며 예쁘단다. 늘 머리를 단정하게 올리고 한 올도 흐트러짐 없이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머리를 풀고 나면 이미지가 정말 확 바뀐다. 거울을 보는 나도 내가 좀 낯설었다. 아이들에게 고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것도 바람직 한 것 같지 않아서 변신을 해보았는데 효과는 좀 별로였던 것 같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급하게 큰애에게 홍삼을 부쳤다. 전화를 했더니 건강하게 회사 잘 다니고 있는데 무슨 이라면서 쑥쓰럽게 웃는다. 그래도 한약을 한 재 해보내지 못하는 마음이라서 그렇다. 남편이 지난 번부터 챙겼던 일이라서 더 늦기 전에 먹여야 할 듯 했다.

애들이 어디를 갔다왔냐고 물어서 우체국에 들렀다 왔다고 하니까 자기들끼리 그런다. "선생님이 어디로 사라졌다가 왔다니까." 하면서 자기들끼리 떠들기 바빴다.

마지막 시간에는 '그건 내 조끼야'를 읽어주고 느낌 발표도 하지 않고 보냈다. 왜냐면 곧바로 이어질 학부모 상담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거룩하게 내보내는 안내장의 과도한 청렴을 강조하는 포장된 문구들이 역겹다. 더구나 청렴서약서를 써서 내달라는데 내지 않겠다고 했다. 청렴서약서를 쓸 만큼 나는 부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거리가 멀다. 일선 교사들의 부패보다 더 큰 부패지수를 가진 관리자들이 해야 할 일을 마치 교사들이 부패의 온상인 것처럼 덧씌우기를 하는 것에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낀다. 정말 파렴치한 들이다. 너희들보다 훨씬 도덕적이고 청렴하기에 강요된 서약서 쓰기 따위로 내 자존을 짓밟는 짓은 허용할 수 없었다. 이것도 앞서가는 우리 학교만 하는 일 같았다. 왜 그리 청렴과 학부모에게 내보내는 안내장에 촌지는 물론 드링크제 하나도 받지 않겠다는 식으로 써야 했을까. 학부모들이 오해를 할까봐서 그랬다고는 하나 지나쳤다. 이는 자기가 뭔가 구린게 있으니까 반사적으로 나오는 반응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웃어주었다. 그토록 불안한 짓들을 왜 해놓고 공포에 떨까. 그러면서 왜 이유없이 적대적인 관계를 조장하는 지 알 수가 없다.

 

정확하게 2시가 못되어서 김00 엄마가 오셨다. 그런데 교실에 실내화가 아닌 구두 차림으로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놀라워라. 그래서 얼른 실내화를 안내해주었다. 마음이 뚝하고 닫히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 근황을 물었다. 아이는 학습면에서 크게 뒤쳐지지 않고 있고 모둠살이를 주도적으로 하는 힘은 조금 부족하고, 친구 관계는 원만하지만 스스로 발표를 하는 횟수를 늘이고 좀 더 자신있게 발표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결론이었다. 집에서는 맏이라서 동생 둘을 잘 보살피고 잘 놀아주는 편이란다. 그래서 동생들과 놀 때 상당히 주도적이라고 해서 학교에서 보여지는 면하고는 대조적이었다. 자라오면서 특이한 점은 없었다. 앞으로 좀 더 나아질 거라는 것에 주목을 했고, 수학 복습을 부탁드렸다.

 

그러는 사이 아이를 데리고 정00 엄마가 오셨다 막내 동생이란다. 잦은 체험학습으로 3월에만 3번을 빠져서 걱정을 했더니 집안 행사가 몰려서 그랬다며 이제는 그런 일 없을거라고 하셨다. 유치부 때도 들었고 작년에도 빠짐없이 나왔던 문제가 집중력 부족이란다. 집중하는 시간이 무척 짧음에도 불구하고 학력은 크게 뒤지지 않는 편이다. 발표력이 부족하고 횟수도 적고 소극적이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집에서는 학교 생활이 재미난다고 해서 다행으로 생각했다. 선생님이 재미있다고 했단다. 식사하는 양도 또래 아이들보다 많고 편식하지 않는 편이다. 따라서 성격도 그만큼 소탈하고 활달하다. 다만 공부시간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그것을 집에서 책 읽어주는 것으로 보충해주었으면 하는 의견을 냈다. 막내 동생이 귀한 아들이어서 좀 더 애정있게 느끼게 하려면 책 읽어줄 때 같이 들을 수 있게 하고 의견을 꼭 물어달라고 했다. 아이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왜 중요한 지 짤막하게 독서교육의 필요성을 말씀 드렸다. 일단 그렇게 가정에서 협조를 해주시기로 하고 5살짜리 꼬마가 칭얼 대기 시작해서 상담을 마쳤다.

 

그 뒤에는 김00 엄마가 오셨다. 학교에서 안내장이 오지 않았더라면 자기는 상담 같은 것을 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거라고 했다. 집에서의 생활을 듣고 깜짝 놀랬다. 아기가 저체중으로 태어나서 고비가 여러번 있었다는 점과 5살 때 미국에서 사립유치원에 들어가서 스트레스 받았던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래서 아이가 틀에 가두는 듯한 발표 방법을 강요하면 제대로 자기 몫을 발휘하지 못하더라는 작년 학교 생활 총평을 말하셨다. 발표하는 방법을 훈련시켜서 하는 부분에 대해 애가 잘 소화하지 못하다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스스로 잘 하는 아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수학 과정식을 푸는데 자기가 알 때까지 6번 질문을 해서 결국 알아내는 것을 보고 참 멋진 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면이 두드러진 아이이다. 총명하고 차분하고 이지적이다. 어린데도 그런 자질이 드러나는 아이이기도 하다. 수학을 몹시 어려워한다고 말씀하셔서 조금이라도 살펴봐달라고 말씀 드렸다. 아이들을 학원을 보내지 않고 집에서 함께 공부를 시키다보니 파김치가 된다는 말씀으로 그동안 소홀했던 점을 인정하면서 하신 말씀이다. 아이가 선택해서 하도록 한 것은 모두 성공적이었다면서 그렇게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많은 격려가 필요한 아이라는 것을 강조하셨다. 미리 알았더라면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줄 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하질 못했다. 언어소통이 안되는 공간에서 겪어야 했던 내적 갈등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측은해지기도 했다. 결코 최상이라는 조건도 아이의 상황에 비추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좋은 예였다.

 

그 다음은 정00 엄마가 오셨다. 학부모 총회 때도 잠깐 뵌 적이 있어서 낯설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서의 생활 이야기를 듣다가 깜짝 놀랐다. 동생이면서 지지 않으려고 한단다. 너무 활달해서 집에서는 목소리도 크고 자기 주장이 강하다고 했다. 학교에서의 모습하고는 완전히 반대이다. 말 수도 없고, 발표도 거의 하지 않고 있고, 모둠장이 되었을 때도 자기주도성이 조금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쉬는 시간에도 거의 움직임이 없는 아이였는데 어찌 집에 가면 들어서자 마자 내복 바람으로 돌아다닐 정도라니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받은 억압이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해방되는 것이 참으로 바람직스럽구나 싶었다. 수학을 좀 어려워하고 있고 학교 생활에 대해서 물으면 잘 말을 하는 편이라고 했다. 아이가 갖고 있는 여성성이 대인 관계에서 배려할 줄 알고 타인의 입장을 생각해주는 측면으로 강화되어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했더니 오히려 그런 점에서 어머니는 걱정을 했노라고 하셨다. 대조적인 과도함으로 가족 간에서는 비춰질지 모르지만 학교에서는 그러한 과도함은 없었기에 사실대로 말씀 드렸더니 안심이라면서 다행스러워 하셨다. 앞으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할 학생으로 묶었다.

 

저녁 6시가 가까와 오니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애써서 간식거리를 찾아서 뜨거운 물과 함께 요기를 했더니 춥고 떨리는 것이 덜 했다. 옷차림이 얇아서 추위를 느꼈다. 겹겹이 입었지만 감기 기운이 몸에 있어서 자꾸 추운 생각이 들어 전기난로를 틀어놓았더니 훈훈해졌다.

마지막 상담자는 이00이다. 직장을 다니는 관계로 늦을 수밖에 없었다. 헐레벌떡 찾아오신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그 아이를 지도하는데 많은 도움 말씀을 주셨다. 가정에서의 모습이나 지금의 학교 생활도 엄마가 물으면 "별로" 라는 대답이 대부분이란다. 그 아이가 흥미를 끌 만한 것이 무엇인가를 더 찾아보고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머리 숱이 많고 출근을 서둘러서 가야하는 엄마라서 머리를 빗겨주지 못하고 갈 때가 많다고 했다. 당연히 어떤 꾸밈도 없이 단정한 빗질만 하고 오는데 그 모습이 깔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갈하지 못해서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 머리핀과 빗을 사서 학교로 보내주면 아침마다 머리를 빗겨서 애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니까 혼쾌히 승락을 하셨다. 내일 어떤 핀을 사가지고 오실지 오히려 더 궁금해진다. 그리고 집안 이야기를 하시면서 결국 눈물을 보이셨다. 아이가 힘든 상황을 지켜보면서 오히려 지금까지 잘 버텨준 점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진심을 잘 담아서 칭찬을 듬뿍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엄마하고 그런 말을 주고 받을 시간을 만들어서 꼭 아이에게 말해주실 것을 부탁드렸다. 아이가 웃음이 적고 중성적인 이미지가 강했고 소극적으로 혼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친구 관계가 좁은 편이다. 적극성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좀 더 지켜보고 이끌어줘야겠다.

 

상담이 다 끝나고 나서 아이들 독서자료집에 들어갈 내용을 완성해서 정리하고 출력하였다. 프린터를 대부분 올해 새로 구입을 했다. 레이저였는데 크기가 작아졌고 기능을 같다고 하는데 훨씬 못하는 것 같다. 복사 양이 많으니까 모터가 타는 냄새가 나면서 연기가 피어롤랐다. 양면 복사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는데 기능을 몰라서 양면을 사용하지 못했다. 여기 저기 뒤져봐도 설명을 찾을 수 없었다.

 

집에 오니 7시 반이 넘어가 있어서 식빵 몇 조각으로 대신했다. 남편은 밥을 먹어야지 왜 빵을 먹냐고 걱정이었다. 밥맛이 없었다. 그래도 함께 이것 저것 먹다보니 또 과식을 했다. 힘겨우니까 먹는 것으로 메꾸려 하는 것 같다. 욕구불만을 먹는 것으로 해결하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목요일까지 일정이 진행된다. 오후에 일을 할 수가 없고 내일은 교실까지 방과후 독서논술로 빼앗겨서 상담을 6학년 휴게실에서 하려고 미리 부탁을 했다. 너무 심하다. 이런 학교의 열악한 상황 속에서 강제로 진행이 되는 부분들이 말이다. 학부모들에게 메일과 전화번호를 모두 알려드렸음에도 요즘 들어 메일이 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