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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생 손석희 "제가 동안이 아니라…"

연둣빛 초록(초록샘) 2009. 11. 20. 11:06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위기가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의 '고별방송'을 달궜다. 여야쪽 토론자들은 용산 참사·언론자유·공권력 강제 집행 관련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두고 설전을 오갔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9일 밤 11시께부터 '100분토론 10년 그리고 오늘'을 주제로 한 MBC <100분 토론> 특별생방송에 출연해 약130분 간 설전을 오갔다. 이날 가장 뜨거운 토론 주제는 민주주의와 소통 문제였다. 박형준 정무수석과 야권쪽 인사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두고 치열한 '논리전'을 펼쳤다.

박형준 "편가르기 문화 자리잡아"…송영길 "명박산성과 차벽으로 바꿔졌다"

   
  ▲ 마지막 <100분 토론>을 진행하는 손석희 교수. 이치열 기자 truth710@  
 

우선 박형준 수석이 "(한국)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 기준에서 볼 때 얼마나 그리로 가고 있는가"라며 "편가르기 문화가 자리잡은 것이다. 바리케이트 민주주의 문화가 이어져 왔다"고 토론의 화두를 꺼냈다.

그러자 송영길 최고위원이 "지금 거꾸로 되고 있다"며 "바리케이트 민주주의가 명박산성과 차벽으로 바꿔져 버렸다"고 시작부터 일침을 가했다. 송 최고위원은 구체적으로 "용산 문제로 그분들이 돌아가셔서 냉동고에 시신이 있고 (일부 가족은)감옥에 갇혀있고 유가족은 차벽에 갇혀있다"며 "참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노회찬 대표는 이 대통령을 겨냥해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인기 끌고 인심 얻는 데 관심 없다'는 최근 이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하며 "관심이 어디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국경없는기자회 조사에서 우리 언론자유 지수가)30단계나 하락했다. 우리 민주주의가 조금씩 나아가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후퇴하는 상황 아닌가"라며 "(이 대통령은)보이지도 않는 라디오에서 방송하는 것을 소통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노회찬 "MB 마음대로 아닌가"…유시민 "MB, 외국 정상 만날때처럼 활짝 웃길"

이에 대해 박형준 수석도 "'인기 연연 않겠다'는 본뜻은 파퓰리즘에 빠지지 않겠다는 것이지 국민 소리를 안 듣겠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까"라고 말해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또 "정치 권력을 둘러싼 게임이 워낙 심화돼 왔기 때문에 상대를 어떻게든 폄하해야 이익을 얻는 문화가 잡혀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노회찬 대표는 "살자는 용산 사람들을 '도시 테러리스트'라고 낙인찍은 사람이 누구에요?"라며 "지금 편가르기 색깔론을 누가 외치고 있습니까. 진보에서 외칩니까"라고 되물었다.

양쪽의 공방이 치열해지자 유시민 전 장관은 "처음부터 너무 불이 나서 뜨겁다. 물 좀 뿌려야겠네요"라고 말했지만, 유 전 장관도 현 대통령의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하시는 것 보면 안타까운 게 외국 정상 만날 때는 참 (표정이)좋지만 국민 만날 때는 그런 표정을 지으시는 것이 없다"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존중하고 외국 정상 만날 때처럼 활짝 웃는 것으로 하면 잘될 것이다. 노회찬 대표가 날카롭게 지적하는 게 약이 된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박형준 수석은 "서민행보 많은데 (유 전 장관이)취재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며 "있는 모습, 자연스러운 모습이 드러난다"고 바로 반박했다.

특히 손석희 교수가 "한국의 인권 상황과 관련해 엠네스티에서 과도한 공권력 집행을 지적했다"고 말하자, 현 정부의 법치주의가 화두가 됐다.

박형준 "서민 서민행보 많다, 법치 원칙 확고"

   
  ▲ 늦은 시간까지 방청석을 가득 메운 <100분 토론> 열성팬들은 진지한 태도로 2시간 10분 동안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번에도 박형준 수석이 "(장외투쟁이)제도적 법치라는 틀 속에서 모아질 필요가 있다"며 "그 (법)안에서 탄압하면 민주주의 후퇴지만, 원칙이 확고하다. 법 내에서 하는 것은 보장하고 그밖은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고 여권 입장을 꺼냈다.

그러자 야권 인사들이 현 정부의 위법 실태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섰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그렇게 법질서 강조하면 법치라는 것이 법 집행하는 사람에게도 적용돼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되고 있다"며 △용산 참사에서 재판부가 검찰에 수사 기록 제출 명령 내렸지만 검찰이 안 지키고 있는 점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했지만 국회가 시정하지 않는 점 △정연주 KBS 전 사장 해임 무효 판결 △YTN 해고자 무효 판결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논란 등을 조목조목 사례로 제시했다.

노회찬 대표는 용산 참사 희생자들을 예로 들며 "그분들이 무장공비입니까. 서해교전처럼 경찰특공대가 위험천만하게 죽음을 무릅썼다"며 "정부측의 대응으로 사망자가 생겼다면 시발점에 설사 법을 넘어선 행위가 있더라도 사람이 죽어야할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라며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노회찬 "용산 희생자는 무장공비입니까", 유시민 "MB 말 안 들으면 밥줄 끊는다"

유시민 전 장관도 "민정 치안 담당하신 분이 그렇게 얘기하면 안심이지만 정무수석이 그렇게 생각하면 문제가 풀리기 어렵다"며 "앞으로 3년 반도 많은 충돌 있겠다"고 우려했다.

특히 유 전 장관이 '밥줄' 얘기를 꺼내자 박 수석과의 공방이 불거졌다. 그는 군사정부와 달리 "지금은 밥줄을 끊는다"며 "말 안 들으면 밥줄을 끊는 거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방식도 불도저식이다. 비판하는 사람의 귀를 막아버리고 거리에 못나오게 한다"며 "정치 이슈가 100분 토론에서 많은 것도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가 후퇴' 현상과 관계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고칠 점도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수석은 "국정운영 해보셨으니까 그때 많이 했으면 좋았겠다"고 응수했고, 유 전 장관은 "국민을 겁주고 잡아가진 않았다"고 바로 반박했다. 박 수석은 또 "저희도 김제동씨 문제로 선거에서 손해를 엄청 받았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나"며 "밥줄 끊는 것도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재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방송 말미에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100분 토론>에 대한 제안도 제기됐다.

손석희 "운도 좋고 행복한 사회자였다…토론은 민주주의 학습의 기본장"

   
  ▲ 방송이 끝나고 손 교수와 패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손석희 교수가 방송을 마치고 팬들로부터 꽃다발을 전해 받은 후 방청석을 향해 거수경례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20일 새벽 1시 30분 경 마지막 생방송 토론을 끝낸 손석희 교수가 제자, 팬카페회원, 제작진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노회찬 대표는 "TV 토론 시간이 줄어들고 100분 토론도 11시로 하다가 심야로 밀려가는 것을 보면서 대화 기회가 점점 적어지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감을 전했다.

유시민 전 장관은 '세 가지 불만'으로 △"공영방송에서 이렇게 늦게 토론 잡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조금 더 (복장을)자유롭게 했으면 한다 △토론 프로그램이 너무 없다"고 말했고, 손석희 교수는 "엄기영 사장이 (100분 토론을)11시 10분으로 고정해달라"고 말해 청중석에 웃음이 감돌았다.

한편, 손석희 교수는 이날 방송 말미에서 '고별사'로 "2002년 1월 18일부터 8년 가까이 짊어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겠다"며 "운도 좋고 행복한 사회자였다. 오래했기 때문이다. 첨예한 논쟁의 장에서 8년 간 자리를 지키게 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손석희 교수는 "사회자로서의 짐은 내놓습니다만 마음 속에서 토론이라는 단어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 토론은 민주주의 학습의 기본적인 장"이라며 "그 장에 조정자로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영광"이라고 전했다.

손석희 교수는 "말씀드린대로 100 토론은 권재홍 기자 맡는다. 힘차게 뛰어가는 100분 토론을 믿는다"며 "사회자보다 고생 많은 제작진에게 감사드리고 밤 늦게 함께 100분 토론의 공론의 장을 함께 해주신 시청자께 감사드린다. 넘치도록 많은 사랑을 끝까지 잊지 않고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은 1시 20분께 마무리됐고, 이후 수백여 명의 방청객들의 손 교수와 포토 타임을 가졌다.

최초입력 : 2009-11-20 10:45:01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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