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를 위하여
공기업 ‘인사 드래프트’… 서열 깨진다
연둣빛 초록(초록샘)
2010. 2. 15. 23:47
공기업 ‘인사 드래프트’… 서열 깨진다
국민일보 | 입력 2010.02.15 18:46 |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12월 신임 부서장 인사에서 부서장 임명과 동시에 부서장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부서장들은 회사가 마련한 별도의 공간에서 인사자료를 보며 함께 일할 하위 간부를 선발했다. 인사 청탁을 배제하고 능력에 따른 인사를 선발하기 위해 처음으로 드래프트 방식의 인사를 도입한 것이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드래프트 방식의 인사가 확산되고 있다. 부서장이나 임원이 함께 일할 부하 직원을 선택하는 드래프트 방식은 조직 내 경쟁을 가속화시켜 자연스럽게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15일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 따르면 드래프트 방식의 인사가 시행되고 있는 곳은 한수원 외에도 한국관광공사, 코레일, 한국거래소,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18일 드래프트 방식을 적용한 인사를 단행해 상임이사 3명 중 2명을 퇴진시켰고 정년 잔여기간이 2년 이내인 간부 직원 4명도 전원 보직 해임했다. 또 실장급 간부 21명 중에서 3명이 1차 드래프트에서 보직을 받지 못했다.
코레일 역시 지난해 4월 본사와 지사의 2급 이상 직원에 대해 헤드헌팅 및 드래프트제를 통해 각각 선발했다. 헤드헌팅 및 드래프트제는 2급 이상 직원 중 동일 소속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로 드래프트 인력풀을 만들어 각 소속장이 일할 직원을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코레일 출범 후 가장 많은 규모인 지사장급 15명과 팀장급 191명이 교체되거나 보직을 옮겼다.
드래프트 방식의 인사가 도입되면서 그간 연공서열 위주의 공기업 인사 관행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한수원의 경우 지난달 인사에서 팀장급 직원을 처장 직위에 발탁하는 등 간부 직위의 26%를 하위직급 직원으로 발탁했다. 반면 보직 탈락자 34명에 대해서는 무보직으로 발령해 재활교육을 실시키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1급 75개 자리에 2급 직원 26명을 앉히는 것을 비롯해 2급 자리 428개 중 139개에 3급 직원을 발탁하는 등 상하위 직급 간 경계를 허무는 인사를 단행했다. 코레일은 지난달 인사에서 2급으로 승진한 49명 중 31명을 현업 소속장으로 전진 배치시켰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과거 인사철이 되면 어느 정도 자신이 갈 자리를 알았지만 이번 인사부터는 예측하기가 힘들어졌다"며 "능력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는 만큼 고위직 하위직 할 것 없이 능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가 반복될수록 과거 인사 과정에서의 부작용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부서장에게 과도한 인사권을 주면서 부서장의 선호에 따른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초기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제도가 반복되면서 과거 문제가 됐던 학연·지연 및 인사 청탁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드래프트 방식의 인사가 확산되고 있다. 부서장이나 임원이 함께 일할 부하 직원을 선택하는 드래프트 방식은 조직 내 경쟁을 가속화시켜 자연스럽게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15일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 따르면 드래프트 방식의 인사가 시행되고 있는 곳은 한수원 외에도 한국관광공사, 코레일, 한국거래소,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18일 드래프트 방식을 적용한 인사를 단행해 상임이사 3명 중 2명을 퇴진시켰고 정년 잔여기간이 2년 이내인 간부 직원 4명도 전원 보직 해임했다. 또 실장급 간부 21명 중에서 3명이 1차 드래프트에서 보직을 받지 못했다.
코레일 역시 지난해 4월 본사와 지사의 2급 이상 직원에 대해 헤드헌팅 및 드래프트제를 통해 각각 선발했다. 헤드헌팅 및 드래프트제는 2급 이상 직원 중 동일 소속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로 드래프트 인력풀을 만들어 각 소속장이 일할 직원을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코레일 출범 후 가장 많은 규모인 지사장급 15명과 팀장급 191명이 교체되거나 보직을 옮겼다.
드래프트 방식의 인사가 도입되면서 그간 연공서열 위주의 공기업 인사 관행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한수원의 경우 지난달 인사에서 팀장급 직원을 처장 직위에 발탁하는 등 간부 직위의 26%를 하위직급 직원으로 발탁했다. 반면 보직 탈락자 34명에 대해서는 무보직으로 발령해 재활교육을 실시키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1급 75개 자리에 2급 직원 26명을 앉히는 것을 비롯해 2급 자리 428개 중 139개에 3급 직원을 발탁하는 등 상하위 직급 간 경계를 허무는 인사를 단행했다. 코레일은 지난달 인사에서 2급으로 승진한 49명 중 31명을 현업 소속장으로 전진 배치시켰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과거 인사철이 되면 어느 정도 자신이 갈 자리를 알았지만 이번 인사부터는 예측하기가 힘들어졌다"며 "능력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는 만큼 고위직 하위직 할 것 없이 능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가 반복될수록 과거 인사 과정에서의 부작용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부서장에게 과도한 인사권을 주면서 부서장의 선호에 따른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초기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제도가 반복되면서 과거 문제가 됐던 학연·지연 및 인사 청탁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