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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부, 실시간요금제·연료비연동제 등 단계별 추진

연둣빛 초록(초록샘) 2009. 11. 11. 16:52

[한겨레] 정부, 실시간요금제·연료비연동제 등 단계별 추진


"결국 기업과 가계 부담만 커질 것" 우려 목소리

폭풍전야 전력산업 ① 누구를 위한 요금정책 개편인가

2009년 8월 실시간 전기요금제 시범 실시, 2010년 연료비 연동제 시범 실시, 2011년 연료비 연동제 실시, 2012년 전압별 요금제 도입 …. 정부가 올해 하반기 이후 내놓은 전력정책 방향이다. 정부는 소비자인 기업과 가계는 물론, 공급자인 한국전력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소비자 부담만 증가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 방향은 단기로는 요금 수준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전기요금은 12.2% 올랐다. 이에 대한 산업계의 불만이 높다. 같은 기간 주택용 요금은 2.7% 내린 반면, 산업용은 28.3% 올랐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의 경우 원가 회수율이 낮고, 주택용과 일반용(상업용)은 높아 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이 집계한 원가 회수율을 보면 2007년 기준으로 주택용은 107.7%지만, 산업용은 98.3%이다. 산업계의 주장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체들은 고압의 전력을 쓰기 때문에 전기를 보내는 배전비용이 싸다"며 "지난해 기준으로 산업용 배전비는 kWh당 2.38원이지만 일반용 8.91원, 주택용 13.77원이었다"고 말했다. 국회 지식경제위 관계자도 "산업용 전력의 경우 현재 한국전력이 밝히는 원가보다 훨씬 싼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그간 주택용 전기요금을 올리기는 부담스러운 만큼 기업들에 부담을 전가시킨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올해 8월부터 시범실시되고 있는 실시간 전기요금제와 내년 이후 실시될 연료비 연동제는 기업과 가계 양쪽의 부담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시간 전기요금제는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를 전제로 한다. 각 가정과 기업체에 설치된 전자식 전력량계가 매시간 전력 사용량을 점검해 전력회사로 보내면 전력회사는 매시간대의 가격을 반영한 고지서를 보내게 된다. 매시간마다 다른 발전비용을 가격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전력회사는 평상시는 원가가 낮은 원자력과 석탄 화력발전소를 가동하지만, 전력 소비량이 높아지면 원가가 높은 중유와 천연가스발전소를 가동하기 때문에 시간별 원가가 다르다.

정부는 가정에서 비싼 요금시간대를 피해 가전제품을 쓸 것이기 때문에 약 10% 정도 전력 사용량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 주택용 전력의 월평균 사용량은 229kWh로 월평균 요금은 2만8000원 수준이다. 10%를 절약해도 절감 효과는 크지 않다. 전력문제를 오래 연구해 온 최철국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전기요금은 여름의 한낮에 가장 비싼데, 가정이나 회사에서 냉방장치를 안 켤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요금이 오르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또한 원가를 그대로 반영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원가 회수율이 낮은 산업용과 농사용 요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연료비 연동제도 마찬가지다. 연료비 연동제는 연료비 가격을 전기요금에 분기 단위로 반영하는 제도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원료비 연동제를 실시하면 연료비 가격이 높아질 때는 전기요금이 오르겠지만 반대의 경우 내려간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김승우 애널리스트도 "정부는 내년부터 2021년까지 12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더 지을 예정이라 (발전 원가가 싼) 원자력 발전 비중이 2021년에는 47.3%로 크게 증가한다"며 "연료비 부담이 꾸준히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문제는 이런 인하 요인이 가격에 반영될 지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서 급격한 인상을 막기 위해 가격상한제를 도입할 예정인데, 한국전력은 에너지 가격 하락기에 그때의 손실을 보전하려고 하지 않겠냐"며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철국 의원실 관계자도 "한국전력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시뮬레이션에서도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됐을 경우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총 3조2423억원의 당기 순이익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만큼 전력 소비자인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