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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임금동결, '공시족'들 "잘못된 결정"

연둣빛 초록(초록샘) 2009. 11. 3. 15:02

공무원 임금동결, '공시족'들 "잘못된 결정"
2년 연속 공무원 임금동결, 정부수립 이래 처음
09.10.31 19:02 ㅣ최종 업데이트 09.10.31 19:02 이화영 (photo70)

  
공시족 16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대부분이 정부의 공무원 임금 2년째 동결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응답했다.
ⓒ 이화영
공무원 임금동결

 

"(2010년 예산안에서)공무원 임금 동결 부분이 가장 가슴이 아픕니다.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특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나라(경제)가 어려울 때 민간에선 (직원들이) 직장에서 나가고 공기업은 임금을 깎지만 공무원들은 그나마 직업에 안정성이 있지 않습니까?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임금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정부의 '2010년 예산안'과 관련해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공무원 임금 2년째 동결에 대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족'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공무원 임금 2년째 동결은 '잘못된 결정'

 

  
업무능력에 따라 적절한 승진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렇다'는 답은 7%에 불과한 반면, '그렇지 않다'는 답은 60%에 달했다.
ⓒ 이화영
공무원 임금동결

 

온라인 교육 인터넷 사이트 에듀스파가 지난 20일부터 29일까지 10일간 공시족 16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대부분이 정부의 공무원 임금 2년째 동결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응답했다.

 

'공무원들이 임금동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9%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중 54%는 '동참이 어렵고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밝혔으며, '매우 비합리적이고 불공평 하다'는 응답도 15%에 달했다. 동참 의지를 밝힌 응답은 29%에 불과했다.

 

또 하위직공무원의 연봉 인상률에 대해 응답자 35%가 10% 인상, 30%가 5%를 인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15%가 15%를 인상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2%는 50% 정도를 인상해야 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어 고위직 공무원들의 임금에 대해 '많다'는 답은 59%에 달했으며, 이중 28%는 '매우 많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적당하다'는 답은 25%에 불과했다.

 

공시족 대부분은 공무원 승진제도에 대해 부정적으로 진단했다. '업무능력에 따라 적절한 승진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렇다'는 답은 7%에 불과한 반면, '그렇지 않다'는 답은 60%에 달했다. 28%는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공무원에 합격하고도)사기업에서 좋은 연봉을 제시하면 공무원을 그만둘 생각이 있는냐'는 물음에 73%는 '그렇다'고 답했고, 25%는 옮길 생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는 오르는데 지갑은 그대로

 

  
전국공무원노조·전국민주공무원노조·법원노조가 합쳐진 통합공무원노조를 비롯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공무원 단체들은 지난달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공무원 임금동결

 

정부가 밝힌 공무원 임금동결의 원인은 표면적으로 재정건전성 확보와 일자리 나누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부자감세', '4대강 정비사업'에 따른 재정악화와 맞물려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정부로부터 받아온 교부금이 삭감돼 신규 사업은커녕 해마다 진행하던 사업도 중단해야 할 정도로 2010년 예산 편성에 골머리를 않고 있다.

 

공무원 임금 2년 연속 동결은 사실상 정부수립 이후 처음이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과 1999년 임금동결은 임금인상폭 만큼 자진 반납하는 방식을 취했다. 내년 임금이 최소 물가상승률만큼 인상되리라 기대했던 공무원들의 불만은 예상보다 크게 표출되고 있다.

 

정부대전청사 5개 기관 공무원노조와 관세청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참여한 정부대전청사공무원연합(대공연)이 지난달 정부의 일방적인 보수 동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조직이 구성되고 처음으로 정부정책에 반발했다.

 

공무원 조직 내에서도 보수 성향으로 꼽히는 공무원노조총연맹,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체신노조,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 전국광역자치단체공무원노조연합 등 30만명이 소속된 5개 단체는 '공무원 보수 관련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말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재정부 등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전국공무원노조·민주공무원노조·법원노조가 합쳐진 통합공무원노조를 비롯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공무원 단체들은 지난달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임금동결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강력하게 투쟁할 것을 밝혔다.

 

  
공무원보수 인상률과 물가상승률
ⓒ 행정안전부
공무원 임금동결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정부는 공무원의 생존권이 달린 임금문제를 한마디 대화도 없이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물가는 치솟는데 임금동결은 어려운 살림을 더욱 궁핍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임금동결은 결과적으로 공무원의 마지막 생계 수단인 연금까지 줄게 돼 이중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임금이 2.5% 오른 반면 물가는 4.7%나 뛰었다. 임금이 동결된 올해에 물가는 2.5~3%가 올랐다. 결과적으로 임금은 4.7~5.2%가 삭감된 효과가 나타나 공무원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공무원 임금동결 민간분야에 전략적으로 이용

 

이상원 통합공무원노조 부대변인은 "2년째 물가상승 대비 임금인상이 전혀 없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공무원 임금동결이 민간분야 임금삭감을 위해 전략적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공무원 임금동결과 맞물려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공기업 역시 임금이 동결되거나 줄어 들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임금인상 카드를 꺼내들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회분위기가 임금동결 추세로 흐른다면 민간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보폭을 맞출 거란 지적이다. 정부가 팔을 걷고 기업 살리기에 올인 하고 있는 마당에 기업들도 신규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은혜를 돌려줘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임금동결은 내수부진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경제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를 비틀거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동네에 미래가 불투명한 비정규직이 늘어나게 되면 결국 구멍가게 문을 닫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공무원 임금동결과 관련해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에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경제 회복 기조로 공무원들의 생계유지와 일할 수 있는 동기 부여를 위해 인센티브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차라리 보수를 일부 인상(2~2.5%)해 성과급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