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대학에서 중문학을 가르치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씁니다. 강과 호수로 둘러싸인 고향 마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아름답게 그린 작품들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3대가 함께 읽는 문학’을 하는 국민 작가로 여겨지며, ‘국가도서상’, ‘쑹칭링 문학상’, ‘빙신 문학상’을 비롯한 수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2016년에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으며 세계에 널리 이름을 알렸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 《빨간 기와》, 《까만 기와》, 《바다소》, 《청동 해바라기》, 《힘센 상상》, 《란란의 아름다운 날》, 《검은 말 하얀 말》, 《내 친구 태엽 쥐》 들이 있습니다.

일단 4권을 신청하여 읽기 시작했다.
꿀꿀한 기분이어서 <<우로마>>를 읽었다. 퇴색된 노란빛과 화방 앞에 선 여자아이 뒷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화판에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여백이다. 뒷짐 지고 삐딱하게 서서 바라보는 모습도 생각이 많은 아이구나 싶게 느낌을 준다.
뒷표지는 자신의 자화상을 바라보는 우로가 있다. 표정은 보는이에 따라서 자신만만한 지, 그저 그래 라고 수긍하는 건지, 내 모습이 어떤들 누가 뭐라할 수 있어, 등등을 생각하게 한다.
출판사에서는 책을 읽고 내용도 잘 알고 줄거리도 파악하고 학습할 수 있는 것을 주고 싶은가 보다. 이것이 어른들이 원하는 것일테고, 그림책이 주는 미적 아름다움이나 깊숙이 스며드는 나에 대한 탐구하고픈 마음을 더 가치있게 생각한다면 이런 학습지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왜들 이럴까. 구매자들이 이런 요구를 많이 해서 그럴까. 그렇다면 아주 큰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40여년을 떠들어도, 아이들이 보여주고 알려준 것을 외쳐보아도 이런 작품을 만날 때마다 '도대체 이게 뭐야?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이' 라는 생각이 든다. 기가 막힌 일이다.
이 책의 특징은 글자를 안봐도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우로'에게 몰입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작품이다. 아빠의 꿈을 딸이 대신 이뤘으면 하는 어른들의 욕심에 문제를 제기한다.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 정말 나는 화가로 살고 싶은 것일까? 부모의 욕망을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자화상을 그리면서 아주 잘보여주었다.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삶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수지 작가의 그림풍이라서 더 편안했는지 모른다. 여백도 과감하게 사용했고, 흑백을 주조로 해서 중국 작품이 갖는 먹의 향취도 높였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아버지가 몰래 캔버스를 버렸을 때 스스로 찾아 나서서 결국 자신을 그려내는 장면이다. 까만 밤, 까만 고양이가 뒤따라 나서는 다부진 몸짓이 아주 강렬했다. 글로만 보면 그리 큰 감흥이 일어났을까 싶은데 그림이 작품을 아주 빛나게 해준 것이다 싶다. 아마 이수지 작가의 어릴 적 체험이나 갈등이 잘 녹여진 것이어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보다 어른들이 더 읽고 나는 어떠한가, 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가, 내 삶을 내 기준으로 살고 있는가에 대해 자문해야 할 작품이다.


우리나라 판 <<소나기>> 같다. 소년 완과 소녀 뉴뉴의 애틋한 이야 기다.
김세현 작가 특유 풍광을 두 면 가득 그려서 강의 모습과 심리적인 거리감을 매우 잘 살렸다.
완이네 집은 강건너 외따로 떨어져 있고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다. 이 한 장으로 외톨이, 소외, 박탈, 무시 이런 느낌들이 마구 들기에 충분했다.
그림이 주가 될 수 있도록 텍스트를 그림 아래에 배치하고 글씨체도 크지 않았고 왼쪽은 앞으로 정렬했고, 오른쪽은 뒤로 정렬하여 그 사이 간극을 완과 뉴뉴의 거리만큼을 보여주고 있는 점도 재미있다.
가장 극적인 텍스트는 오른쪽 화면을 가득 채운 뉴뉴 외할아버지의 말을 그림처럼 올려놓았다. 그저 말했을 뿐이다. 그 때서야 뉴뉴는 완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혼자서 건너편 완의 집을 찾아갔을 때는 이미 떠난 뒤였다.
호리병박을 띄웠다는 장면에서 호리병박은 보이지 않는다. 만났을까? 완이 호리병박을 알아봤을까? 부둣가에 호리병박을 묶어놓고 간 완의 마음이 느껴져서 그게 더 슬펐다. 그림이 너무 좋아서 여러번 펼쳐본다. 마주보는 표정보다 마지막 장면이 가장 찡했다.

앞부분만 읽어야지 하고 잡았는데 끊지 못하고 다읽었다
책 광고에는 중국 ‘문화혁명‘에 대한 상황이 그렸다고 하는데 실제 내용 속에는 외할아버지의 죽음과 란란 아빠의 죽음에서 언급될 만도 한데 별 이야기가 없다.
<< 빨간 호리병박>> 에서 본 그림이 강렬해서 그런지 다호우와 란란이 서커스 구경 갈 때 탄 나룻배가 겹쳐 보였다. 그 장면이 가장 서정적이었고 빼어난 묘사였다.
작가와 비슷한 연배라서 그런지 정서에 쉽게 공감하게 된다. 풋풋한 란란, 허 강의 물줄기 따라 온갖 놀이로 가득한 찬란했던 시절이다. 다오후가 란란을 애지중지한 까닭은 안 나온다. 갈등이 나오지 않으니 란란의 절대 반지라서 좀 아쉽다. 3인칭 작가 시점인데 왜 안 넣었을까.
작가는 아마 시장인 외할머니로 분해서 소신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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